MCN 산업 확장과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 차이나머니의 파급력 강화 등 콘텐츠 시장의 여러 변수에 대항해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가 함께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 저작권 귀속과 수익배분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을 위한 갈 길도 멀다. 

23일 오후 2시 한국방송회관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후원으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미디어미래연구소 등이 주최한 ‘상생의 외주제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외주제작사 육성과 상생의 외주제작 생태계를 마련할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독립제작사가 주관해 마련됐다. 

여전히 현재 독립제작사를 둘러싼 외주제작 환경은 녹록치 않다는 데에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은 공감을 표했다. 

제작주체의 다원화를 목표로 외주제도가 도입된지 23년이 흐른 지금 양적 성장세는 뚜렷하다. 이만제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외주 시장의 성장세를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503개 업체가 93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현재 6808명이 종사하고 있다. 현재 각 방송사의 외주제작 비율은 2013년 기준 △KBS1TV 27.3% △KBS2TV 54.8% △MBC 50.65% △SBS 54.5% 등이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외주제작 의존도는 상당하다. 2010년부터 2014년9월까지의 드라마 352편 중 84.4%인 297종이 외주제작물이다. 

양적 성장만큼의 질적 성장은 더디다. 이 교수는 종사자 100명 이상 외주제작사가 8개에 불과하며 10명 이하의 외주제작사는 전체의 59.6%인 300개에 이른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이교수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의 매출 업체는 전체의 3.8%인 19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낮은 제작비와 저작권 관련한 수익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 제작 스태프와 보조출연자, 작가 등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 외주제작 생태계가 악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교수는 △적정 제작비 정착 △저작권 수익배분 개선 △저작권법 보완 △독립제작사 체질 개선 △외주비율 30% 이상 유지 △외주인정기준의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러한 주장들은 내년3월 시행 예정인 방송법 개정안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의 자회사나 지역사 등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편성 제한이 폐지되는 상황과 맞물려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MBC와 SBS는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전체 27.65%, 특수관계자 제작 프로그램을 7.35%까지 편성 가능하다. 지상파 측은 이를 두고 지상파 자회사들이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 전국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반면 외주제작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방송사들이 자회사에 외주를 몰아줄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특수관계자 편성비율을 폐지한 대신 외주제작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주된 논의를 이뤘다. 특히 현재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에 명시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인정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현재 인정기준에 △외주제작사가 상당량의 저작권 수익 배분을 약정받고 제작한 경우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를 사용한 경우 등이 개선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은 외주제작 시장의 확대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규 수익 창출이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모두 어려운 상황과 지상파에 의존도가 높은 독립제작사의 현실을 감안해 신규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실장은 “외주전문채널 설립과 전영편성시간대 마련 등을 통헤 외주제작시장의 유통창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주제작사가 효율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금을 지원하거나 유통 관련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 23일 한국방송회관에서 독립제작사협회 주관으로 '상생의 외주제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차현아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지점은 저작권 수익배분 관련 이슈에서다. 지상파 측은 독립제작사와의 저작권 수익배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적 영역의 계약 관계를 정부가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이를 배분하는 것은 저작권의 개념에 비춰봤을 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독립제작사 측의 입장은 현재 저작권과 제작비를 방송사에 모두 넘겨야 하고 열악한 처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민영동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장은 “영상제작자와 창작자의 개념은 다르다.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나누자는 것은 창작자의 개념에서는 맞지만 영상 제작의 유통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진 영상제작자를 중심으로 봤을 때는 맞지 않다. 독립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저작권 논의는 창작자의 개념이 아니라 영상제작자의 개념에서 봐야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저작권에 대해 기여도에 따른 배분을 논하는 것은 어색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양재 소속 김주현 변호사는 이에 대해 “교양 및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사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출연자 섭외와 촬영, 편집 등 제작리스크를 모두 감당하면서 제작한다. 그럼에도 방송국과 제작 계약을 할 때는 저작권 수익 배분 여부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이는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의 사례이며 단순히 정책적 결단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계약관계를 단지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임정수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제도 보완을 통해 내부 시장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양보와 협상이 불가능한 제로섬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넷플릭스 진출 등 외부 시장의 변화 요인에 발맞춰 업계가 정책적 협력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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