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포털사이트가 네이버 하나만 남아, 네이버에 인터넷 신문사가 통합된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기사가 90%를 차지한다면? 만약 정부가 KBS 같이 ‘야당편향’보도를 통제할 수 있는 곳만 남기고 통폐합된다면? ‘올바른 국가관’에서 이어진 ‘올바른 교과서’가 ‘올바른 언론’이나 ‘올바른 언론인’으로 확대된다면? 

교육과 언론은 국민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닮았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권력은 나머지 하나에도 손을 대고 싶어 한다. 권력이 자신의 뜻대로 타인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니까.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유신정권 때 시작됐다는 점에서 국정화는 독재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뜻대로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다. 국정화에 대해 비판적인 논문을 썼던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지난 19일 조기 경질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약칭)라고 소개했다. 43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이 연상된다.

   
▲ 매일경제 1978년 12월5일자 1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능한 인재란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고유의 미풍약속과 전통문화를 지키며 유구한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료=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72년 3월 전국교육자대회에서 “우리 교육도 이제는 외국 교육행태를 추종하는 데에서 탈피해 국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국가관’에 입각한 교육을 지향해야 할 때”라고, 지난 1978년 12월에는 “유능한 인재란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고유의 미풍약속과 전통문화를 지키며 유구한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신정권의 ‘언론통폐합’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 두 발언 시점 사이에 진행됐다. 

박정희 정권은 1972~1973년 각 도에 한 개의 언론사만 유지하는 ‘1도1사’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2000여명의 언론인이 대량해고 됐다. 이듬해인 1974년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추진됐다. 당시 국사교과서에는 5·16을 “국가와 민족을 수호하기 위해 뜻있는 군인들의 혁명”이라고 표기했다. 언론통폐합과 교과서 국정화는 국민들이 비판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언론 장악의 역사는 유신의 역사보다 길었다. 언론통폐합은 유신이 끝난 신군부 시절인 1980년 12월 ‘언론기본법’을 제정하며 진행됐다. 이로 인해 정권이 선택한 언론은 특혜를 통해 성장하며 과점체제를 유지했고, 큰 틀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진행된 언론 장악은 ‘땡전뉴스’로 대표된다. 

언론 장악은 유신 전에도 있었다. 박정희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1961년 5월16일로부터 불과 1주일 뒤인 5월23일 국가재건최고회의 포고 11호와 공보부령 1호를 통해 일간지 76개와 통신 305개, 주간지 453개의 등록을 취소한 ‘언론기관 일제정비’사업으로부터 시작된 독재정권의 장기적 과제였다고 볼 수 있다. 

   
▲ 교육부에서 전국 단위 일간지에 지난 15일 집행한 광고.
 

   
교육과 언론에 대한 장악은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돼왔다. 2008년 ‘어륀지’논란과 함께 등장했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영어교육 강화였다. 자연스럽게 사회분야 과목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이제 역사와 사회는 매년 배우는 과목이 아니며, 일반사회와 지리가 통합돼 학교 현장에서는 일반사회 전공한 선생님들이 지리까지 가르치는 현상이 현재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회교육을 축소하며 동시에 추진한 것은 언론 장악이다. 2008년 YTN 언론 노동자 해고,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종합편성채널 탄생, 같은해 KBS 김인규 사장 낙하산 논란, 2010년 MBC 김재철 사장 낙하산 논란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국사교과목에서 근현대사 부분을 떼어 강조했던 흐름을 돌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국사와 근현대사를 통합해 한국사 교과목을 만들었고, 최근 국정교과서 추진과 함께 나오는 주장은 근현대사 부분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판의식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은 진행됐다. 사회보다는 영어, 일제와 독재로 얼룩진 근현대사보다는 근대 이전의 역사.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가 최근 관심을 두는 분야는 인터넷 언론과 포털이다. 사이비언론 퇴출 주장을 통해 다수 인터넷 매체를 규제하려하고, 네이버와 다음을 야당편향으로 결론 낸 포털보고서 뒤에는 정부여당이 있다. 지난 16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교과서에 다양성을 어떻게 집어넣느냐”고 했다. 

역사적 사실은 하나이니 하나의 ‘올바른 교과서’로 배우자는 주장이 언제 ‘올바른 언론’을 만들자는 주장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생각은 괜한 우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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