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황 총리는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학생들이 우리나라와 우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며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교과서가 무엇이 문제인지, 왜 국정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리 및 사례는 △6‧25전쟁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서술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서술 △북한의 반인륜적 군사도발 외면 △교과서 집필진, 정부 상대 소송 남발 △김일성 헌법 및 주체사상 선전 △교과서 집필진의 편향성 △학교의 교과서 선택권 실력 저지 등이다. 

① 6.25가 남침 아니라 나와 있다고?

황 총리는 이날 프레젠테이션(PT) 설명을 곁들이며 “남북 간 38선의 잦은 충돌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미래엔 교과서는 6‧25 전쟁 동기에 대해 남북 공동책임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황 총리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하지만 교육부 검정을 통과해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8종 역사 교과서 가운데 6‧25 전쟁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기술한 교과서는 단 한 종도 없다는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확인돼 온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관련 내용은) 교육부가 수정 지시를 해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6·25 전쟁 책임과 관련해 남북공동책임이라고 쓰여 있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주장”이라며 “미래엔 교과서 317쪽을 보면 그렇게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미래엔 교과서를 보면 ‘북한이 전면 남침했다’고 돼 있다. 북한의 전투명령도 실려 있다. 6.25 발발 3일 전에 전투명령이 내려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② '정부 수립'이란 말이 국가 정통성 부정?

황 총리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UN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했다”며 “이러한 명백한 사실에 대해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된 역사교과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정권수립’도 아닌 ‘국가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오히려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황 총리 주장이다. 

이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논리와 맞닿아 있다. 뉴라이트 진영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국민, 영토, 주권이 갖춰졌기 때문에 ‘정부 수립’으로 의미를 축소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949년 공포된 제헌헌법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규정했고, 헌법 전문 역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뉴라이트 진영은 1945년 8월15일과 1948년 8월15일 사이의 3년을 건국 운동기라고 보고 있다”며 “이 사이 3년을 평가하면서 ‘항일’의 가치를 누락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세력이 3년 동안 벌어진 반공투쟁을 애국투쟁, 건국투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③ 천안함은 폭침, 빠지면 안 된다?

황 총리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발은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픈 역사”라며 “그러나 일부에선 북한의 이런 만행을 미국의 소행으로 왜곡하거나 암초에 부딪혀 좌초된 우발적 사고인 양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떤 교과서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사실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침몰 문제는 2013년 검정 당시 정부가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이다. 교육부는 카드뉴스 등을 통해 “2013년 검정 당시 역사교과서 2종은 이 사건이 북한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아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았다. 8종의 역사교과서 중 3종에서는 지금도 천안함 피격 사건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동안 ‘천안함 피격 사건’을 교과서에 포함하라는 집필기준을 내놓은 바가 없다. 2013년 검정 당시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보면 ‘(천안함 피격 사건을 다룰 경우) 천안함 피격 사건의 주체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지시나 기준은 아니었다.

   
▲ 황교안 국무총리. ⓒ 연합뉴스
 

④ 올바르게 고칠 것 요구했는데 반발했다고?

황 총리는 “정부가 사실 왜곡과 편향성이 있는 교과서 내용을 올바르게 고칠 것을 요구해도 상당수 역사교과서 집필진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필진들이 끝까지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소송까지 제기한 부분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서술하여 주체사상의 실체를 사실과 다르게 오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 6.25 전쟁을 남북한 공동책임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인용사례 등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자 협의회(한필협)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우리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집필과정에서 역사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려고 했고, 교육부를 비롯해 여러 통로를 통한 오류 지적도 타당한 것이라면 수용하여 바로잡았다”며 “다만 현재 우리 집필자들이 교육부의 수정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그 명령이 ‘적법하고 유효한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그해 10월 교학사 교과서 오류 251건을 포함해 8종 교과서의 서술 829건에 대해 수정·보완을 권고했다. 이후 교과서 발행사는 수정·보완 내용을 제출했고 교육부는 이 가운데 41건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집필진 11명이 수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주장은 수정명령의 절차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수정명령 내용 역시 특정한 사관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교육부의 권한을 일탈했다는 주장이다. 

미래엔 집필에 참여한 원고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8개월 검정 과정에서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을, 교학사 교과서가 문제가 되니까 전체 교과서를 일괄해 수정명령을 내렸다. 심의에 누가 참여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을 누락한 채 황 총리는 이날 소송만 문제 삼았다. 

⑤ 주체사상 선전하는 교과서가 있다?

