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지지선언을 하고 나선 교수들 중 주요 인물들이 그간 새누리당(한나라당)과 관련된 일에 참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중 역사학 전공자는 소수에 불과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사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잇따라 집필 거부 성명이 발표되고 있으며 국정화 지지 선언은 이들 이 처음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교수 102명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역사 교육을 둘러싼 각종 분열과 다툼을 종식시키고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필 거부 선언에 대해 “사회의 역사학을 이끄는 지성인으로서 진정한 역사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폐쇄적인 집단행동으로서의 대응이 아닌 각계각층과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역사교육의 발전 방향을 공론화하고 이러한 논의를 이끄는 것이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역할이자 소명”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모임은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곽창신 세종대 대외부총장,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 등으로 꾸려졌는데, 이들은 그간 새누리당(한나라당)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교육 관련 자문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국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 정책 ‘핵심 브레인’으로 통한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친위원회에서 행복교육추진단장과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교육과학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곽 이사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에게 교육 정책을 조언했으며 대선 캠프에 참여하게 된 것도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역시 곽 이사장과 함께 새누리당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을 역임했고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또 나 교수는 지난 2012년 당시 서울시 교육감이었던 문용린 전 교육감과도 각별한 관계로, 당시 교육감 선거에서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일했다. 앞서 2008년에는 뉴라이트 교과서인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했다. 해당 교과서는 5·16을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으로 기술했고, 유신통치에 대해선 “개인의 권력욕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한국인에게 안겨주었다”고 써 논란이 됐다. 

서울교대 총장을 역임한 송광용 교수도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다. 그는 2013년까지 13년간 정수장학회 이사를 맡았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운영돼 왔으며 박 대통령이 100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직접 이사장을 맡은 바 있다. 송 교수는 지난해 6월 대통령 비서실 교육문화수석 비서관으로 임명됐으나 서울교대가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자 3개월 만에 사퇴했다.

 

   
▲ 정수장학회. 사진=이치열 기자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우파 성향의 교수로 유명하다. 그 또한 곽 이사장과 나 교수와 함께 새누리당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을 맡아 활동했으며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교육 정책 자문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정책 자문팀 소속 교수들은 이후 ‘친 MB’성향인 교육강국실천연합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는데 양 교수도 이 단체 소속 회원이다. 

양 교수가 국정화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성균관대 교육학과 졸업생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졸업생은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양 교수는 수업시간에도 다른 의견은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으로 수업을 하면서 다른 의견을 말하면 ‘말도 안된다’며 무조건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명순 경인여대 교수 역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박 교수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대통령실 제2부속 실장을 맡았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의 의전과 수행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인천광역시당에서 공천관리위원도 맡았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다. 유 교수는 뉴라이트 공동대표를 하다가 2006년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에 임명됐다. 유 교수가 자문을 맡은 경기도 공무원 교육교재는 ‘우편향’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교재는 제주 4.3을 ‘무장반란’이라고 표현하고 5.16 군사정변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5.16군사정변은 그 토대 위해서 국가 경제의 곳간을 채우는 역사적 과제를 추구했다”고 기술했다. 

 

   
▲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교내 30여개 학생단체는 지난 14일 오전 이화여대 정문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학생들은 회견후 학생문화관 내에 설치된 반대서명지에 서명하고 반대 대자보를 붙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근 조선일보에 ‘헬조선은 불평분자들 마음속에’ 라는 칼럼을 써 논란이 된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도 국정 교과서 지지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남 교수는 지난 2012년 ‘굳빠이 전교조(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라는 책을 썼으며  “4.19가 위대해지기 위해 이승만은 더 낮아져야 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대표적인 친기업 성향의 교수로 알려져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 “친서민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글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글에서 김 교수는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이 대통령과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대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위한 인정과 칭찬”이라고 지적했다. 

모영기 동원대 총장의 경우 사학비리가 터질 때마다 언급되는 인물 중에 하나다. 지난 91년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을 맡았던 모 총장은 대학을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 오히려 비리대학으로 논란이 된 상지대와 2억6000만원의 토지거래를 해 논란이 됐다. 93년 김문기 상지대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모 총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수들이 대부분 역사학 전공이 아니라는 점 또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분들이 과연 누구인가 전수조사를 했더니 102명 안에는 아무리 봐도 역사학과 교수는 6명 뿐이었다. 경제학과, 컴퓨터공학과 이런 교수들을 합해서 102명이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파악하지 못한 역사학 전공자가 몇 명 더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가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역사학 전공자는 박성수 전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존희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정경희 영산대 역사학과, 정영순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6명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정화 지지선언에 이름을 올린 곽창신 세종대 대외부총장은 “아주 예전 역사의 경우 역사학 전공자들만 판단할 수 있지만 근현대사는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잘 안다”며 “좌우 차원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좋다고 생각해서 국정화지지 선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곽 부총장은 대학에서 행정학과 정치학을 가르쳐왔으며,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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