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때 재벌 총수는 불러냈지만 포털 사장은 불러내지 못할 정도로 (포털) 위력이 대단하다. 이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포털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제발 선정적 사진을 싣지 말아 달라. 여자들 옷 벗고 있는 사진이 나온다. 우리 마누라와 아들이 보면 그런 것들을 보려고 켠 게 아닌데 오해받게 된다. 책임 져라. 오늘 당장 해결하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이 ‘악마의 편집’이라며 포털의 불공정성을 주장한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가 참여한 첫 새누리당 주최 토론회가 김무성 대표의 ‘화풀이’로 시작했다. 토론회는 정작 새누리당 측의 기존 비판들이 조목조목 반박되며 끝났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병선 카카오 이사는 “(국정감사 때) 상임위 세 곳에 불려나가는 진기록을 경험했다”며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선정성 문제를 제기한 (여의도연구소) 조사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는 많은 지적이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2014년 말 기준 PC기반의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점유율에서 네이버는 76.2%, 다음은 18.3%를 기록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의 검색엔진 뉴스검색 비율이 40~50%대인 반면 한국은 80%대다. 김무성 대표 말처럼 “포털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2005년 네이버 뉴스서비스가 처음 메인 화면에 노출된 이후 10년간 진보‧보수진영을 떠나 포털뉴스의 공정성‧선정성 논쟁은 계속됐다. 그래서 이날 토론회에 등장한 포털의 반박과 대응은 새누리당의 비판에 비해 구체적이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연합뉴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뉴스편집 편향성 주장에 “향후 언론사출신으로 구성된 실시간 기사배열감시위원회를 두어 편집 시스템에 대한 공개를 통해 감시와 견제를 일상화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며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기사 어뷰징과 악의적 기사로 인한 폐해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은 정치적으로 편향될 때 비즈니스에 리스크를 받는다”며 포털이 구조적으로 편향성을 지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봉석 네이버 플랫폼센터장은 “선정적 페이지는 네이버 페이지가 아니라 언론사 페이지다. (김무성 대표 요구대로) 검색 차단의 근거로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뉴스제휴평가위가 선정성 문제를 평가요소로 반영하고 합의가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유봉석 센터장은 또한 “기사는 어떤 식으로든 배열할 수밖에 없다. 기사배열자의 전문가 의식을 높이겠다”고 밝혔으며 “중립기사를 다루는 게 중립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보여주는 게 중립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본다”며 기사묶음방식의 뉴스편집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선 카카오 이사는 포털규제 움직임에 대해 “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포털은) 자율규제방향이 맞다고 공약집에 넣었다. 뉴스제휴평가위도 자율규제의 한 방향”이라며 “산업 특성상 (포털 규제는)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또한 “사전규제는 기술혁신과 시장의 역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점규제법으로 논의할 경우 구체적으로 지위남용 유형을 제시하더라도 법상 판단기준을 명확히 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재성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 또한 “몇 달에 걸쳐 규제를 만들면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규제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오게 된다.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한 뒤 “국내 시장에 한정된 규제체계가 세계시장에 맞지 않으면 국내시장 역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자율규제방향에 힘을 실었다. 모두 새누리당의 규제 움직임에 비판적 입장들이었다. 

신문업계 입장도 반박됐다. 임철수 한국신문협회 부장은 “포털도 구글처럼 아웃링크로 전환해야 한다. 당연히 저작권료도 지급돼야 한다. 어뷰징 문제는 포털이 실시간 검색어를 없애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봉석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아웃링크 기반은 별도의 정보이용료를 주지 않는다. 트래픽이 언론사로 가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했으며 “실시간 검색어가 없으면 어뷰징이 없어질 거라는 데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제안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역설적으로 새누리당의 포털 비판 프레임이 조목조목 반박되고 포털이 자체적 대응책을 홍보한 가운데 끝났다. 김무성 대표는 19일 기자들에게 “제가 강하게 문제제기한 이후 포털이 자체적으로 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뉴스 편집이) 좀 바뀌어가고 있고,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과격한 표현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된 것처럼 국정감사가 끝나자 다시 포털 비판 프레임이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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