황 총리는 “일부 지도서에는 김일성 일대기를 소개하고, 김일성 헌법 서문을 그대로 알려주며, ‘6.25전쟁은 이데올로기의 대리전이자 민족 내부의 갈등이 얽혀 발발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라고 가르칠 것을 지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문제집에는 주체사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사상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 김일성 주체사상을 답하도록 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에서 대표적으로 문제 삼았던 것은 금성출판사 자습서 겸용 문제집이었다. 김일성에 대한 설명의 옳고 그름을 묻는 문제였는데, 문제 설명을 위한 말풍선에 북한 주민의 가상 대화를 꾸며 넣은 것이었다. 

이 문제에서 한 북한주민은 ‘만경대에는 왜 오신 거죠?’라는 질문에 “만경대에 온 이유는 위대한 ’수령‘님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우리에게 성지이다”라고 대답을 했고, 이와 관련해 ‘수령’이 누구인지를 묻는 문제에 불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북한의 우상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가상 대화임에도 김무성 대표가 악마의 편집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세습체제 33회, 우상화 15회, 개인숭배 10회, 독재·권력독점 35회, 유일지배체제 26회 등 총 119회로 북한에 대해 검인정 교과서가 북한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북한을 찬양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정부·여당의 색깔론을 반박했다. 

현행 교과서의 내용이 친북 성향이라 수정해야 한다면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교육부는 ‘주체사상’ 용인한 집단이 되게 된다. 교육부가 지난 9월 고시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사회과 한국사 파트를 보면 ‘북한의 변화와 남북 간 평화통일 노력’을 학습하기 위한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등을 명시하고 있다.

⑥ 전교조가 교과서 장악?

황 총리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다수는 특정단체, 특정학맥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새 교과서가 발행될 때마다 매번 집필진으로 반복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에 출판된 한국사교과서를 집필한 37명 중 28명이 2014년에도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을 만큼, 특정 집필진들이 한국사교과서를 주도하고 있는 구조”라며 “정부가 수정명령을 해서 수정을 한다 하더라도 검정제도 하에서는 그들이 다시 집필에 참여한다면 편향성의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천재교육’ 대표 집필자 주진오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교과서 집필은 논문이나 일반 책을 쓰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이미 교과서를 쓰고 검정을 합격시켜 본 학자나 교사를 출판사에서 먼저 찾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집필진에는 전교조 교사도 있지만 아닌 교사들도 많다”며 “전교조라고 해서 매도를 당할 일도 없지만 마치 집필진 대부분이 전교조인 것 같은 이념공세를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좌편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교과서를 집필시켜 (검정제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집필진 구성에 대한 정부·여당의 시비도 ‘색깔론’이라는 지적이다. 도종환 의원은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역사교사모임 소속이면 다 좌파, 민족문제연구소면 다 좌파, 촛불집회 참여하면 좌파라는 식”이라며 “심지어 교학사 집필진 두 명도 좌파로 분류됐다. 보수단체는 국어교과서가 자체 토론회 등에서 좌편향됐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⑦ 교학사 외면 받는 것도 전교조 때문?

황 총리는 “현행 교과서 선택권은 개별 학교가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특정단체 소속의 교사들 중심으로 자신들 사관과 다른 교과서는 원천적으로 배제시키고, 실력으로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든 사례는 교학사 교과서였다. 황 총리는 “지난 2014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20여 곳의 학교는 특정 집단의 인신공격, 협박 등 집요한 외압 앞에 결국 선택을 철회했다”며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현장이 반민주적, 반사회적 행위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했다. 

황 총리는 “전국에 약 2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나머지 교과서를 편향적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는 2261건의 오류가 발견돼 사회적 논란이 됐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아 학교 일선의 외면을 받았던 교재다. 교육부는 이러한 교과서를 억지춘향으로 통과시키는 특혜를 줬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은 외면했다. 

정부와 여당은 채택률 0%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있다. 전교조 등 진보 성향의 단체가 격렬하게 반대해 학교 현장에서 채택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교학사 교과서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정부·여당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경쟁에서 밀리자 경쟁 ‘제도’ 자체를 없앤다는 비판도 나왔다. 친일인명사전에 비판적인 관점을 지닌 탈근대 역사학자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권희영, 이명희 등 한국현대사학회 멤버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었지만 교과서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검정 교과서를 만들었는데도 안 되니 제도 자체를 바꿔버리자고 말한다”며 국정화 추진 세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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