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새누리당은 언론학자 대부분이 코웃음 친 엉터리 보고서를 근거로 포털뉴스 메인화면이 정부여당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다그침’에 “인터넷뉴스서비스심의를 위한 민간독립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식한’ 주장들이 모여 ‘여론 통제’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올해 유달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 개정안과 제도가 빈번히 등장한 점에 주목했다. 박근혜정부가 주류 신문과 방송을 장악한 상황에서, 정권연장을 위한 마지막 프로젝트로 온라인 여론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려의 근거가 되는 7가지 정황을 소개한다. 

   
 
 

임시조치 남발, 신고만 하면 일단 차단 

블로그나 카페에 올렸던 글이 갑자기 사라진 경험이 있다면 임시조치를 당한 셈이다. 포털은 임시조치 과정에서 게시 글의 내용을 판단하지 않는다. 조직적으로 임시조치를 신청하면 정부비판 글이 온라인에서 사라질 수 있다. 게시물을 차단당한 당사자가 30일 동안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게시물은 대부분 삭제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털이 시행한 임시조치 건수는 143만 건(네이버 97만8882건, 다음 42만7528건)이다. 5년 전 2010년과 2014년 임시조치 건수를 비교해보면 네이버는 3배, 다음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정원이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2015년 상반기 통신비밀자료 제공현황’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1851개) 대비 감청(통신제한조치)건수는 2832개로 크게 늘었다. 국가정보원이 전체 감청에서 차지한 비중은 98.6%다. 국정원은 올해 상반기 2791개의 전화번호/아이디에 감청을 진행했다. 이 자료는 통신 사업자를 통한 간접감청만을 집계할 뿐, 국정원이 자체적인 감청 장비를 이용해 직접 집행하는 감청 현황은 제외됐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전체적인 감청 규모가 얼마에 이를지는 짐작하기 어렵다”며 “국정원은 스마트폰 통화내용 수집 현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국정원이 2012년부터 RCS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내 이동통신 통화내용을 채록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JTBC는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5163부대가 이탈리아 보안업체로부터 감청프로그램(RCS)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해킹하는 기술에 관해 집중적으로 문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카카오는 최근 안팎의 정치적 공세 속에 사실상 국정원의 카카오톡 감청을 허용하기도 했다. 최근 SK플래닛은 T스토어 이용자에게 정치성향과 노조 가입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터넷기술의 발달로 무차별적 감시의 시대가 도래 했다. 대한민국에 ‘정보인권’은 없다. 

5인 미만 언론사 전격 퇴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인터넷신문 등록기준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2014년 말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5950여 곳이다. 기존 신문법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은 취재‧편집 인력을 3명 이상 고용하면 운영이 가능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취재‧편집 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인터넷신문 등록 신청 시 제출하던 ‘취재 및 편집 담당자 명부’ 대신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에 대한 가입내역 확인서’ 제출을 명시했다. 이미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령 적용대상이 된다. 앞으로 정규직 5명을 고용하지 못하면 언론이 아니다. 이제 기자의 자격도 국가가 정한다. 

2014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의 평균 기자 수는 4.5명이다. 정부가 ‘유사언론’과 ‘언론’의 기준을 5명으로 잡은 점이 절묘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강혁 변호사(민변 언론위원장)는 “결국 자본력에 따라 언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회적 소수자의 언론사 운영기회를 박탈하게 돼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회는 “정권의 통제가 어려운 인터넷신문 영역의 위축을 통해 보수 세력이 주도하는 종이신문 영역의 영향력을 유지·강화하고 정권에 보다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대착오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 명예훼손을 어버이연합이 심의 신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온라인 상 명예훼손 글에 대해 제3자가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끔 하는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현행규정에선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심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사자 요청이 없어도 삭제가 가능하다. 예컨대 인터넷에 대통령 비판 글이 올라오면 관변단체 요청에 의해 글 삭제가 가능해진다. 비판이 커지자 방심위측은 공인에 대한 제3자 심의신청은 제외하겠다고 밝히고 법원판결이 있을 때만 공인의 명예훼손 글에 대해 제3자 심의신청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개정 직전 말을 뒤집을 수도 있다. 이 개정안은 12월 중순 쯤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설령 공인에 대한 제3자 심의신청이 제한된다고 해도 무분별한 심의신청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언론중재위가 기사 삭제도 결정

