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농업계 원로들도 전국농민대회 행진 당시 농민 백남기씨에게 물대포를 쏘고 백씨를 구하러 온 시민들을 향해서도 멈추지 않고 발사했던 경찰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오후 1시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범농업계 원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과 농민을 희생하는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살인진압 주범자 강신명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해당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에 뜻을 모은 농업계 인사는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강기갑 전 국회의원, 이수진 전 농어촌공사 사장 등 140여명이다.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밥용 쌀 수입을 결정해 쌀값이 더 폭락할 것을 비판하며 ‘못살겠다, 갈아엎자’는 구호아래 새벽부터 서울로 향했다. 

이날 오후 6시56분경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채 1m 이상 밀려났다. 경찰은 이를 구하려던 시민들에게도 물대포를 발사했다. 백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19일 현재까지 의식을 잃은 상황이다. 농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사과와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기갑 전 국회의원은 “백씨는 우리 농업이 사경으로 떠밀려 가는 것을 직시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도 농민과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울을 찾았는데 그런 농민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쐈다”며 “경찰은 국민의 어머니인 농민들의 절규와 외침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는데 그 누구도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 19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농민계 원로들이 모여 경찰 과잉진압에 대해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보성군 농민회 소속 최영추씨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까지 (경찰 측에서) 아무런 답변도 없어서 농민들도 많이 답답한 상황”이라며 “14일(집회 당일)에 귀향하려다 못하고 있다가 잠시 보성에 내려왔는데 보성군민들도 책임자를 파면시키고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들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날 오후 내내 최씨 역시 비를 맞으며 경찰청장의 답변을 기다렸다. 최씨는 “갑작스럽게 비가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는데 비를 맞으며 앉아 기다리는 게 참담했다”며 “다른 농민들도 분노일색이었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7시 서울시청광장에는 시국미사가 진행됐다. 최씨는 “당시 비가 많이 왔는데 대충 봐도 1500명의 시민들이 함께 해줬다”며 “서울시민들도 보성군민들 만큼이나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형수(백씨의 부인)되는 분도 평생 농민운동을 해왔고, (백)남기 형 만큼이나 굳센 분이라서, 많이 지쳐있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거나 하지 않는다”며 “백씨의 상태가 호흡기만 억지로 붙여놓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19일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백씨의 막내딸이 귀국할 예정인데 가족들이 모이면 6일째 의식을 잃은 채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백씨의 치료 여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8일 백씨 가족들과 전농, 전국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보성농민회 등 농민들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19일 노동당 광주시당은 강신명 경찰청장을 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해 폭력 진압을 저질렀다며 형사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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