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0·28 건대항쟁은 민주주의의 무대다. 건대항쟁은 87년 6월 항쟁으로 가는 이정표였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우려하는 기억 중 하나다. 그는 건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황우여가 추진했던 대학구조조정의 피해자가 (건대에) 다니고 있다. 그는 건대의 정문을 당당하게 넘을 수 없고 넘어서도 안 된다.” 

노동자연대 소속 김소망 건국대 학생의 말이다. 26일 오후 3시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교육부가 주최하는 ‘인문주간’ 행사 개막식에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자 건국대 학생들이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황 장관의 건대 방문을 규탄하고,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뜻을 알렸다. 

건국대 역사동아리 얼 소속 황진서 학생은 “국가가 어떤 자격으로 역사를 편향으로 규정하고 몰아내려 하느냐”며 “국가는 역사서술의 대상이지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 26일 오후 건국대 학생들은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하는 뜻을 모았다. 사진=장슬기 기자.
 

김소망 학생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현재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는데 황우여는 현재를 지배하는 자들 중 하나”라며 “(그가) 과거마저 점령하려고 총대를 맸다”고 말했다. 이어 “저들이 역사를 통해 지배하려는 것은 과거만이 아니라 청년들의 미래 전부”라며 “노동개악은 청년들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국대 청년하다 소속 신동주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이 1989년 당시 MBC와 인터뷰한 것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역사의 왜곡이 있다고 생각 한다. 매도당하고 있던 유신과 5·16에 대해서 나는 이런이런 소신을 갖고 참여했다, 그게 뭐가 잘못됐느냐”며 “딱딱 몰랐던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정치”라고 말했다. 

신동주 학생은 “이런 대통령이 추진한다면 (국정교과서는) 매우 편파적인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지난 학기 건대는 학과 통폐합으로 많은 학생들이 고통받았는데 학생들의 의견을 받지 않고 통보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화도 마찬가지”라며 “학생, 교수, 선생님들이 이렇게 많이 반대하는데도 추진한다면 지난학기처럼 소통을 무시한 정책 추진”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는 영화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하는 등 학생들이 반대했던 통합을 강행했고, 소비자정보학과는 사라져 16학번은 모집하지 않고 있다. 

   
▲ 26일 오후 3시 새천년관에서 진행된 교육부 주최 인문주간 개막식 행사장 앞에서 건국대 학생들이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생들은 ‘인문주간’ 개막식 장소인 새천년관 지하로 이동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결국 이날 오후 3시 축사할 예정이었던 황 장관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국대 관계자는 “황우여 장관이 역사교과서 관련 회의가 있어서 못 오게 됐다”며 “교육부 관계자가 와서 대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았던 건국대 김무석 학생은 “비밀TF 보도를 봤는데 자신있는 일이라면 왜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고 몰래 꾸렸겠느냐”며 “학생들에게 망신을 당하기 싫어서 참석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26일 오후3시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진행된 인문주간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갑작스럽게 참석하지 못하고,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이 황우여 장관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황우여 장관 명의의 인문주간 행사 개막식 축사는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이 대독했다. 한 실장은 “인문학은 삶의 의미를 찾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인문정신문화 관련 법률을 제정해 미래를 향한 디딤돌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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