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켜서 하는 건가.”

19일 오후 6시 서울 JW메리어트 호텔 리셉션장에 고성이 오갔다. 한국 최대의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웰컴 리셉션이 열린 호텔에 이를 반대하는 국내외 활동가들이 나타난 것이다. 

호텔 안에서 5명의 활동가가 ‘STOP ADEX’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달러 모양이 찍힌 종이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2분가량 피케팅을 하던 이들에게 경비원이 다가와 피켓을 빼앗고 뭉개버리자 활동가들은 목소리로 “Stop Arms Trade”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비원은 독일 등에서 온 외국인활동가들에게 ‘나가라’, ‘Take away’라는 말을 반복했다. 5분가량 승강이를 벌이던 활동가들은 결국 호텔 밖으로 쫓겨나갔다.

호텔 리셉션장에서 피케팅 시위를 한 복희(ADEX 반대 활동가)는 “안에 들어가 피케팅을 하는 동안 군복 입은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고 ‘누가 시킨 일이냐’고 묻기도 했다”며 “특정한 단체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무기 산업에 반대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행동하러 왔다”고 말했다. 

 

 

   
▲ 19일 JW메리어트 호텔 안에서 'ADEX 저항행동'의 활동가들이 리셉션장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휼랴 위츠피나르(Hülya_Üçpinar)
 
   
▲ ADEX를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리셉션장에서 피케팅 시위를 벌이자 경비원들이 피켓을 빼앗고 있다. 사진=휼랴 위츠피나르(Hülya_Üçpinar)
 

한국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 ADEX에 반대하는 캠페인 ‘ADEX 저항행동’은 호텔 안에서 피케팅 시위와 동시에 리셉션장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반대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19일 오후 6시에 열리는 ‘ADEX 2015(Aerospace and Defense Exhibition)’ 환영 리셉션에 앞서 시작된 이 반대시위는 50여명이 참가했다. 국제앰네스티, 남북평화재단, 전쟁없는세상,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의 단체와 다양한 국적의 해외 평화활동가가 이에 참여했다.  

ADEX는 1996년 제1회 서울에어쇼 이후 2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다. 올해는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다. ADEX에는 32개국 370개사의 업체가 전시회에 참여하며 한국기업으로는 대한항공,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S&T중공업 등이 참여한다. 

‘ADEX 저항행동’은 5시 30분부터 행사장에 들어서는 차들을 향해 ‘전쟁 장사를 멈춰라’, ‘Stop Arms Trade’, ‘Shame on you’라는 구호를 외치고 무기 거래의 비윤리성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응급차 소리를 내고 모두 쓰러져 누워있는 퍼포먼스를 5분가량 펼쳤다.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퍼포먼스에 대해 “전쟁 때문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생각해보라는 의미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 'ADEX 저항행동'의 활동가들이 전쟁 피해자를 떠올리게 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정민경 기자.
 

이날 ADEX 저항행동은 “방위산업이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국가가 전쟁 산업을 진흥하며 무기를 확산하는 일에 앞장서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무기에 사람들이 환호할수록 평화는 요원해진다”며 “전쟁과 분쟁을 장사의 기회로 여기는 산업 분야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환 남북평화재단 팀장은 “에어쇼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아덱스는 사실 강력한 살생능력을 지닌 전투기 거래가 핵심이다”라며 “전쟁 산업을 통해 얻어지는 돈에는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피가 묻어있으며 블러드머니(Blood Money)를 위해 여기 리셉션에 온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네덜란드의 비정부기구인 ‘stop wapen handel’에서 한국의 ADEX를 반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Wendela de vries(시민활동가)는 “ADEX를 반대하기 위해 미국, 네덜란드, 바레인, 이스라엘 등에서 30여명의 해외 활동가들이 함께 왔다”며 “ADEX는 매우 규모가 크고 정례적인 것에 비해 반대캠페인은 소규모라는 것을 알지만 무기거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입장을 알리고 이를 인지시키러 왔다. 캠페인을 치룬 지금 기분이 매우 좋다”고 전했다.

   
▲ 방위산업 전시회 ADEX에 반대하는 'ADEX 저항행동'이 19일 오후 5시 30분 ADEX 웰컴 리셉션행사가 열리는 JW메리어트 호텔 앞에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정민경 기자.
 

‘ADEX 저항행동’은 이후 ADEX 본행사가 열리는 24일과 25일 오전 10시부터 ADEX 전시장 입구에 시민들이 전쟁 산업과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대안공간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대안공간에서 무기 거래의 비윤리성을 알리는 전시와 그림을 설치하고 음악공연과 퍼포먼스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ADEX에 일본의 사이토 하루카즈(薺藤治和) 일본 자위대 항공막료장이 참석한 것이 알려지자 ‘평화나비 네트워크’소속 대학생 10여명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호텔 로비 앞에서 ‘일본군 한반도 진출 꿈도 꾸지마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이를 저지하려는 행사장 주변의 경찰들과 언성을 높이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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