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대학 서열화를 공고히 하기만 할 뿐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지적부터, 지역이나 재정 기반 등 일부 대학이 이미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매년 대학들은 천억원대에 이르는 홍보비를 언론사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사 대학평가, 도대체 왜 하는걸까. 

언론사 대학평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중앙일보 대학평가다. 중앙일보는 지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 기사화했다. 2009년부터 조선일보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를 실시해오고 있다. 동아일보도 뒤늦게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2013년부터 대학의 취업지원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청년드림 대학평가’를 신설해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조·중·동의 대학평가는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조선일보의 경우 QS와 공동으로 아시아권 내의 대학 순위를 공개하고, 이 중 한국 대학의 위치를 가늠하는 평가를 진행한다. 조선일보 대학평가는 세계적 관점에서의 한국 대학의 성장세를 보려는 취지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한국 대학만의 평가다. 따라서 각 영역별 순위, 종합평가 순위 등 분야 별 대학 평가순위 공개가 평가의 중심을 이룬다. 

동아일보의 대학평가는 취업 역량을 평가하고 세부 분야에서 우수 대학을 선정해 시상하는 등 우수사례를 알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대학 간 순위 평가보다는 창업이나 산학연계 등 일자리 창출에 우수한 성과를 거둔 대학 공개에 중점을 둔다. 

‘대학’이라는 상품 홍보하는 평가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들에게 여러모로 되먹임 작용을 한다.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일부 대학들은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이를 일부 언론사들이 보도하면서 홍보효과가 발생한다. 일부 대학들의 홍보비는 중앙일보 등 대학평가를 직접 수행하는 언론사의 지면 광고를 위한 광고비로도 쓰인다. 

고부응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대학 순위를 매기는 언론사의 평가를 교육상품 평가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고 교수는 “대학은 대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는 투자상품이 된다. 이런 교육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미래 고객인 예비 학생이나 그들의 학부모를 위한 대학 상품 설명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 순위평가”라고 평가했다. 

대학 스스로도 상품으로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최근 6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홍보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93개 대학의 홍보비는 985억원 △2010년 198개 대학 1045억원 △2011년 197개 대학 1096억원 △2012년 195개 대학 1160억원 △2013년 194개 대학 1180억원 △2014년 213개 대학 139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대학가의 홍보비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 교수는 “언론사 대학평가 기관들은 대학 순위평가 보고서 자체를 이윤을 내는 상품으로 설정하기도 하고 대학 순위평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언론사의 광고지면 상품을 대학에 파는 데에 이용하기도 한다”고 비평했다. 

홍보만을 위한 평가라는 비판으로 제시되는 또다른 근거는 매년 평가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논란 때문이다. 이미 재정 기반이 탄탄해 교육여건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종합대학이나, 평판도 조사에서 유리한 대학들을 위한 평가라는 지적이다. 매년 대학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 ‘좋은 학교’로 꼽히는 대학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서성한중경외시’로 대표되는 공공연한 대학서열을 언론사가 한번 더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성대의 급부상, 그 뒤엔 삼성?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대학 서열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균관대의 급부상 때문이다. 지난 5년 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의 순위는 매년 상승세다. 1996년 10위로 진입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6위, 2011년과 2012년 5위에서 2013년과 2014년은 3위, 올해에는 2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와 성균관대가 삼성과 얽힌 ‘사돈지간’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대학가의 소문의 근거가 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1996년부터 성균관대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 중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다. 매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의 순위가 유난히 올라가는 이유를 여기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앙일보가 양심적으로 조사했다면 20년간 진행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내세울 최고의 성과는 성대야말로 혁신의 진원지였으며 세간의 상식과 달리 현재 한국 최고의 대학임을 밝혀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은 또 있다. 공정성 논란과 더불어, 국내외로 이미 다양한 대학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대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대학평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언론사까지 왜 나서서 하냐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며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기도 했다. 교육부의 평가 등급에 따라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차등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한국대학평가원이라는 기관을 통해 대학기관평가인증을 2년에 한번씩 실시한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이 재정 및 경영, 교육시설, 교육, 발전계획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고 인증하는 것이다. 이 밖에 법적 근거에 의해 대학이 스스로 평가해 대외 보고서로 발표해야 하는 ‘자체평가’도 있다. 

이외에도 QS평가와 영국의 ‘타임즈 고등교육’이 내놓는 THE 세계대학평가(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s), 미국의 ‘US 뉴스&월드리포트’의 ‘글로벌최고대학’과 중국 상하이자오퉁대가 매기는 세계 대학 순위 등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대학 평가는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 대학평가들의 지표는 모두 다르다. 평판도 지수가 아예 빠져있는 평가가 있는가하면, 각 평가 지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수집 방법, 지표 비중 등도 다르다. 

“광고·판매부수 노린 마케팅” 지적도
이 때문에 대학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대학도, 그렇지 않은 대학도 평가 자체가 불만스럽다는 입장은 매한가지다. 매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종합평가 40위 권에도 들지 못했다는 서울시내 한 대학의 홍보팀 직원은 “홍보 담당자 입장에선 대학의 대외 이미지가 걸려있어 대학 평가를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다”면서도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어차피 순위 권 내 대학들 간의 ‘그들만의 리그’다. 우리는 어차피 순위권 밖”이라고 전했다. 

올해 종합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한 대학의 평가팀 관계자는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평가지표도 40여개로 다양하게 구성한 점과 계열별 특성화 지표로 나눠서 평가하려 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이 모든 지표들이 대학이라면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지표라고 보기 어렵고 다 갖춰야 좋은 대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각 대학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잘 하고 있는 영역만 평가해도 충분하다. 지금과 같은 종합평가를 통한 줄세우기는 클릭수나 판매부수 등을 노린 마케팅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올해 우리가 종합순위 2위라지만 정작 교수나 학생들은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외부 대학평가 순위가 올라가는 것과 별개로 대학 내부의 평가되지 않는 교육환경은 개선이 되지 않는다. 대학 내외로 빈익빈부익부만 심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측은 나름대로의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올바른 대학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해명을 내놓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관계자는 “본지 평가의 지표 구성은 연구력 위주의 해외대학 평가, 교육여건 중심의 정부 평가에 비해 다채롭다”며 “독자와 대학과의 소통 속에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대학 변화의 모습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평가에선 평판도에 권역 가중을 적용해 우수한 지역대와 노력하는 지역대학이 더 많은 점수를 얻도록 반영했다. 계열별 지표도 강화해 인문 계열이나 공학계열의 크고 작음, 의대를 가졌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는 현상을 차단하고자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질을 평가하고 발전을 독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사 대학평가에 꼬리표처럼 항상 붙어다닌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대학들이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를 부추기는 것이 언론사의 대학평가”라며 “1분30초짜리 리포트만 계속 만들게 하고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는 못 만들게 가로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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