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대학가는 들썩인다. 초미의 관심사는 종합평가 순위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공학 등 특정 계열만 가진 대학이 아니라 모든 학문 계열을 다 갖춘 종합대학만 종합순위에 오를 수 있어 작년과 달리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종합순위에서 제외됐다. 덕분에 성균관대의 수직상승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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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평가에서 1위는 서울대의 몫이었다. 2위는 성균관대다. 지난 5년 간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와 포스텍 등이 1~2위를 나누어 가졌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2011년과 2012년 카이스트와 포스텍, 서울대와 연세대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던 성균관대는 어느새 2015년 서울대 다음 순위인 2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는 어떻게 대학들을 평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지표들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있으며 문제는 없을까. 

   
▲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평가 순위를 보도한 지난 20일자 중앙일보 1면 갈무리.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는 주로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의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데이터가 사용된다. 외국인교환학생 현황 등 해당 정보가 교육부 공시자료로 잡히지 않는 경우 대학이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는 크게 네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교육여건 △교수연구 △학생교육노력 및 성과 △평판도 등이다. 

교육여건 분야에서는 주로 교수 확보율과 강의 규모, 전임교원의 강의담당비율,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대비 교육비 지급률 등과 같이 대학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갖췄느냐를 평가한다. 교수연구 분야는 교수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들로 구성됐다. 주로 교수가 어느 정도의 연구비를 대외적으로 수주하느냐와 국제 학술지에 몇 개의 논문을 싣고 이 논문이 어느 정도로 학계에서 인용되는지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인문사회분야 교수 연구 업적의 특수성을 반영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역사와 국문학 등 한국어로 논문을 써야 하는 특수한 학문분야의 경우 국제 학술지에 등재하기 어렵고, 과학기술 분야와는 달리 저·역서를 발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해 지표를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공학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다. 

이 밖에도 중앙일보는 ‘교육중심대학평가’와 인문·사회·자연·공학 등 네 개 계열별 평가를 진행했다. 또한 지역 국립대와 사립대만의 별도 평가를 실시해 순위를 공개하기도 했다. 

평판도 평가에서는 대학에 대한 고교 교사와 대학교수, 기업인사담당자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업무에 필요한 교양/전공교육이 충실한 대학 △특성화가 우수하거나 특성화 노력이 활발한 대학 △입학 추천하고 싶은 대학 △기부하고 싶은 대학 등의 지표에서 성과를 매긴다. 올해에는 지역 대학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지역 사회에 기여가 큰 대학’이라는 지표를 신설했다. 

   
▲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평가 세부 지표.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주관성 논란은 평판도 평가에서 나온다. 실제로 평판도 평가는 ‘~하고 싶은 대학’ 이라는 설문 참여자의 다소 주관적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의 결과로 이뤄진다. 이 항목이 정성평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입학을 추천’하거나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을 묻는 평가는 이미 대학 서열화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학교들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대학의 평판도는 고교교사 550명, 교수 550여명,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외국기업 임사담당자와 정부 부처 인사담당자 550명 등이 참여한 여론조사와 중앙일보의 조사 결과에 의해 평가된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평가팀 관계자는 “평판도 조사는 30여개 대학을 각 평가기준에 따라 순서대로 꼽는 방식이라고 들었다. 중앙일보 쪽에서 각 대학에 조사대상자로 참가할 교수를 추천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는 듣지 못했다. 평가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데다가 특히 올해부터 종합평가 순위에서 공학계열만 갖췄다는 이유로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제외되면서 하필 성균관대가 부각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표들은 대체로 객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각의 영역별 지표 평가의 기준이 되는 자료는 주로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등 이미 공개된 정보나 대학 측이 제출한 자료, 혹은 교육통계기본자료나 한국연구재단 자료 등 비교적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세부 평가항목들 역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등을 통한 대학평가 지표들과 유사한 항목들이다. 

