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등의 발언으로 망언 파문을 일으킨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의 인터뷰를 내보낸 채널A에 대한 심의 결과가 사실상 아무 것도 아닌 ‘권고’로 결정났다고 한다.

PD저널에 의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0월 21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의 인터뷰를 내보낸 채널A '뉴스특급'(7월 31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윤리성) 제3항 및 제27조(품위 유지)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박근령 인터뷰, 표현의 자유일까 옐로우 저널리즘일까”라는 제목의 PD 저널은 심의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하면서 ‘권고 4인, 주의 1인으로 최종 ‘권고’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주의라고 해봐야 벌점 1점 부과에 불과하다. 권고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며 어떤 징계효과도 없다. 무조건 징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심의징계 잣대의 일관성과 논리성, 법적용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최소한 세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 지난 7월30일 채널A 뉴스특급
 

첫째,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부분은 방송의 공정성 부분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공정성의 핵심 부분은 어떤 내용도 이해 당사자의 해명이나 반론없는 일방적 주장은 안된다는 것이다. 채널 A '뉴스특급‘은 애초부터 “일방적으로 망언 당사자의 입장만을 40분가량 내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로 시작된 심의”라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의 해명은 이렇다.

“…우리 방송이 가장 비판적으로 가장 많이 다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여러 평론가, 기자, 전문가 등을 동원해서 발언의 문제점을 '뉴스특보'를 비롯해 수많은 프로그램과 뉴스 보도 프로그램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그런 과정에서 '뉴스특급'에서는 망언의 당사자에게 발언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초청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인터뷰 내내 앵커가 비판적으로 박근령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고 또한 '뉴스특급' 자체에서도 5~6차례에 걸쳐 (발언 논란을) 다뤘는데 모두 매우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이 인터뷰만을 지켜본 시청자는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PD저널)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채널A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비판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발언 당사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 자체에서 이미 방송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논평 프로그램에서 비판적으로 다뤘다고 해서 40분 동안 일방적 주장을 할 수 있도록 편성했다는 것은 명백한 공정성 위반이다. 단일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앞뒤 전후 프로그램을 늘 보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제작진의 착각일 뿐이다. 그래서 방송은 해당 프로그램마다 완성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더구나 위안부 당사자들과 그 가족 등이 피눈물을 흘리는 내용을 일본 방송에서도 내뱉고 채널A를 통해 다시 확인사살하는 내용인데도 ‘해명 기회’운운하는 것은 공정성 위반은 물론 무책임한 방송행태가 된다.

두 번째,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표현의 가치는 미국수정헌법 제1조에 강조하듯이 민주국가의 상징적 권리이다. 우리나라도 헌법에 표현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 특히 공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언론기관을 통해 발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묻는다. 방송처럼 공신력높고 전파력이 강한 언론기관에서 출연자를 신중하게 섭외하는 이유는 언론자유가 한편으로는 해당 개인이나 집단에게 정신적 침해나 권리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관련 박근령 발언은 그의 소신이라하더라도 혼자 떠들게 하면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위험천만한 발언, 망언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발언을 방송에서 ‘다시 공개적으로 마음껏 떠들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행위’는 언론자유의 차원을 너머 언론흉기로 둔갑한다. 망언을 넘나드는 발언을 전달하는 방송사의 책임이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권고’라는 식의 결론은 법치사회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발언에 대해, 그것을 반복하도록 과잉배려한 방송사에 대해 실질적 책임을 묻지않는 것은 방송심의 정신에 위배되며 존재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세 번째, 심의잣대가 들쭉날쭉 춤을 추면 심의기관의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법이다.

심의 기관의 일관성은 생명이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지난 2013년 11월 25일 방송에서 박창신 천주교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바 있다. CBS는 당시 박 신부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에 불과하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을 그대로 내보냈는데, 이에 대해 방심위는 해당 프로그램이 제2항과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 처분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처분은 법원의 판결로 뒤집혔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서울행정법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의 인터뷰는 사건 당사자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려는 목적보다는 인터뷰 대상자인 사건 당사자,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자에게 알림과 동시에 그 의견에 대해 진행자가 부연설명을 하거나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청취자가 사건에 대한 견해나 입장을 형성하도록 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며 방심위의 징계는 잘못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사안은 애초부터 무리한 징계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방심위는 징계를 강행했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징계해야 할 일방적 주장과 망언을 반복, 확산 시킨 방송에 대해서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말아야 할 징계는 법원의 판결로 뒤집어 지고 해야 할 징계는 하나마나한 권고로 물러나는 식의 방심위의 역할이라면, 존재의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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