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청와대를 향해 '폭탄'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정교과서에 사활을 걸고 속도전을 내고 있는 교육부의 발목을 잡는 등 발언의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국정교과서 추진 주체와 관련해 정권의 입김을 최대한 감추려고 하고 있는 청와대를 향해 작정한 듯 집필진 구성부터 청와대와 접촉한 내용을 폭로해버렸다. 최 교수의 발언은 단순 실수로 보기 힘들다. 정부 입장에선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가 됐다.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 교수는 4일 오후 자신의 자택에서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기자들이 불만이 많다"며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언급했다. 공개 집필진 발표날인 4일 청와대에서 친분이 있는 현 수석을 통해 직접 자신에게 연락해 기자회견 참석을 종용했는데 제자들이 만류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 교수는 “말이 대표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표 집필진”이라며 "나를 끌어들여야 김(정배) 위원장이 산다"고 말했다.

근현대사를 담당하는 집필진이 이번 국정교과서의 핵심 집필진이고 자신은 눈가림 혹은 방패막이 용으로 선정된 집필진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고대사에 민족주의를 과도하게 반영해 국정교과서의 반발을 누그려뜨리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는데 고대사 집필을 맡은 최 교수가 이 같은 지적을 시인한 셈이 됐다. 국정교과서 반대 쪽에서 근현대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근현대사 내용 수정이 이번 국정교과서의 주요 방향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 것이다.

최 교수의 폭탄 발언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어제 (집필진 확정) 기사가 나가서, 오늘 아침 김(정배) 위원장을 만나면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 사표를 내겠다'고 말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그런데 김 위원장이 '선생님, 아주 잘하셨다'면서 '위쪽 평가가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최 교수는 애초부터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마지못해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은 국정교과서 비판 여론의 '방패막이'일 뿐이라고 토로한 것이다.

   
▲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노컷뉴스
 

 

최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비보도를 요청했지만 청와대 개입 정황을 적나라하게 밝혀버린 것을 두고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집필진 구성부터 궁지에 몰린 청와대의 모습을 폭로하는 꼴이 되면서 최 교수가 과연 대표 집필진에 계속해서 남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는 최 교수의 폭탄 발언에 대해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청와대 쪽에서 최 교수의 기자회견 참석을 요청했다는 내용에 대해 함구하면서 최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최 교수에 대한 발언을 논평했을 때 논란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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