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월드컵경기장 안의 광고영업권 논란으로 경기장 관리운영 주체인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재단’)과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 수원삼성 프로축구단(이하 ‘수원삼성’)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수원삼성 또는 축구팬으로서는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재단과 수원삼성 사이의 주장이 엇갈리는 점도 있고 계약상 분쟁의 사정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쪽을 일방적으로 편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 문제에 대해선 다음 칼럼에서 다루려고 한다.

재단과 수원삼성 사이의 갈등에서 프로축구계 일부 인사들이 수원삼성의 편을 들면서 그 근거의 하나로 프로축구는 ‘공공재’(公共財)라고 하였다. 프로스포츠와 경기장을 공공재라고 한 주장은 그동안 프로축구 뿐 아니라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계에서 줄곧 있어왔다. 프로스포츠, 특히 경기장에 대한 개선 및 운영에 대한 지방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양보를 요구하면서 그 근거의 하나로 공공재론을 펼쳤던 것이다. 과연 공공재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나는 이번 기회에 프로스포츠 경기와 경기장이 과연 공공재로 봐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자 한다.

먼저 ‘공공재’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공공재(public goods)는 어떤 경제주체에 의해서 생산이 이루어지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의 공공재 특성으로 한 사람이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의 ’비경합성‘과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도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의 ’비배제성‘을 든다. 이러한 공공재의 대표적인 것이 국방서비스, 치안서비스, 도로‧철도‧항만 등의 교통서비스이다. 국방과 치안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기업을 설립해 공공재의 생산, 관리를 대행시키고 있다.

   
▲ 수원삼성블루윙즈 홈페이지
 

경제학적 측면에선 프로스포츠는 공공재가 될 순 없다

프로스포츠가 생산하는 ‘리그’라는 제품은 소비(관람과 시청)라는 측면에서 위에서 말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프로스포츠 경기는 사경제 주체인 프로스포츠 단체, 구단, 선수단‧스태프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형성되고 그들의 자유의사에 의해 소멸될 수도 있으므로 생산이라는 측면에서도 공공재의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 경기와 프로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장소인 경기장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공재’가 아님은 분명하다.

아마 프로스포츠계에서 말한 공공재는 소비자인 국민(정확히 말하면 관중이나 시청자이겠다)에게 여가 활동 제공이라는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 공익‧공헌적 기능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월드컵‧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단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그런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계가 말하는 공공재는 경제학적 개념이 아닌 사회‧문화적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다(사회학적으로 공공재라는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국민에게 여가와 관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회 공익‧공헌적 기능과 역할을 한다고 해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프로스포츠를 ‘공공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경마’, ‘경륜‧경정’이라는 스포츠도박(사행) 사업과 그 경기장(본장과 장외발매소)도 우리는 ‘공공재’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경기장을 찾는 국민들에게 여가 활동이라는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당금을 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그 사업의 수익금 일부가 기금으로 조성되어 사회에 환원된다. 소비자 숫자를 보더라도 그렇다. 경마 사업만 보더라도 한 해에 경기장을 찾는 입장객(이용객) 숫자가 1500만 명을 넘는다(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입장객이 1,529만 명이다). 프로야구 한 해 관중 숫자의 2배가 넘는다. 위와 같음에도 우리는 ‘경마’, ‘경륜‧경정’사업과 경기장을 ‘공공재’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럽다. 화상경마장 도심 설치 문제를 보면 더욱 그렇다.

   
▲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32강전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후반전 수원 염기훈이 전남 최효진과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회‧문화적 측면의 공공재가 되려면 그에 상응한 반사회적 행태의 근절이 있어야

우리 프로스포츠가 생산하고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어떨까?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감동과 오락이라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지만 다른 한편으론 실망과 허탈이라는 ‘공해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이지만 거액의 해외 원정 도박이나 불법 도박, 심지어 승부조작 사건은 프로스포츠의 반도덕, 반사회적 행태를 보여준다. 일부 선수들의 사생활 논란도 불필요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겠지만 프로스포츠 단체와 일부 구단들이 보여준 사회 인권의식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조직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 행태도 그렇다.

프로스포츠가 ‘공공재’인지 ‘사유재’(私有財)인지 이론적으로 밝히는 것은 사회적 측면에서 쓸모가 거의 없다고 본다. 공공재라고 본다면 오히려 프로스포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규제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프로스포츠 발전의 관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애정어린 시선을 모으는 것이다. 프로스포츠계의 공공재 주장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필자는 운동선수 출신의 변호사이다.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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