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방송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경제 뉴스가 단순한 정보 전달에만 그치기를 바라죠. 경제 전문가보다 아나운서가 경제 뉴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단순히 증시 이야기를 하더라도 변동 요인이 무엇인지를 아는 진행자는 패널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뉴스를 진행하면 단순히 ‘오늘 증시가 어떻습니까’ 정도의 질문밖에 할 수 없죠.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그 정도의 질문도 충분하다고 하더라고요.”

수많은 경제 진단 프로그램이 있고, 각 프로그램은 깊이 있게 경제 이슈를 진단한다는 목표를 내건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경제관련 뉴스나 보도를 통해 진보와 보수, 광고주의 압력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진단을 기대하긴 어렵다. 때로는 경제 뉴스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협찬 때문에 경제 분석 내용이 뒤집히기도 한다. 진보 진영에서 바라보는 경제와 보수가 바라보는 경제 이슈는 동전의 양면처럼 절대 겹쳐지지 않는다. 특히 경제 이슈는 경제 그 자체가 아닌 사회와 미디어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보고 싶은 면만 바라보고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 5일 YTN라디오에서 ‘김윤경의 생생경제’를 진행하는 김윤경 앵커를 만났다. 1996년 MBN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김 기자는 이데일리 창간멤버로 있다가 뉴스핌을 거쳐 현재 이투데이에서 기획취재부장을 지내고 있다. 경제와 국제 분야를 주로 취재해온 경제통이다. MBC와 CBS 등에서도 경제 분석 프로그램 코너 진행을 맡은 바 있다. 그만큼 경제 저널리즘에 대한 애정도 비판의식도 높은 편이다. 생생경제는 2013년 11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 경제 분야 기사의 주를 이루는 것은 증시 상황과 부동산 및 재테크 정보다. 김 앵커는 경제 분야 방송을 진행하면서 “경제 정보나 재테크 관련 내용으로 방송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김 앵커는 이러한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 앵커는 한국 언론 시장에서 특히 이념 프레임이 경제 분야 기사에 작용하는 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진보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정부 정책에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보수에서 주장하는 것 만큼 모든 문제의식이 경제 성장에 저해가 되는 것 또한 아니다. 

기업 문제를 다룰 때 특히 신문의 논조는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에 대해 사내 유보금 규모를 줄이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실행해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 성향 신문에서는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고 기업이 이윤이 많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없어요. 법인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인데 법인세를 감당할 수 없죠. 그렇다고 일부 대기업만 내도록 하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법인세를 올리라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이명박정부에서 법인세를 낮춘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것이 정상 수준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어요. ‘법인세의 정상화’라는 말은 구호에 가깝습니다.”

부동산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평가했다. 정책당국은 부동산 매매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는 정책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김 앵커의 지적이다.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에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를 낮춰주겠다는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상 어떻게든 집을 사게 만들고 부동산 가격을 올리겠다는 심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경제 정책을 다루더라도 단순히 ‘정부 비판’ 프레임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는 기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달 8월부터 소비확대를 유도한다며 사치성 물품에 대해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의 부과기준을 기존의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상향조정했다가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세금을 내리면 그만큼의 소비자가격이 내려가므로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정책으로 인한 실제 효과는 없었다. 정부는 두 달 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 혼선인 건 맞아요. 정책을 잘못 짠거죠. 다만 문제를 발견하고 정부가 잘못된 부분을 빠르게 바로 잡은 것도 맞습니다. 정책을 왜 했냐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수정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정부의 빠른 판단이었다고는 어느 언론에서도 안 쓰더군요. 정부와 정부 아닌 편을 나누는 프레임 안에서만 이슈를 분석하기 때문이죠.”

김 앵커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에 미디어 시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앵커는 “특히 미디어 시장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명쾌하게 나누고 그 입장에 맞게 이슈를 다루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종편에 나오는 평론가는 종편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남고, 진보 성향이라고 불리는 언론사의 기사는 그냥 ‘이 정권과 정책이 싫은’ 정도의 이야기만 되풀이하며 머문다”고 꼬집었다. 각자의 논리구조 안에 갇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기사만 재생산하는 셈이다. 

실제로 광고주가 기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인 저널리스트들의 생존은 취재·편집 인력을 5명 이상 고용해야 ‘매체’로 인정해주겠다는 신문법 시행령에 밀려 더욱 힘들어질 전망도 나온다. 매체에 소속되지 않고 뉴스펀딩으로 발행돼 살아남는 기사는 감성을 자극하는 기사이거나 사건사고 보도가 중심이다. 깊이있는 해석이 담긴 기사는 뉴스펀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어렵다. 

김 앵커는 오히려 경제 분야의 기사일수록 돈의 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 근간을 이루는 거대한 하부구조를 논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생활경제’라며 단순 증시 상황 분석이나 장바구니경제 등 피상적인 분석에만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모든 삶의 이야기들이 경제이며 정부의 전반적 정책과 모두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김 앵커가 “단편적인 사건사고형 경제기사보다 맥락을 짚은 경제기사가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디어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도 왜 언론 광고 시장은 바꾸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가요.  광고주의 영향력 때문에 마음대로 기사도 쓰지 못합니다. 특히 기업이 오너인 일부 경제지들이 심하죠. 진보와 보수로 명확히 나뉘지 않은 기사는 ‘기사거리가 안 된다’는 언론사 데스크들의 ‘게이트키핑’문제도 이에 한몫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가졌던 최대 장점인 ‘세상에 제대로 된 걸 알린다’는 자부심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것 아닐까요. 경제기사에서 그런 단면이 더욱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 김윤경 YTN라디오 '김윤경의 생생경제' 앵커. 현재 이투데이 기획취재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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