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예비교사들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전국적으로 역사 관련 전공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도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전국 사범대 40개 학교 중 24개 학교, 전국 교대 13개 중 12개 학교 학생회 학생들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시민양성과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 사범대 40개 학교 중 24개 학교, 전국 교대 13개 중 12개 학교 학생회 학생들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시민양성과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정부는 지난 12일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고시’ 행정예고를 통해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일 한국교원대 등 역사교육과가 있는 전국 23개 대학 학생회가 참여한 전국역사교육과학생회연석회의는 국정화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이슬기 한국교원대 총학생회장은 “역사교육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되고, 정치도구가 아니”라며 “국정화가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시민 양성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학생들과 대한민국 미래교육을 위해 (거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양한 한국사교과서 발행이 편향됐고 종북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이에 반대하는 분들은 친일·독재 미화만을 얘기한다고 하는데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며 “다원적, 창의적, 비판적 시각을 목적으로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하는 학교교육에서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각각 9종과 8종인 중학교 역사 및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1종으로 줄일 경우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송채은 전국역사교육과학생회연석회의 의장은 “국정교과서가 학습 부담을 줄인다고 선전하지만 국정 체제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세부적인 내용까지 달달 외워야 한다”며 “역사가 암기과목이라는 오명을 쓴 것은 이 때문인데 검정에서는 여러 교과서를 다 보지 않아도 되고 공통적으로 실린 핵심내용만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헌법 가치에 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경희 서울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헌법 31조 4항을 보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보장된다고 돼 있는데 정부는 국정화하는데 이런 고민이 없었다”며 “고민이 있는 척 하지만 예비교사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예비교사들이 국정교과서 반대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광장 맞은편에서 한겨레청년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 장소에 난입하지 못하게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예비교사들이 국정교과서 반대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광장 맞은편에서 한겨레청년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 장소에 난입하지 못하게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안영빈 대구교대 총학생회장은 여당에 대해 쓴 소리를 냈다. 안 회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우리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주체사상은 수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배우지 않는다”며 “수많은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어떻게 보는지 모르는 것을 보면 어이없고 한심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이후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을 해산하고,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는데 국정화 역시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힘 있는 사람들의 역사에 방점을 찍는 제도”라며 “보통사람들의 역사를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연세대, 지난 14일 고려대, 경희대, 지난 15일 동국대, 부산대 등 전국의 역사전공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한국역사연구회(연구회)는 성명을 통해 집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구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국정화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끝내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연구회는 교과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회는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며 연구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대안 한국사 도서의 개발을 준비해왔다”며 “대안 한국사 도서 편찬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예비교사들이 국정교과서 반대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광장 맞은편에서 한겨레청년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 장소에 난입하지 못하게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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