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부장관이던 지난 2013년 우익‧보수 편향으로 근현대사를 기술한 한 원로목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3년 10월7일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박윤식 평강제일교회 원로목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평강제일교회가 발간하는 책자(참평안)에 따르면, 이날 감사패는 “왜곡된 역사관과 편향된 사상을 바로잡기 위한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의 저술과 보급, 그리고 50년간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목회해 온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는 것.

   
▲ 고 박윤식 평강제일교회 원로목사(왼쪽)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평강제일교회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는 지난해 별세한 평강제일교회의 박윤식 목사가 펴낸 4권의 책이다. 1권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2권은 1946년 대구 10·1사건과 1948년 제주 4·3사건, 3권은 1948년 여수·순천 사건, 4권은 6·25전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평안에 따르면, 김관진 장관은 감사패 문구 작성까지 직접 챙기고 수여식도 본인이 반드시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감사패 증정 후에는 40여 분간 박 목사와 대한민국의 역사관과 국가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고, 환담 후에는 (김 장관이) 직접 배웅을 할 만큼 최고의 예우를 했다. 

이날 김 장관은 “누구도 전쟁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이때에 평강제일교회는 마치 전 성도가 유사시에 대비하여 전시동원체제를 갖추고 준비하는 교회 같다”며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술이 매우 사실적이라 전 국민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원로목사님의 사상과 나의 사상이 정확히 일치해 평생 원로목사님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부장관이던 지난 2013년 우익‧보수 편향으로 근현대사를 기술한 고 박윤식 평강제일교회 원로목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평강제일교회
 

박 목사의 저서 ‘근현대사 시리즈’는 우익‧보수적 관점에서 쓰인 책으로 여러 군부대에 전달됐다. 박 목사는 이 책에서 제주 4‧3 사건에 대해 “남로당이 북한 김일성 세력과 함께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려는 목적으로 일으킨 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데도, 아직도 그것을 민중봉기 또는 민중항쟁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의 공권력에 과감히 도전하고 군인‧경찰을 학살자로 규정하는 자들이 있다”며 “이러한 자세는 국가정체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기술했다. 

이 책의 부록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는데, 박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오랜 가난을 벗고 자립경제‧자주국방‧세계 속의 한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 민족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민족 중흥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평강제일교회 홍보영상에 따르면, 강원 철원 3사단 백골부대, 경기 평택 2함대 사령부, 서울 노원 육군사관학교 등 각종 군부대 등에 이 책이 전달됐고, 군부대 요청으로 39사단을 비롯해 85회 이상의 강연이 이뤄졌다. 

평강제일교회는 홍보영상을 통해 “우리나라는 현대사에 대한 청소년들의 무지와 무관심이 좌경화의 시작이 되고 있다”며 “군은 이러한 문제를 직면하여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근현대사 시리즈가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업로드한 지난 8월 보수단체의 건국절 행사. ⓒ미디어몽구
 

평강제일교회는 지난 8월15일 보수단체의 건국절 행사에서 어린이 합창단의 반공주의 노래 가사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평강어린이역사노래 합창단’이 이날 행사에서 반공주의 노래를 불렀던 것.

합창단은 “1948 4.3 사건 제주 계엄령 8일 만인 27일 반란은 진압”, “10월 28일 여수 14연대 해체 반란군은 지리산 빨치산 됐네”, “북한인민 배고파도 핵무기 개발 군사력”, “속지말자 공산당 거짓평화”, “물리치자 공산당 거짓분열” 등의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불렀다. <관련기사 : 어린이합창단의 외침 “물리치자 공산당 거짓분열”>

이 교회는 매년 ‘나라사랑 웅변대회’를 개최하며 올해로 9번째를 맞았다. 지난 7회 대회에서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 이인호 현 KBS 이사장이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감사패를 전달한 까닭’에 대해 “국방부가 답변할 사안은 아니며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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