지금은 언론보도 피해자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반론보도․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중재법 개정안에선 기사삭제청구까지 가능하다. 기사를 퍼 나른 블로그‧카페 복제물도 삭제대상이 된다. 현행법상 중재위는 중재대상인 기사를 퍼 나른 블로그 게시자나 기사를 링크한 SNS 이용자에게 삭제‧수정을 요청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재위는 “온라인에서의 완전구제가 어렵다”며 개정안을 냈다.

언론계에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무분별한 삭제요청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용상 언론중재위원장은 “위법하다고 판단된 기사는 온라인에서도 잊혀 져야 한다. 개정안 목적은 검색 엔진에서 위법한 보도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꿔 말 해,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기사는 온라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문제는 법원 판결이 늘 옳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포털 입점과 퇴출, 우리 손에 달렸다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매체의 ‘생사’는 포털사이트에 의해 좌우된다. 2015년 5월 기준 네이버 제휴언론사는 474곳, 다음 제휴언론사는 793곳이다. 포털은 올해부터 뉴스제휴언론사의 입점과 퇴출 권한을 신문협회‧방송협회‧경실련 등 15개 단체에 넘겼다. 그렇게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10월 출범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퇴출을 담당하는 퇴출기준소위원장에는 광고학회 연구이사 출신의 김병희 서원대 교수가 선임됐다. 김 교수는 신문 기고에서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기거나 기업 활동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포털이) 유사 언론 행태의 빈도가 높은 매체들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검색 제휴해지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김태호 전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를 뉴스제휴평가위원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뉴스 입점을 담당하는 입점기준소위원장에는 신문협회 추천을 받은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가 선임됐다. 신문협회는 조중동의 입김이 강하다. 입점권한은 기존 신문권력이 갖고, 퇴출권한은 광고주가 가져가는 꼴이다. 정부‧자본권력에 비판적인 매체들이 퇴출되거나 입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칭 ‘포털뉴스 서비스 심의위원회’ 설립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포털의 뉴스편집권까지 국가가 간섭하겠다는 발상이다.

방송심의 벌점 두 배로 강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월23일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 따르면 심의규정 위반의 경우 벌점을 현행보다 1.5배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하거나 재난방송·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어겼을 때 벌점은 현행보다 2배 부과된다. 방통위는 편성규정 위반 감점도 현행보다 1.5배 강화할 계획이다. 감점은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된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벌점 강화가 TV조선‧채널A 같은 종편에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방송사에도 재갈을 물릴 가능성이 높아 큰 틀에서 이번 개정안은 언론자유 침해로 접근해야 한다”며 개정안 반대의사를 밝혔다. 조선일보 또한 이번 개정안을 두고 “방통위가 벌점을 두 배로 늘리려는 심의 항목이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이다. 시각에 따라 정치적 해석이 다를 수 있는 예민하고 모호한 사안을 자기들이 판단하고 단죄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벌점 강화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방송을 길들이려는 정부의 채찍이란 지적이다. 

이미 박근혜정부가 지닌 ‘카드’는 많다. 정부여당이 다수를 임명하는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 KBS와 MBC의 경영과 보도방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350억 정부지원금을 지급하는 연합뉴스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TV조선 등 보수 성향 종합편성채널에는 ‘채널 연번제’라는 곶감을 안겨줄 모양새도 보인다. 이미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는 주요 신문사에 국민의 세금을 주고 정부정책 홍보성격의 기사를 ‘발주’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에서의 여론통제를 위한 장치까지 추가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정부의 ‘정권연장 프로젝트’는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일련의 표현의 자유 침해 흐름은 국정교과서와 연관돼 있다. 교과서에 이어 여론까지 통제해 사람의 머릿속을 일정하게 재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이 국정교과서로 상징되는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제도언론은 권력을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선거 결과는 뻔하다”고 전망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한국이 20년 만에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떨어졌지만 사회가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시민사회와 정당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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