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는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방송 드라마 등장인물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실제 사회구성 비율을 비교·분석한 결과 방송은 실제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이 지난 6월29일부터 7월5일까지 지상파 3사(KBS2·MBC·SBS)와 종합편성채널(JTBC), tvN, OCN 채널의 저녁 시간대 11개 메인 드라마(사극 제외)를 분석한 결과, 등장인물 성별은 전체적으로 남성(60%)이 여성(40%)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통계청 조사(2010년 인구총조사)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여성(2415만 명, 50.3%)이 남성(2384만 명, 49.7%)보다 더 많다.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채널은 KBS2(75%)였으며 이어 tvN(70%)과 OCN(62%), SBS(52%), MBC·JTBC(49%)의 순으로 높았다. 

   
미디어오늘이 KBS 2TV 주말드라마 36편의 등장인물 175명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 남성 등장인물의 직업은 △사장 △의사 △회사원 △언론인 △자영업 순으로 많았고 여성 등장인물의 직업은 △주부 △회사원 △패션 관련 직종 △학생 혹은 취업준비생 △자영업 순으로 많았다.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드라마 등장인물의 직업도 서비스 판매종사자(29%)가 가장 많았고 전문가(25%), 사무종사자(18%), 단순노무종사자(11%), 관리자(9%), 블루칼라(6%), 실업자(2%)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블루칼라(25%)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서비스/판매종사자(21%), 전문가(19%), 사무종사자(16%), 단순노무종사자(13%), 실업자(4%), 관리자(1%)의 순이었다.

매체별로는 KBS2와 JTBC는 전문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SBS는 사무종사자의 비율이, MBC는 단순노무종사자의 비율이, tvN과 OCN은 서비스 판매종사자의 비율이 높게 나왔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1997년 10월11일 방영된 KBS 2TV 주말드라마 ‘아씨’부터 현재 방영되고 있는 ‘부탁해요, 엄마’까지 총 36편의 연속극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주변인물 175명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남성 등장인물의 직업 가운데 사장(CEO)이 가장 많았고 여성 등장인물의 직업 중에는 주부가 가장 많았다. (관련기사 : KBS 드라마인물 36편 남녀직업 분석해보니…)

특히 우리나라 총인구 중 장애인의 비율은 5%에 달함에도 드라마 등장인물 99%는 장애가 없었다. 장애를 확인할 수 있는 인물(1%)은 사고 후유, 기억상실, 입원, 청각장애, 하반신 마비, 휠체어 사용 등뿐이었고 주인공 대부분(96%)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KBS 2TV 주말드라마 총 36편의 주인공 직업을 조사한 결과 남자주인공은 의사, 여자주인공은 회사원이 가장 많았다.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17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주관한 '미디어 다양성 구현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 토론회 발표자로 나온 성욱제 KISDI 연구위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은 미디어 다양성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개념적 정의 및 계량화를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방송위원회(CSA)의 경우 지난 2006년 ‘기회균등에 관한 법률’ 통과로 2009년부터 지상파 방송사의 ‘다양성 바로미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성 위원은 “미디어 다양성은 국내 방송정책의 핵심적 내용으로, 실제로 방송법상의 많은 규제(소유규제, 채널구성 규제, 프로그램 편성규제 등)들이 모두 미디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우리도 미디어 다양성 조사 결과를 공표해 미디어 다양성 증진에 대한 방송사업자의 자발적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개발·제작 및 유통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로 나온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실장도 “국내 방송법은 다양성 제고와 관련된 근거 규정이 부재해, 다양성 관련 다양한 정책을 도입·시행하기 위해서는 근거 규정 제정이 필요하다”며 “방송법이 규범법이자 가치법으로 존재하는 이상, 다양성과 관련된 별도의 법령보다는 1차적으로 방송법 내에서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고, 미디어 다양성 조사 결과를 재허가나 재승인 시 일정 부분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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