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13일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지 45년이 흘렀다. 13일자 9개 아침종합신문에는 전태일 45주기를 알리는 기사는 없었다. 한겨레는 만평을 통해 45주기를 알렸다. 역사교과서가 국정화되면 노동운동과 민주화 부분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낸 언론마저 정작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을 외면한 것이다.  

다만 지난 12일 한겨레는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전태일의 동생인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민수 청년유니온 회장 등이 모였던 좌담회 기사를 실었고, 같은날 한국일보는 “국정교과서가 되면 새마을운동과 산업화의 비중이 늘어나고 노동운동을 했던 전태일의 역사를 구색 맞추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 13일자 한겨레 만평
 

다음은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세월호 선장 퇴선명령 안 해 승객들 익사시킨 것과 동일”>
국민일보 <“우리 딸, 고생 많았다”>
동아일보 <‘심판’ 자초하는 국회>
서울신문 <어려웠던 국·수 과탐에서 갈린다>
세계일보 <선거구 획정 시한 이번에도 못지킨 여야>
조선일보 <11월12일 1948년 戰犯 7명 교수형 선고받은 그날…>
중앙일보 <카카오. 우체국 펀드 판매 허용>
한겨레 <중, 북 접경 2곳 23년만에 ‘국가급 경협특구’ 승인>
한국일보 <밥그릇 더 챙기려…예산소위 증원 ‘추태’>

친박 홍문종 개헌 언급, 장기집권 전략?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에는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지난 1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뒤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발언이 실렸다. 홍 의원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도는 이미 죽은 제도”라며 “총선 이후 개헌을 해야된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가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 조합이 회자되고 있다”고 묻자 홍 의원은 “옳고 그르다를 떠나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답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김무성 대표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얘기를 꺼냈다가 청와대로부터 비판을 받은 이후 여권에서 개헌론을 금기시해 왔지만 친박계가 오히려 개헌론을 꺼내 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 13일자 조선일보 5면
 

지난 4일 SBS 방송을 통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4년 중임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해 논란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이런 점이) 앞으로 같이 고민해야 될 부분이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최경환 부총리 4년중임 개헌 시사 발언

이에 미디어오늘은 “최 부총리의 이날(4일)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장기적인 정국구상, 즉 퇴임 이후의 ‘안전보장’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내지 영구집권과도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교감을 거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개헌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한 친박계 핵심 인사의 말을 인용해 “박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이분을 모시고 계속 정치를 하자는 구상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최근 불거진 청와대발 TK(대구경북)의원 물갈이설을 개헌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며 “TK에서 일정한 의석만 확보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분권형 총리를 배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변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 신문은 “대통령이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개헌론은 친박계 일각의 구상에 머물다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개헌 입장도 분권형이 아닌 대통령 중임제였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이에 반발했다.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내 “정권의 실정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고 경제는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데 정권 실세들은 장기 집권을 위한 정략에만 골몰하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헌법,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인가, 권력의 도구인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이 홍 의원의 이원집정부제 개헌 발언을 전하는 동안 다른 신문들은 이에 침묵했다. 개헌을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장기집권 의도가 보인다는 점에서 개헌발언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개헌론이 권력을 연장수단으로만 언급된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4년 중임제 개헌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나왔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대체로 환영했고,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과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이 1987년 이후 20년 만에 겹친다며 개헌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은 대통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통치권력이나 권력구조 문제로 제한하면 개헌을 검토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긍정적인 신호를 표했다. 최근 최경환 부총리와 홍문종 의원의 개헌론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에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권리 장전’부분이 있고, 권력의 의무를 규정한 부분이 있는데 한국사회에서 전자는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 13일자 조선일보 1면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헌법에 규정된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오늘자 조선일보 1면 <가뭄이 복권시킨 ‘4대강’>등과 같이 환경을 파괴한 4대강 사업을 미화하려는 시도는 헌법에 ‘환경권’이 구체적으로 보장돼 있다면 반헌법적일 수 있는 보도다. 독재정권에 반발하며 나온 1987년 헌법은 국민의 존재를 천부인권이 아니라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으로 한정하는 등 30여년 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엔 철 지난 감이 없지 않다.  

즉 국민의 권리를 더 잘 보장하기 위해 개헌이 논의된 적은 없고, 권력에게 필요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같이 헌법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을 강행해 헌법이 무시되거나 최근 개헌론 발언처럼 권력의 도구로 전락했다. 

여야 선거구 획정 결렬 

내년 4·13 총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국회통과 법정 시한 하루 전인 12일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국회가 스스로 만든 공직선거법을 어기는 범죄 집단으로 전락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건 당리당략만 챙기는 여야의 반민주적 탐욕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를 한 석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2004년 이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법정 시한 내 지킨 적이 한번도 없다. 

   
▲ 13일자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에 따르면 12일 낮 1차회동에서 야당은 기존에 비례대표를 축소할 수 없다고 했던 입장을 바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비례대표 축소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요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로 새누리당이 만약 11%의 정당득표율을 얻고 지역구에서 10석을 얻었다면 비례대표로 23석을 채워서 전체 300석 중 11%인 33석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선거구 획정문제는 표의 등가성 원리에 따라 조정해야 할 문제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사표를 줄이고 정당에 지지한 국민의 표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승자가 독식하는 현행 선거제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비례대표 확대는 민주적인 제도일 수 있지만 새누리당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여야의 2차 회동은 10분 만에 끝났다.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는 말은 좋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과반 의석을 깨는 제도”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대표까지 나서 사흘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돼 선거구 획정 논의는 다시 정개특위로 넘어가게 된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정개특위 활동 기간을 다음달 15일까지 연장했다.   

신문들은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밥그릇 지키기’에 국민은 없다>에서 “과거와 달리 올해는 헌재 결정에 따라 해를 넘기면 현행 선거구 구역표 전체가 무효화 돼 행정상으로 큰 차질이 생긴다”며 시한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도 선거구 획정 시한을 넘겼다며 비판했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못하더라도 12월15일 이후 예비후보에 등록한 사람이 연말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를 넘기면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정치신인들에게는 불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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