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정화 총괄…청와대에 매일 보고”>
국민일보 <교육부, 교과서 국정화 비밀TF 운영 ‘의혹’>
한겨레 <정부 ‘국정화 비밀조직’운영…청와대에 일일보고 정황>
조선일보 <정부 교과서 TF 건물 범죄현장 덮치듯 한밤에 몰려든 野>
한국일보 <성년후견제 틈타 재산 노리는 불효자식들>
중앙일보 <63만원에 갇힌 노년…87% “용돈연금”>
동아일보 <날림 의원입법…11.5%만 통과>
서울신문 <내년 정년퇴임 ‘59세 신입’…‘1년짜리 공무원’ 괜찮은가요?>
세계일보 <1974년 첫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자 기술 무시 정부 멋대로 변형”>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췬하는 ‘비밀 TF(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도 비슷한 기사를 1면 하단에 실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야당 의원들이 범죄현장 덮치듯 한밤에 몰려들었다며 교육부를 옹호하는 기사를 1면 머리기사에 실었다. 

지난 25일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육부가 지난 9월말부터 국정화 추진 작업을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 건물에 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이 곳은 국정화 작업을 총괄하며 검정교과서 집필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25일 밤 취재진들과 TF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면담을 요청하며 해당 건물에 들어가려 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거부했고, 밤새 경찰이 건물 입구를 막아 선 상황이다. 교육부는 26일 오전 0시30분 해명자료를 통해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현행 역사교육지원팀의 인력을 보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 발령도 받지 않은 TF단장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TF구성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이 조직은 단장 1명,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장인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은 교육부의 정신 파견 발령도 받지 않았고, 기획팀장은 김연석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역사교육지원팀장이 맡고 있었다. 

대부분 교육부 직원들인 그 외 팀원들도 별도의 파견 발령 없이 세종에 위치한 교육부가 아닌 서울 혜화동에서 일요일까지 환하게 불을 밝혔다. 도 의원이 공개한 자료와 25일 밤 현장에서 취재진이 찍은 사진 등을 종합하면 이들의 업무를 추측할 수 있다. 

   
▲ 26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등이 보도한 ‘운영계획’에 따르면 기획팀은 ‘집필진 구성 및 교과용도서 편산심의회 구성’ 등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고, ‘교과서 분석 및 대응논리 개발’ 업무를 맡아 여론전을 주도해왔다. 

교육부·청와대 국정감사 위증 논란

황 장관은 국정화 발표 나흘 전인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화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당장 황우여 장관은 국정감사 위증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국정화 판단과 결정을 교육부에 미뤘던 청와대도 궁색한 상황이 됐다”며 “청와대와 교육부가 군사작전하듯 ‘비밀 상황실’을 운영하며 국정화 작업을 총괄 지휘·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의 거짓 해명도 드러났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화를 지시했나’라는 질문에 “당정회의는 한 것으로 들었지만 청와대가 직접 지침을 내린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TF가 추진 경과를 청와대에 일일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상황관리팀 소관업무에는 ‘BH 일일점검 회의 지원’이라고 돼 있다.  

   
▲ 25일 밤부터 국정교과서 비밀TF팀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 건물 앞을 막아선 경찰이 26일 오전 6시30분 현재까지 해당 건물 앞에 서있다. 사진=오마이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도종환 의원 역시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일일회의에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이외에 몇몇 청와대 수석들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일요일인 25일 저녁에도 TF팀장급 인사 3~4명은 청와대에 보고하고 오후 8시 무렵 혜화동 TF건물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조작 혐의?

경향신문은 “TF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의견이 크게 앞서며 여론이 악화되자 국정화 반대 활동을 활발하게 펴온 전국역사교사모임도 색깔론으로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도종환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TF는 전국역사교사모임 워크숍 자료를 입수해 이를 근거로 좌편향 단체로 몰아가기 위한 자료를 25일 종편채널과 보수신문에 제공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일부 누리꾼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떠오른다”, “또 다시 셀프 감금” 등 혜화동 비밀TF를 지난 대선 전 역삼동 오피스텔과 연결하기도 했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연결한 여당과 조선일보

여당과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교육부를 감쌌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통해 “야당 의원들이 범죄현장 덮치듯 한밤에 몰려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관련 업무를 준비하기 위해 TF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교육부가 당연히 해야 할 소관 업무를 한 것이고 청와대에도 일상적인 업무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안다.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 26일자 조선일보 1면
 

이어 이 신문은 “교육부도 야당 의원들이 밤에 들이닥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고 보도했다.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결정을 앞두고 국회 자료 요구 등 관련 업무가 폭주했기 때문에 기존 조직에 인력을 보강했고, 이달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여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언급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대선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때 야당이 국정원 여직원이 있는 건물을 급습해 사건을 의도적으로 키워 본질을 호도했던 일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당시에도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국정원 직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안에서 문을 잠궈 ‘셀프 감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떳떳하면 숨겼을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5일 도종환, 김태년, 유기홍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의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 건물에 급습했다. 그러자 TF 관계자들은 건물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곧이어 경찰 경비 병력이 건물을 에워쌌다. 

야당 의원들이 “건물 안에 김관복 교육부 기조실장과 실무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26일 오전 현재 경찰이 건물을 막아서고 있다. 

한겨레가 창밖에서 본 결과 사무실 안 컴퓨터 화면에는 현행 검정 교과서들의 ‘편향성’을 분석한 자료가 창에 띄워져 있었다. 컴퓨터에 붙어 있는 메모지에는 ‘차관님 업무보고’, ‘대정부질의’, ‘국회입법조사처 요구자료’ 등의 메모라 있었다. 

도종환 의원은 “아직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행정예고 기간이 남았는데 벌써 국정화를 기정사실화한 채 비밀작업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공개 조직을 운영하며 국가 중대사를 기밀처럼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