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에서 국정화 관련 비평에서 KBS를 제외해 ‘유체이탈’식 비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8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에 대해 지상파와 종편 등이 ‘의제설정 기능을 잃고, 여론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서 KBS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민언련에 따르면 정부가 국정화를 발표한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방송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보도를 분석한 결과 KBS는 전체 보도량이 22.5건에 그쳐 가장 많이 보도한 JTBC(72.5건)에 비해 3분의 1수준이었다. 특히 KBS의 국정화 반대여론(야당입장 전달 제외) 보도가 1.5건(6.7%)에 그쳐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언련에 따르면 KBS는 국정화 자체 문제점은 1건 보도하는 데 그쳐 국정화 절차의 문제점(7건)과 국정화 자체의 문제점(4건) 뿐 아니라 정부·여당 주장을 검증하는 보도(3건)까지 한 JTBC에 비해 검증기능이 부족했다. KBS는 비밀 TF 관련해서도 사건개요만 1건 보도하는 데 그쳤다.  

   
▲ 지난달 18일 한국사 교과서 관련 KBS 미디어인사이드 보도 화면 갈무리.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는 지난 18일 MBC와 SBS 등 다른 언론사에 대한 국정화 관련 보도에 대해 “언론이 편가르기를 조장하거나 편향적인 보도를 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사내용이 찬성 반대에만 집중했을 뿐 교과서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기사가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KBS 자사보도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이에 미디어인사이드 구영희 팀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매번 KBS가 문제 있다고 쓰는 것은 어렵다”며 “그래도 메르스 사태 등 중요한 사항에서는 KBS 보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두주 보도를 보면 곤란하고 올해 보도전체를 보는 식으로 일정한 기간을 두고 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디어인사이드는 신조어 남발, 몰카 범죄에 대한 선정적 보도, 지나친 예능 자막과 관한 보도 등 한 주의 이슈 중 중요한 문제를 선정해 비평해왔다. 하지만 KBS의 미디어인사이드가 공영방송 내의 비평 프로그램인 만큼 자사 보도를 비평에서 제외하는 것은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미디어인사이드의 전신인 KBS ‘미디어포커스(2003년 6월~2008년 11월)’는 첫 방송을 KBS 자사보도 비판으로 채웠다. 미디어포커스는 첫 방송 나레이션을 통해 “KBS가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해왔다”며 “언제까지 힘 있는자,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인가”라며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강조하며 자신의 과오를 반성했다. 미디어포커스 마지막 방송에서 당시 KBS 김경래 기자(현 뉴스타파) 역시 “미디어포커스는 기자가 기자를 비판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을 깰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미디어포커스 첫 방송 당시 데스크인 김찬태 PD 역시 “미디어포커스가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지만 자기비판 없이 남을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 존재가치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자사비판) 원칙은 지켜나가자는 것이 제작진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 지난 2003년 미디어포커스는 KBS의 군부독재시절 당시 보도를 비판하며 시작했다. 사진=지난 2008년 KBS 미디어인사이드 전신인 미디어포커스 마지막 방송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세강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바뀌고 그가 시사보도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의 막말 파문을 시사프로 미디어포커스에서 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공정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8년 11월 미디어포커스는 폐지됐고 이후 ‘미디어비평’, ‘미디어인사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KBS가 비평 대상에서 빠진 보도는 더 있다. 지난 1일 미디어인사이드에서는 지난달 초 아파트 주변에서 50대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을 ‘캣맘 사건’으로 보도하며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 범죄로 보도한 언론에 대해 비판했다. 실제 이 사건의 핵심이 캣맘이 아님에도 추정만으로 선정적인 보도를 했다는 내용이다. 

미디어인사이드는 해당 보도를 통해 중앙일보 등 신문과 종편의 보도를 지적하며 “‘캣맘 혐오’라는 추측에만 집중하는 가운데 사건 초기 제기됐던 다른 가능성이 묻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KBS 역시 시사진단 <‘용인 캣맘’ 사망 일주일…길고양이 문제가 사회 갈등으로> 등에서 벽돌사망사건을 길고양이 문제와 연결했다. 

캣맘이 아니라는 지적은 누리꾼 사이에서도 있었다. 이에 지난달 18일부터 경향신문, JTBC 등은 ‘캣맘 사망사건’을 ‘벽돌투척 사망사건’으로 바꿔 보도했지만 KBS는 여전히 ‘캣맘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으로 마무리 해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는 보도도 있었다. 

미디어인사이드 지난달 11일 <집회·시위 현장, 취재 자유는?>에서는 집회현장에서 한겨레 기자가 경찰에게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 보도하며 클로징에서 “언론 종사자들도 시위 참가자들과는 쉽게 구별될 수 있도록, 팔에 차는 팔띠 같은 식별 장비를 갖춰서 경찰의 공공질서유지 임무에 협력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과잉 진압한 것 자체가 문제임에도 경찰은 기자에게 완장을 차게 해 시민들과 구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건 당시 기자들은 취재의 자유 침해라며 “보도용 완장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 언론통제를 위해 사용된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미디어인사이드는 이에 대한 문제는 제기하지 못했다.

정홍규 KBS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추위) 간사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거 미디어포커스 시절 가급적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했고, 상대적으로 제작 자율성이 보장되던 시절이었는데 현재는 아이템 선정부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과거보다 데스킹이 강화된 상황에서 자기검열 등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영희 미디어인사이드 팀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도 언론인의 의무가 규정돼 있는 만큼 ‘언론인들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언론인이 잘못했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지난1일 미디어인사이드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 문제에 대해 다뤘다.
 

KBS 자사 이해관계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보도도 있었다. 지난 1일 미디어인사이드 <고품격 공영방송의 조건은?>에서는 “KBS 수신료는 매달 2500원, 1981년 신문구독료에 맞춰 정해진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을 주장했다. 공정성을 먼저 확보해야한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분야별로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올해 초 발표했다고 밝혔다. 구 팀장은 “수신료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반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2500원의 수신료도 아깝다는 시청자들이 있고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당사자인 KBS가 수신료 인상 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가 필요했는가는 다른 문제다.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보도 수준 정도의 내용은 이미 뉴스를 통해서 많이 나왔던 내용”이라며 “외부에서 보기에는 KBS가 독립성, 공영성, 공정성 모두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데 매체비평 프로그램에서도 보도하는 것은 매체 낭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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