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가 신문읽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보수성향 일간지만 후보에 올리는가 하면, 이번년도에 배포한 신문도 중앙일보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이 하나의 시각만 인정하고 유포하려는 것 같아서 불쾌하고 학교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중앙대 담당자는 “학생들 의견을 향후 설문조사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중앙대 학술정보원에 따르면 중앙대는 재학생의 경제사회에 대한 이해력 증진을 위해 신문읽기 캠페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으며 캠페인 담당자는 호응도에 따라 내년에도 신문읽기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신문읽기 캠페인 사업이 보수성향 신문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대는 학술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신문 선호도를 조사중인데 선호 신문 선택지에는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전부이다. 캠페인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조사 선택지에도 이 세 개 신문만이 후보로 올랐고 중앙일보가 1위를 차지했다. 

캠페인 담당자에 따르면 신문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한 신문은 1년 동안 중앙대 캠퍼스 곳곳에서 무료 배포된다. 실제 16일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 서울캠퍼스에는 각 단과대 입구와 학생회관, 도서관 입구 등에 ‘신문읽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일 무료 제공되는 신문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중앙일보가 비치돼 있었다.

 

   
▲ 16일 오전 중앙대학교 곳곳에 비치된 중앙일보. 사진=이하늬 기자
 

 

이에 대해 중앙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아무개씨(33)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어갔는데 조·중·동 밖에 없었다. 평소에 한겨레를 읽으니까 한겨레를 선택하려고 했는데 선택지에 아예 없었다”며 “대학 도서관이 편향돼있는 것도 문제지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대학이라면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대학생이 언론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논조의 신문은 배포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배포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또 학교가 학내 언론에 대해서는 점점 지원이 인색해지는 반면 보수언론의 신문을 배포하는 걸 보면 정말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등록금으로 이런 신문을 사서 배포하는 거라면 화가날 것 같다”고 말했다. 

문과대 안아무개(26) 학생은 “편향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무엇보다도 설문조사가 너무 허접하다. 최소한의 성실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로 캠페인을 벌인다니 황당하다”며 “안 그래도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점점 우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학교에서도 보수성향 신문만 제공하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해당 캠페인이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제다. 이날 신문을 집어가던 학생 대부분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료로 신문이 배포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현재 학술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사실을 아는 학생도 극소수였다. 한 학생은 “잡지는 다양하게 많은데 제공되는 신문은 중앙일보 뿐”이라며 “중앙일보가 신문을 무료로 제공하는 줄 알았다. 학교에서 구매해서 제공하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중앙대 학술정보원의 신문 선호도 설문조사 캡쳐
 

이에 대해 해당 캠페인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일간지를 선택지에 다 넣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3대 일간지라고 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지에 그렇게 넣은 것”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의견이 있다면 다음 설문조사에는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배포되는 신문 부수와 신문 구매 대금 등에 관해서는 “알아보겠다”고만 답했다. 

한편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종합일간지는 한겨레다. 한국대학신문은 지난달 열린 ‘2015 한국대학신문 대상’에서 전국 대학생 1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겨레가 신뢰도(24.6%)와 선호도(23.1%) 모두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신뢰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19.2%)와 중앙일보(13.2%)가 그 뒤를 이었으며, 선호도 부문에서도 경향신문(18.2%)와 중앙일보(15.4%)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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