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주의 잔재로 여겨져 일선 학교에서 사라졌던 ‘반공웅변대회’가 한 교회에서만 9년째 열려왔으며, 현역 장교와 사병들이 연사와 심사위원 등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강제일교회는 지난 2007년부터 전국 교회의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학생 등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웅변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별세한 평강제일교회의 박윤식 원로목사는 6·25 참전 상이군인 출신으로 웅변대회는 그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익, 보수 관점에서 쓰인 저서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를 펴낸 박 목사에 대해 2013년 10월 국방부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의 저술과 보급 등의 이유로 박 목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교회가 만든 ‘우익’ 역사책, 국방부 장관이 직접 감사패>

   
▲ 평강제일교회 장로인 호준석 YTN 앵커(왼쪽)는 나라사랑 웅변대회 사회를 맡아왔다. (사진=평강제일교회 유튜브)
 

‘제9회 나라사랑 웅변대회’는 지난 6월 25일 열렸다. 박성규 전 1군사령관, 류성식 육군부사관학교장, 정대현 전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 신하영 육사 총동창회 기획실장 등 군 장성들이 참석했다.

2013년 제7회 대회 때 처음으로 일선 군 부대의 자체 예선을 거친 장교, 사병 등이 참가했으며 이 대회 심사위원장은 이인호 현 KBS 이사장이었다. 평강제일교회 장로인 호준석 YTN 앵커는 대회 진행자를 줄곧 맡아왔다.

연사로 참여한 현역 군인들은 “종북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등 논란이 될 만한 발언도 서슴없이 꺼냈다. 2013년 대회 연사로 참여했던 신병교육대대 소대장 김아무개 소위(당시 나이 26세)는 “지금 군복을 입고 이 자리에 서있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나라 역사에 대해서 무지했으며 안보의식도 부족했다”며 “하지만 평강제일교회에 나오면서 매주마다 애국심과 안보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소위는 “국민들은 안보불감증에 걸려 있으며 사회 내부 깊숙이 종북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이들은 사회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마치 미국이 우리의 주적인양 선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2013년 제7회 나라사랑 웅변대회 연사로 참여한 당시 신병교육대대 소대장 김아무개 소위. (사진=평강제일교회 유튜브)
 

그는 “종북세력들과 북괴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현재까지 같은 수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를 좀먹이고 있으며 이들의 목적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공산화, 적화통일”이라며 “월남도 공산화 당시 지금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 내부 곳곳에 위장간첩이 침투해 있었다. 그들이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종교인 심지어 군 내부까지 침투했던 결과 600만 명이 학살당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소위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친일파인 그가 남긴 업적이 무엇이냐’고 비난한다”며 “저는 그들에게 ‘나라를 잃을 수도 있는 혼란과 격동의 시기에, 이미 패배가 확실시된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것보다 더 큰 업적이 무엇이 있겠냐’고 되묻고 싶다”고 했다.

   
▲ 제7회 나라사랑 웅변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인호 KBS 이사장(맨 왼쪽). (사진=평강제일교회 유튜브)
 

같은 대회 연사로 참여한 육군 102기갑여단 이아무개 상병은 “북한군 대포 70% 이상이 우리 피부를 녹아내리게 하고 고통 속에서 차라리 죽여달라 외치게 만드는 화학탄”이라며 “김정은이 지금 당장 포격명령을 내린다면 3분 안에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는 것이 북한의 실상”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열린 제9회 대회에서도 육군부사관학교 복무 중인 황아무개 일병(22)이 연사로 참여해 “고 박윤식 목사가 학교에 기증해주신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를 읽으며 우리가 잊고 있던 호국영령의 희생정신과 감사함을 같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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