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해방 직후 창간됐지만 유신정권의 언론통폐합 정책으로 사라졌던 ‘대중일보’의 역사를 ‘경인일보’가 가로채 자신들의 역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경인일보 측은 신문사 통합과정에서 배제됐던 대중일보의 역사를 되살리는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중일보는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7일 창간된 인천 지역신문이다. 대중일보는 한국전쟁으로 잠시 발행이 중단됐다가 1950년 9월 인천신보로 가창간됐다. 대중일보의 창간멤버였던 송수안이 발행인을 맡고 이종윤이 편집인 겸 인쇄인을 맡았다. 인천신보는 1959년 7월 기호일보로, 1960년 7월 경기매일신문으로 이름을 바꿨다. 

경기매일신문은 1973년 유신정권의 언론통폐합 정책(1도 1사)에 따라 다른 신문들과 통합되며 사라졌다. 1973년 7월31일 인천올림포스호텔에서 ‘경기도 3개 신문사 통합대회’이 열려 경기매일신문(전 대중일보), 경기일보, 연합신문이 통합됐다. 통합된 신문사의 이름은 경기신문이 됐고 본사는 연합신문이 있던 수원으로 결정됐다. 

이훈기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 지부장은 대중일보 편집인 이종윤의 손자이자, 대중일보 기자 출신인 이벽의 아들이다. 이 지부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할아버지는 이승만 정권에 항거했고, 아버지는 유신정권에 항거했다”며 “유신정권 강압에 의해 생겨난 경인일보에서 대중일보의 역사를 가져가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2013년 9월2일자 경인일보 1면. 경인일보는 대중일보 창간호로 지령에 합산했다.
 

경인일보는 지난 2013년 9월2일부터 지령 기산점을 인천신문(연합신문의 전신) 창간호인 1960년 8월15일자에서 대중일보 창간호인 1945년 10월7일자로 바꿨다. 이에 따라 당시 지령은 1만2041호에서 2만1060호로 바뀌었다. 

이 지부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경인일보가 유신정권의 언론통폐합의 역사를 가리고 불의에 맞섰던 대중일보의 역사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대중일보(통합 당시 경기매일신문)는 인천에 본사를 뒀지만 통합된 경기신문은 본사가 수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연합신문의 본사였고, 현재 경인일보의 본사도 수원인데 이게 경인일보가 연합신문을 뿌리로 했다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경인일보는 당초 창간 일을 언론통폐합이 있었던 1973년으로 정했다. 이 지부장은 “당시 사세가 가장 약했던 연합신문을 모태로 (통합된) 경기신문이 탄생했는데 이는 자유언론이 권력에 의해 굴욕을 겪었던 치욕의 역사”라고 지적했다. 창간 9주년인 1982년 경인일보는 1960년 창간한 인천신문의 지령을 승계했다면서 창간 역사가 13년 늘어났다. 

   
▲ 인천경기지역언론 계보. 자료=이훈기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 지부장 제공
 

2013년 경인일보는 다시 대중일보의 지령을 승계하며 창간년도가 1973년에서 1960년, 1945년으로 바뀌게 됐다. 올해를 기준으로 창간년도를 계산하면 42년, 55년, 70년으로 역사가 새로 생긴 셈이다. 경인일보는 올해를 창간 70주년으로 기념하고 있다. 통합 당시와 비교하면 28년의 역사가 늘어난 셈이다. 

이 지부장은 “경인일보의 논리는 1973년에 통합되면서 피가 섞였다는 건데, 그러면 민주화가 되면서 1988년 경인일보의 인천주주들이 나와 인천일보를 만들었는데 인천일보도 그럼피가 섞였으니 올해 창간 70주년이라고 해도 되는 거냐”며 “유신정권이 총칼로 통합한 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교과서 국정화하는 것은 경인일보가 일방적으로 대중일보의 역사를 가져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7일 대중일보기념사업회(경인방송, NIB남인천방송, 인천뉴스, 인천in, 시사인천, 인천일보)는 성명을 통해 “경인일보의 대중일보 제호 승계 해프닝은 (대중일보)해직기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해직 당시 이상의 아픔을 주며, 민주언론을 위해 싸우다 사라져간 인천 언론인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인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경인일보는 올해를 창간 70주년으로 기념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역사왜곡이 아니라 죽은 역사를 살리고 유신정권의 언론통폐합이라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경인일보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군사정권이 강제로 통합을 했지만 통합 당시 3사의 대표이사는 합의를 했다”며 “3개 언론사가 모두 유신정권에 로비를 했지만 연합신문 쪽이 주도권을 쥐고 나머지 두 신문은 로비에 실패하게 된 셈인데 ‘유신 대 반유신(대중일보)’의 싸움인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매일신문(전 대중일보) 편집국장이었던 김형희씨는 지난 2003년 인천언론인회보에 이렇게 밝혔다. 김씨는 “당시 불법을 자행한 자는 누구였을까. 우선 홍모 연합신문 사장, 오모 중앙정보부 경기분실장이 주역이었다는 확증이 남아있다”며 “당시 송수안 발행인이 (3사 통합 찬성 서약에) 거절하자 군화 한 발이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증언했다.  

경인일보 관계자는 “경인일보 노조가 ‘로비에 성공한 신문사(연합신문)만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사측에 계속 요구해 회사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대중일보의) 역사를 죽어있게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일보의 지령을 계승해 역사를 살리면서 유신정권 당시 불명예스러운 역사도 반성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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