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여당 몫으로 참여한 위원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19일 오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조사하겠다면 전원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같은 계획이 담긴 해양수산부의 비밀 문서가 폭로된 것이다. 

이날 특조위원들은 해수부 비밀 문서가 폭로된 것을 모른 채 기자회견을 열었고, 해수부의 문서에 담긴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머니투데이 ‘더300’이 기자회견 시점에 맞춰 폭로한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서는 “특조위 관련 주요 현안 중 BH 조사 관련 사항은 적극 대응”하며, “(특조위 내부)여당추천위원들이 소위 의결과정상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필요시 여당추천위원 전원 사퇴의사 표명(부위원장 주재 기자회견 등)”을 명시했다.  

   
▲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단독입수한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1페이지. 사진=더300
 

전날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회는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의 전원위원회 상정을 결정했는데, 여당측 특조위원들이 이를 소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조사로 받아들이며 해수부 문건과 마찬가지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해수부의 비밀 문서는 이같은 특조위 흔들기의 명분으로 “진상규명 소위(10.20)시 신청서상 조사요청사항 중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소위원장(권영빈, 야당 추천)이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발언한 바, 소위 의결시 조사대상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참사 당시 VIP 행적)은 조사개시 결정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실제 여당측 특조위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진상규명소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행적 등 조사대상이 되지 않는 부분을 제외하고 조사사항을 5가지로 정리한 검토보고서가 제출됐다”고 말한 뒤 “그런데 야당 및 유가족 추천 위원들은 청와대 대응의 적정성이라는 조사신청서를 접수(9월29일)했다”면서 “처음부터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 19일 기자회견을 연 세월호 특조위 여당측 차기환(왼쪽부터), 황전원, 고영주 위원. 사진=포커스뉴스
 
 
 

또한 여당측 특조위원들은 해수부 문건에 나온 “공개적으로 특조위에 소위 회의록을 요청”이라는 지침과 동일하게 기자들에게 “속기록을 공개 신청하라.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걸 규탄하는 기사를 쓰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형식 역시 해수부 문건이 ‘부위원장 주재 기자회견 등’이라고 명시한 것처럼, 이 헌 부위원장이 ‘대국민호소문’을 별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더300은 이날 해수부 문건을 폭로하며 “해양수산부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청와대’(BH) 관련 조사를 개시할 경우 특조위 내 여당추천위원들이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항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하는 등의 ‘내부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문건은 이외에도 “특조위 내부 여당 추천위원들이 소위 의결과정 상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필요시 여당추천위원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한다”며 “여당 추천위원이 전원 사퇴하더라도 특조위 위원 구성상 의결행위에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위원회의 구성 및 의사결정상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함을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조위 활동기간과 관련해선 “현행 특별법상 특조위 활동기산일인 “위원회 구성일”로 해석 가능한 ‘임명장 수여일(3.9)’을 고수”하라고 명시했다. 

해수부는 또한 “특조위-정부간) 해수부-특조위 여당추천위원간 협조·소통채널 강화”를 지시하며, “BH 조사건 관련 해수부 장관 내정자 및 차관-부위원장간 면담, 해양정책실장-여당추천위원(부위원장 등) 명담(2차례) 시 旣(기) 협조요청"이라고 밝혀 특조위원들이 이미 정부와 비밀리에 ‘협조’해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건은 “부위원장이 특조위 상임위원회 회의시 동 건(BH 조사건)이 11.16일 특조위 전원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것을 독려"한다고 되어 있다. 

정부 파견 공무원들과 여당측 특조위원간 ‘정례 미팅’ 등 소통 강화 방안도 제시되어 있다. 사실상 특조내의 여당측 특조위원들과 파견 공무원들이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할 특조위가 아닌, 정부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인 셈이다. 

사건 당일 재난안전 관련 최종 컨트롤타워였던 청와대와 대통령이 어떤 업무를 진행했고, 보고와 집행이 적절했는지 등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적인 과제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에 대한 조사는 23일 예정된 전원위원회에서 개시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 사안이 진상조사 대상이 포함될 경우 여당측 특조위원들의 전원사퇴 등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세월호 특조위의 파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 추천위원인 고영주 위원은 “세월호가 만능이 아니지 않냐. 세월호 사고로 트집을 잡는거지, 세월호 사고와 대통령 행적과 무슨 상관이 있냐"며 “대통령은 더군다나 면책특권이 있는데 그걸 빌미로 조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역시 여당 측인 차기환 위원은 해수부 비밀 문건과 관련해 ‘해수부의 오더를 받았냐’는 질문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답했고 해수부와의 접촉 사실도 부인했다. 

   
▲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단독입수한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2페이지. 사진=더300
 
   
▲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3페이지. 사진=더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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