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때 한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은 노란색 점퍼를 입은 한 시민이 캡사이신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의경에게 물로 눈을 씻어주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관련 사진이 왜곡되면서 선의로 의경의 눈을 씻어줬던 시민이 신상털이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왜곡은 종합편성채널 보도로 시작됐다. 채널A 뉴스특급은 지난 20일 전의경 부모 모임을 인터뷰하면서 해당 사진을 자료 화면으로 썼다. 보도 내용과 상관 없는 사진이었는데 전의경 부모 인터뷰 자료 화면으로 나가면서 마치 전의경 부모가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모습으로 비췄다. 현재 뉴스특급의 해당 장면은 삭제된 상태이다. 

채널A 보도 이후 해당 사진은 '불법집회를 한 사람이 평화적인 집회를 했다는 미담을 퍼뜨리기 위해 참가 시위대가 한 것으로 조작한 사진'으로 둔갑했다. 원래 전의경 부모가 의경의 눈을 씻어줬는데 시위대의 불법성을 희석하기 위해 시위대 중 한 사람이 눈을 씻어준 것처럼 ‘조작’ 내용을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대 불법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PoliceWiki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해당 사진을 걸어놓고 "원래 보도한 내용은 시민이 맞다. 그걸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로 확대해석한 게 오류"였다면서 "자신들의 범법행위를 옹호하기 위한 재료로 써 먹을려고 사실 확인도 안하고 가져다 붙였으니 결국 허위 선동이라고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전의경 부모 모임의 회원"이라고 주장했다.

채널A에서 전의경 부모 모임 인터뷰를 하면서 해당 내용과 상관없는 전의경 눈을 씻어주는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것이 마치 전의경 부모가 총궐기에서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나아가 '평화로운' 시위대가 부상을 입은 전경을 치료해주는 모습으로 사진을 조작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진 속 주인공은 전의경 부모가 돼 있었고 이를 평화적인 시위대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거짓말쟁이가 돼버린 셈이다.

그런데 해당 사진 속 '진짜' 주인공은 전의경 부모가 아닌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PoliceWiki 페이스북 페이지 해당 게시물에 "사진 속 인물 본인이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떡하니 있는데 어이가 없다. 이미 며칠 전에 CBS와 전화 인터뷰까지 마쳐서 기사까지 떴다. 전의경을 아들로 둔 부모라니 왜곡도 정도껏 하라"고 댓글을 달았다.

   
▲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중 최루액을 맞은 한 의경을 한 시민이 돕고 있던 사진.
 

A씨는 "전의경 부모 모임의 회원이 한 일인데 극렬폭력 시위자들이 이걸 이용해서 평화시위였다고 선동한다라고 말한 것 아니냐"며 "저를 전의경 부모모임 회원으로 확정지어 올려서 선동한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PoliceWiki 페이스북 페이지는 A씨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고 페이지 팔로워들이 A씨에게 사진 속 인물이 자신임을 인증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A씨는 사진 속 자신의 옷과 가방 사진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PoliceWiki 페이스북 페이지는 "정정 : 이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XX노조 출신'이라고 한다"는 내용을 정정글로 내보냈다.

사진 속 주인공이 확인됐음에도 전의경 부모라고 했던 내용은 사과하지 않고 A씨의 신상을 털어 공개한 것이다. PoliceWiki 페이스북 페이지는 또한 "그렇다면 이 사진을 극렬폭력시위자들이 평화시위 근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오히려 사진 속 논란과 상관없는 공세적인 질문을 A씨에게 던졌다.

A씨는 선의로 시작한 행동이 잘못된 사실관계로 왜곡되는 것도 모자라 신상까지 털리는 일을 당하면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A씨가 당하고 있는 일을 정리해 공유하고 있는 B씨는 "A에게 벌어진 일들을 내내 지켜보면서 한국의 지옥도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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