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언론인 4700여명이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독선과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오만함”이라며 규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현업 언론인 1차 시국선언 성명서를 통해 “언론인의 양심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전체 49개사 현업언론인 4713명이 참여했다. 

성명서에서 언론인들은 이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가 ‘90%의 역사학자와 80%의 집필진이 좌파’라며 여론을 호도한다”며 “족벌신문, 종합편성채널 등 여론 통제 수단을 총동원해 국정화를 밀어붙일 뿐 다수 국민의 반대 여론에는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국정교과서의 집필거부에 나섰다”며 “청소년과 현장의 교사, 학부모까지 역사교육의 획일화와 정치적 편찬에 불복종을 선언하고 있다”고 짚었다. 

언론인들은 또한 “정부는 ‘아이들에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선 안된다’면서 국민에게 패배를 강요하고 있다”며, “현행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끔 기술돼 있다’면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독선에 굴종하기를 고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 역행,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 불복종을 선언하고 언론주권자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국민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와 저항의 역사를 반드시 지켜내고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2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업 시국선언’을 결의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신문광고 비용 마련을 위해 1인당 1만원씩 모금했으며 해당 광고는 4일 총 9개 신문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시사IN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등에 실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와 KBS 등 일부 언론사에서는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의사표시’라며 동참할 경우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 지난달 22일 언론노조 대표자의 기자회견 결의문 낭독. 출처=언론노조.
 

아래는 성명서 전문. 

[현업언론인 1차 시국선언] 언론인의 양심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합니다

정권에 일방적인 줄서기를 강요하는 언론장악, 노동자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빼앗는 노동개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의 뿌리는 동일합니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는 독선과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오만함입니다.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역사 과목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2년 헌법재판소가 역사 교과서에 대해 ‘국정화’보다 ‘검인정제’나 ‘자유발행제’ 채택을 권유한 까닭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국정교과서의 집필거부에 나섰습니다. 청소년과 현장의 교사, 학부모까지 역사 교육의 획일화와 정치적 편찬에 불복종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현행 역사교과서의 어느 부분이 편향되었는가?”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정부는 정확한 답변과 자료를 내놓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는 “90%의 역사학자와 80%의 집필진이 좌파”라며 여론을 호도합니다. 족벌신문, 종합편성채널 등 여론 통제 수단을 총동원해 국정화를 밀어붙일 뿐, 다수 국민의 반대여론에는 눈과 귀를 닫고 있습니다.

정부는 “아이들에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선 안된다”면서 국민에게 패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현행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끔 기술돼 있다”면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독선에 굴종하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권력의 입맛대로 기록하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합니다.
역사 역행,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 불복종을 선언하고 언론주권자 국민과 함께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와 저항의 역사를 반드시 지켜내고 기록하겠습니다.

2015년 11월 3일 
49개사 현업언론인 4,713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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