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지역 전·현직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사)목요언론인클럽에 매년 발간하는 잡지 ‘목요언론’에 야당 인사들과 노동조합 단체를 ‘종북 빠가야로’라고 비방하는 글이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발간된 목요언론 제14호에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암 덩어리들’"이라는 제목의 이민종 목요언론인클럽 상임고문(전 조선·중앙일보 기자)의 칼럼이 실렸다. 

이 고문은 광복·분단 70년 특집으로 수록한 해당 칼럼에서 “우리가 임진왜란과 경술국치(한일합방), 6·25 남침전쟁 등 아픔을 잊고 우왕좌왕 방황만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면서 “동쪽에는 왜국(일본) 빠가야로(ばかやろう·바보 녀석), 북쪽에는 북한 빠가야로, 대한민국 내에 기생하는 남남 갈등세력과 종북 빠가야로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고문이 한국의 빠가야로를 상술하는 부분에서 △정계·학계 △법조계 △단체의 ‘빠가야로 리스트’를 열거하며 “왜국이나 북한보다 코리안 빠가야로가 훨씬 더 큰 암 덩어리다. 스스로 자정하거나 퇴출 대상이 수두룩하다”라는 등 명예훼손성 주장이 여과 없이 지역 명망지에 실렸다는 점이다.

   
▲ 지난 1일 발간된 목요언론 제14호
 

이 고문이 뽑은 빠가야로 리스트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해 설훈·정청래·김광진·김현·김경협·김한길·장하나 의원 등과 이정희·한명숙 전 의원,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이 고문은 문재인 대표에 대해선 “실체가 없는 5·24 조치를 해제하라는 주장 등 막말들로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는 이유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고문은 학계 인사로 꼽힌 황상민 교수의 경우 “‘박 대통령은 생식기만 여성이지 여성 역할을 한 건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도 ‘빠가야로 단체’라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전교조는 좌편향 교육에 치중하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교육자가 태반”이라며 “이들이 장악한 학교는 태극기를 떼어냈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는 등 명확한 근거 없는 주장도 펼쳤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그는 “대기업과 국가기간 업체에 조직된 강성노조로서 사용자를 주적으로 보고 거의 매년 임금 또는 정치투쟁을 벌인다”며 “툭하면 파업과 거리 점거로 사회질서를 마비시켜 일반 국민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외식업중앙회 서민경제 상생발전 결의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
 

정하길 목요언론 편집위원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 야당 인사들과 노동조합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이 여과 없이 실리게 된 점에 대해 “우린 일반 언론사처럼 제도적으로 기사나 칼럼에 대해 크게 제한 규정을 두진 않고 있다”면서도 “편향되고 감정적으로 격앙된 글이 나온 건 사실이어서 앞으론 편집회의 등 좀 더 협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대전시당은 “야당 정치인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편향적 기고가 아무런 정제 과정 없이 게재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추후 시당 차원에서 논의한 후, 공식적인 사과 요구를 비롯해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법적대응이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요언론인클럽은 지난 1980년 강제 해직된 충남도청 출입기자 회동 모임으로 시작해, 대전·충청지역에서 활동한 일간지·방송사·통신사 등 전·현직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으로 확대됐다. 

목요언론인클럽에선 매 분기별로 ‘이달의 기자상’과 매년 ‘목요언론인상 대상’을 선정하고 언론인 자녀에 대한 장학금도 수여하는 등 지역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의 사업도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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