실제로 영역별 지표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교육부의 여러 대학재정지원 사업과 지표가 유사하다. 교육부가 선도적인 학부교육을 실현하는 대학을 선정해 재정을 지원하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Advancement of College Education)’의 평가 기준 중 정량평가인 기본 교육여건 지표에는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전채 재학생 중 학부생 비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부담 완화지수 등이 포함돼있다.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의 사업 선정 평가지표와도 닮아있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항목 중 △졸업생 창업활동 △창업교육 비율 △현장실습 참여학생 비율 △외부 경력 교원 비율 등의 지표들은 LINC 사업의 일부 지표들을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각 평가항목이 지난 2011년부터 교육부 산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하고 있는 대학기관평가인증과도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기관평가인증은 고등교육법 등에 의거해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 기본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인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지표의 객관성이 전체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평가는 결국 평가자의 의도와 가치가 반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각의 지표들은 실제로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쓰이고 있는 기준들이지만 여러 잣대들 중 어떤 잣대를 취사선택하느냐는 결국 중앙일보의 평가관이 담길 수 밖에 없는 ‘주관성’에 의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평가팀 관계자는 “지표가 객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대학마다 점수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정량지표를 많이, 그리고 여러가지를 넣는다고 해서 전체 평가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굳이 지표들을 억지로 묶어서 대학 간 종합 순위를 매겨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종합평가 지표 점수 구성비율.

특히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추구하는 대학의 모습이 최근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통해 지향하고 있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산학협력과 창업 등 산업계의 수요를 대학이 반영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가치관을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그대로 지향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는 대학이 유리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지표 역시 학문의 다양한 특성이나 대학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여건 지표 중 외부 경력 교원 비율을 평가하는 지표는 산업체 경력을 가진 교수를 얼마나 뽑았느냐를 평가하는 지표다. 이 지표의 경우 교수가 산업체 경력을 갖추기 어려운 어문계열 등 인문학 단위의 학과를 평가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학생교육 노력 및 성과 지표 중 △창업교육 비율 △졸업생 창업 활동 △현장실습 참여학생 기준 등도 마찬가지다. 계열별 가중치를 다르게 두고는 있지만 인문학 분야에서도 창업과 현장실습을 강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성균관대 인문계열의 한 교수는 “어문계열 학과에서는 창업교육도 하지 않을뿐더러 졸업생 중 창업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현장실습이라는 커리큘럼도 학과 성격과 맞지 않아 우리 과에서는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을 고려해볼때 각 대학 간 외국인 유학생을 양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15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올해 다시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는 9만1332명으로, 지난해보다 6441명(7.6%p) 늘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을 단순 구성비율로 평가하는 것보다는, 각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질적 관리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단기적 수치를 넘어선 대학의 국제화를 장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홍식 중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학들이 평가지표를 맞추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정작 입학 후 외국인 유학생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국제화 평가지표만 맞추고 있는 대학들이 진짜 국제화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관계자는 “교육부를 제외한 국내외 대학평가 상당수가 평판도를 반영한다. 특히 독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언론사 대학평가는 학교 역량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50% 가까이의 점수를 평판도로 반영하는 일부 해외 대학평가와는 달리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평판도 점수 비중이 높지 않아 여기서 많이 엇갈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평판도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1대1 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다. 대학 사회에 미리 공지한 방식대로 설문 대상을 정하고, 본지 평가가 끝나면 관련 자료를 공개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설문 집단마다 선택이유가 다르고 질문도 다르다. 교사는 입학 선호와 추세를 반영하며, 기업 인사담당자는 졸업생에 대한 기업의 선호, 교수는 대학사회 내부의 눈으로 노력하는 대학을 밝힌다. 대학 측이 요구하면 평판도 조사 관련 자료는 모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높게 평가하는 대학은, 이미 잘하고 있거나 기본 여건을 모두 갖춘 대학은 아니었을까.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주요 대학 대상 광고벌이와 성균관대 띄우기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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