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의 국민투표. 이것은 우리 모두의 함성이다. 지금은 을과 병으로 몰락했지만 사실은 우리가 갑이다. 주권자임을 기억하며 갑들의 국민투표를 제안한다.” (김중배 자유언론실천재단 고문) 

국민투표 실행본부(실행본부)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개혁인지, 재앙인지’ 묻는 국민투표(당초 12일까지로 예정)를 오는 25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실행본부는 지난달 13일부터 투표소 1만개를 목표로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시작해 11일 현재까지 전국 103개 지역(시군구단위기준), 784곳에 2103개 투표소를 설치했다.   
   
실행본부는 11일 오전 대표자회의를 통해 “확대되는 국민투표의 흐름을 고려”해 국민투표를 연장하고 오는 28일(토) 서울 도심(광화문이나 시청광장 또는 새누리당사 앞)에 투표함을 모두 모아 개표하겠다고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오프라인 투표에 집중했지만 이들은 앞으로 온라인 투표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온라인 실행본부장을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아직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현재까지 1만5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며 “100만명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투표는 실행본부 홈페이지(www.votechange.kr)를 통해 할 수 있고, 오는 17일부터는 해시태그 ‘#1117국민투표’를 달아 SNS 등에 올려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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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표 당일에는 ‘당사자가 말하는 박근혜 노동법 체험 박람회’를 부대행사로 준비해 요리사·설치수리기사·요양보호사·만화가 등 노동자들이 직접 20여개 비정규직종 부스를 설치해 ‘박근혜 노동법’이 만들 일자리 현실을 고발하고 이에 반대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8일 개표 행사는 오후 1시~8시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앞 국민투표소
 
   
▲ 구미역 앞 국민투표소
 

실행본부는 11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국민투표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여러 노동자·시민사회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는 박경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대병원 분회장도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9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해 취업규칙을 변경해달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지만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아(찬성 28.59%)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노동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박경득 분회장은 “병원은 법과 원칙이 중요한 곳이고, 오류나 잘못을 봤을 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한 데 이것들이 모두 무너져 병원장의 행정독재가 일어나는 곳”이라며 “이는 노동자탄압인 동시에 생명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장의 취업규칙 변경 신청이 법률적으로 하자가 있다며 노동청에 고발했다.

이어 박 분회장은 “고통 속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질병이라는 절망을 안고 병원에 들어온 환자들이 먼저 국민투표함을 보고 찾아와 투표를 한다”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해 투표를 독려했다. 

노동자에 대한 억압은 반복된다. 지난해 109명의 해고자 복직을 위해 177일간 노숙농성 등으로 투쟁했던 희망연대 케이블방송비정규직노조 김영수 지부장은 “지난해 많은 분들의 연대로 해고자들이 복직해 일을 하게 됐는데 (올해는)노동개혁이니 노동개악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투표를 하면 (노동개악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무너져버릴 것 같으니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통신업계인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사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영수 지부장은 “거대 통신대기업이 방송까지 장악해, 박근혜 대통령이 KBS나 MBC를 좌지우지 하듯 할까 우려스럽다”며 “방송 공정성을 외치며 싸워야 한다. 국민투표와도 연계해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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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당은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헬조선을 탈옥하라’는 주제로 노동개악 반대 전국순회를 진행 중이고, 서울지하철노조는 왕십리역, 신도림역, 명동역 등 환승역 중심으로 국민투표소를 설치했고 노동개악 내용에 대해 알리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지금도 장애인·성소수자·청소년 등이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해 인권침해와 차별을 당하고 있는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되면 인권의 문법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성과와 능률이라는 자본의 문법만이 횡행하게 돼 더 이상 인권을 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 국민투표실행본부가 11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박근혜정부의 노동법이 노동개혁인지 재앙인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당초 12일에서 오는 25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한편 11일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시작된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5대 법안은 오는 16일까지 환노위에 상정될 예정이며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채 19대 국회 회기가 끝날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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