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소수자를 두고 ‘더러운 좌파’라고 하는 등 혐오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조우석 KBS이사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 발언은 국제인권법상 범죄에 해당할뿐더러, 방송법이 추구하는 공적인 가치와 방송현장의 보도준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16일 발표한 논평에서 “공영방송 이사들의 폭언이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조 이사는 공개석상에서 성소수자를 더러운 좌파라 모욕하는가 하면 인권활동가들의 실명과 신상을 거론해 공격하는 마녀사냥을 서슴지 않았다”고 밝히며 조 이사의 사퇴와, 조씨를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8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하나’ 토론회에서 나왔다. 조 이사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저 또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지칭해 논란이 일자 고 이사장 발언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조 이사는 고 이사장에 대해 “우리 시대의 의인”이라고 지칭한 바도 있다. 

 

   
▲ 지난 8월 KBS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로 선임된 조우석 이사 . 사진=정규재 TV 극강 캡처
 

조 이사는 이날 ‘동성애와 좌파 사이의 연결고리 3개’라는 토론문을 발표하면서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저의 카테고리”라며 “동성애자들이 노리는 게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복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 현상이 더러우면 더럽게 이야기를 해야지 점잖게 하면 우리가 당한다. 더러운 것을 더럽다고 말해주는 게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이사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동성애와 좌파 사이의 밀월은 동성애 관련 활동가 무리의 면면에서 새삼 보인다. 그걸 보여주는 게 인권재단사람의 활동가”라며 “그가 에이즈 환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애인은 에이즈 환자”라며 개인 신상을 공격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대외협력부장 이름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언론연대는 “이 발언만으로도 조우석은 공영방송 이사의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 발언은 국제인권법상 범죄에 해당할뿐더러 방송법이 추구하는 공적인 가치와 방송현장의 보도준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자유권규약), ‘인종차별철폐조약’ 등에는 혐오발언을 막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 따르면 언론은 성소수자에 대한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하며, 성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적 병리현상과 연결 짓지 않아야 한다. 또 조씨가 이사로 있는 KBS 내부 가이드라인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조정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정하고 있다. 

언론연대는 “KBS가 이런 보도 원칙들을 잘 지키도록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KBS이사직이다. 그런데 KBS 이사라는 자가 도리어 보도준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언론적인 언행들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자가 KBS를 관리․ 감독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 심지어 곧 진행될 KBS 사장 후보자의 면접심사를 조우석이 주도하고 있다니 눈앞이 캄캄할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도 조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이들은 “한국사회 소수자를 차별하는 자가 공영방송 KBS 이사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조우석 이사는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 요청에도 ‘KBS이사로서 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거부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KBS 이사로서 책무에 관심이 없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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