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은 지역 독자들과 상생한다. 일부 지역 신문들은 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지역 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독자와 함께 기사 콘텐츠를 논하고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하거나, 지면 하나를 지역 내 인물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담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관으로 열린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는 지역신문들의 여러 혁신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 중 ‘독자와 함께 지역 속으로’라는 섹션에서는 중도일보와 경남도민일보, 설악신문 등 지역신문들의 독자들과의 밀착도를 높인 사례 발표가 있었다. 

충남지역 언론인 중도일보에서는 다문화기자단 사업을 통해 지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도일보는 지난 2013년부터 도내 5개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함께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다문화 가정의 결혼 이주 여성이 참여하는 다문화기자단을 운영했다. 

다문화기자단 운영은 중도일보로서는 지역 이슈에 직면하는 방법이었다. 충청남도 지역 거주 외국인은 올해 1월 기준으로 8만명을 돌파했고, 국제 결혼 이주자 역시 1만4019명에 달한다. 특히 천안, 아산, 당진 등 수도권에 가까운 3개 시·군 지역에 국제결혼 이주자가 많았다. 

   
▲ 중도일보의 지난 10월7일 지면 갈무리.

중도일보는 지역 내 결혼 이주여성들의 한국 사회 적응도를 높이고 한국문화 습득을 높이기 위한 언론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특히 신문시장의 축소라는 현실에서 다문화 가정의 신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결혼 이주 여성들로 구성된 65명의 다문화기자단이 월 1회씩 중도일보 다문화 지면에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다문화지면 운영은 다문화기자단으로 참여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국 사회 적응도를 높이는 결과와 함께 지역민에게 다문화 가정을 알려 지역 사회 통합 기능도 이끌었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취재와 기사작성을 직접 수행하면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또한 관계기관이 지원해 다문화가정에 신문을 무료로 구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문 영향력도 높이고 신문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도 꾀했다. 

물론 운영 상의 어려움도 있다. 충남 5개 지역에서 돌아가며 한주에 한번씩 기사를 작성하며 지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자단의 지속적인 활동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기자단 활동의 어려움 중 하나다. 

중도일보 취재3부 김의화 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지역민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바람으로 시작한 시도였다. 지난 3년 간 보람도 컸지만 어려움도 컸다. 다문화기자라는 자부심과 사명감만으로는 활동을 지속하기 매우 어려워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남도민일보는 기자와 독자 간 소통을 늘리는 전략을 취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독자 밀착 이벤트를 기획했다. 기자가 독자들이 만나기 어렵고, 출입처 사람들만 대면할 수 있는 존재였던 기자로서의 ‘가면’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역 내 주요현안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독자들과의 만남은 지역 내 문제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얘기하고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 경남도민일보의 지난7월24일 1면 '몰비춤' 지면 갈무리.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수경 편집국장은 “지난해 겨울과 올해 봄, 올해 가을 등 총 세 번에 걸쳐 열렸던 독자와의 만남 행사는 대성황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독자들은 기사를 쓴 기자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도를 보였다. 기자와 독자의 구분 없이 지역 내 현안과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입장에서도 소통의 장을 통해 독자가 제안한 아이템들을 취재하고 지면화하면서 신문 콘텐츠를 한층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독자와 기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특히 경남도민일보의 시도는 ‘몰비춤’이라는 1면 주말기획으로 실현됐다. 몰비춤은 지역의 가장 이슈가 되는 아이템이나 타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사람이야기 등 지역 내 이야기를 1면 전체에 싣는 기획이다. 잡지처럼 기사 하나와 사진 하나만으로 1면을 전부 채우는 시도는 지역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남도민일보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주는 기획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수경 편집국장은 “공공저널리즘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기자가 기자라는 권위의 가면을 벗고 독자를 자주 만나는 데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 설악신문의 지난5월25일자 지면 갈무리.

설악신문은 지역 전문가를 통해 지역 전문기사를 게재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강원도 속초 지역 중심인 ‘설악권’ 독자들을 주 독자로 하는 설악신문은 지역 전통 문화와 관광 콘텐츠 등의 분석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깊이있게 담아낸다. 

장재환 설악신문 편집국장은 “지역 문화와 관광 콘텐츠를 기사로 깊이있게 다뤄냄으로써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속초라는 지역 특성에 기반한다. 속초 지역이 전통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이 부족한 탓에 자연관광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언론에서 지역에 대한 인문학 해석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 산업 활성화 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설악신문에는 3명의 지역 전문가가 격주로 1면씩 기사를 게재한다. 이들의 지역 밀착형 분석 기사는 지역 주간지로서의 콘텐츠의 깊이를 더할 뿐만아니라, 인력 부족이라는 지역 신문의 현실적 여건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또한 전문가들이 직접 지역의 현실을 조명한 질 높은 기사를 게재하면서 지역 내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효과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 지난 6일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사례 발표를 진행한 장재환 설악신문 편집국장. 사진=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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