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칼럼(“‘정몽준 징계’언론보도, 팔은 안으로 굽었다”)에 대해 독자들과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어떤 분들은 ‘객관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라는 등의 긍정적 평가를 보였다. 다른 분들은 ‘그래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고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부패하고 부정한 집단이므로 개혁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칼럼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조직의 이른바 ‘개혁’의 문제를 바라볼 때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벗어나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아야 그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나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라는 시각에서 ‘개혁’을 따진다면 그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다. 지금 세계 축구계와 스포츠계의 뜨거운 이슈인 ‘FIFA 개혁’도 마찬가지다. FIFA 개혁과 관련한 사건‧사안들을 유‧불리와 관련지어 바라본다면 FIFA 개혁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조직의 개혁 문제가 대두될 때 문제의 가지는 크게 ‘구조 개편’과 ‘인적 쇄신’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지금 FIFA 개혁의 본질은 두 가지 중에서 인적 쇄신이다. 그동안 FIFA 운영에 있어서 독단을 일삼고 월드컵 등 수익 사업에 있어서 이권을 챙겨왔던 인사들을 FIFA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현재 FIFA의 집권세력 내지 주류세력인 블라터와 그의 측근들 그리고 과거 FIFA 관련자로서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던 인사들이 인적 쇄신의 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9월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축구회관에서 FIFA 회장 선거 과정의 훼손된 공정성을 폭로 하고 있다. 이날 정 명예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가 회원국에게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지지를 강요하는 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 포커스뉴스
 

FIFA 개혁, 인적 쇄신을 이끄는 미국·스위스 검찰과 FIFA 윤리위원회

이러한 FIFA 개혁의 과제를 지금 누가, 어떻게 하고 있나? FIFA 외부에선 미국 검찰과 스위스 검찰이, FIFA 내부에선 윤리위원회(ethics committee)가 그 쉽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다. 미국 검찰과 스위스 검찰은 내부고발(whistle-blowing)과 수사를 바탕으로 범죄 혐의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고 있고, 그 대상자 중엔 2011년 회장 선거 즈음에 한화 20억 원이 넘는 FIFA의 공금이 계약서 없이 플라니티에게 건너 간 사실로 선거 관련 배임 혐의가 제기되는 블라터 회장과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도 있음이 최근 외신을 통해 확인되었다.

2012년 7월경 지금의 윤리위원회가 구성되기 이전의 윤리위원회는 제대로 그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평가받았고 2011년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와 경쟁했던 ‘함만’ 당시 아시안축구연맹(AFC) 회장을 회장 선거 후 영구제명의 징계를 내리는 등 블라터의 경쟁자 내지 반대 인사를 FIFA에서 축출하는 과오를 저질렀다{함만 징계의 경우 이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중재절차에서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효 결정을 받아 복귀하는 듯 했으나 2012년 새롭게 구성된 윤리위원회의 조사 및 재정절차를 통해 그해 12월 재직 중의 윤리규정 위반 행위를 이유로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고 본인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2년 5월경 FIFA 개혁에 대한 내외부의 요구로 조사와 재정절차를 분리하고 독립성을 보장한 윤리위원회 개선안이 총회에서 통과되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경 집행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조사국(investigatory chamber) 의장(chairman)으로 미국변호사인 ‘가르시아’(Michael J. Garcia)를, 재정국(adjudicatory chamber) 의장으로 독일 판사 ‘엑커트’(Hans-Joachim Eckert)를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가르시아 의장은 바로 ‘2018/22 월드컵’ 동시 선정 절차와 관련한 부정비리 등을 조사하였고 2014년 9월경 증거자료가 있는 350페이지의 ‘가르시아 보고서’라는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윤리위원회는 중간에 윤리규정 위반 혐의가 보고된 당사자들에 대해선 본징계 이전에 90일의 임시 자격정지를 내리고 조사 및 재정절차를 통해 최고 영구제명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인사들 중에는 당시 집행위원회 위원 등 주요간부들도 있었고 친 블라터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윤리위원회를 비난하면서 FIFA 개혁을 주장? 본질에 어긋나

윤리위원회도 ‘가르시아 보고서’ 공개 문제로 흔들린 적도 있었다. 가르시아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가감없이 그대로 공개하기를 요구하였지만 엑커트 등은 보고서를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일부에선 윤리위원회가 전부 공개를 거부한 점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그러나 조사보고서엔 내부고발자 등 조사에 협력한 자들이 기재되어 있어 내부고발자들의 신변보호 문제, 그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는 경우의 명예훼손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는 윤리위원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었다. 이에 윤리위원회는 그러한 문제의 여지를 없애고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하였다(가르시아는 이에 반대하며 사퇴하였다). 그 보고서엔 2018/22 월드컵 동시선정 절차에서 각 유치위원회 및 관련 인사들의 비위·비리가 담겨있다. 우리 정몽준 회장 관련 내용도 있다(여기서 굳이 그 내용을 밝히진 않겠다).

이번 정몽준 회장에 대한 징계도 조사보고서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올해 1월경부터 윤리위원회가 조사절차와 재정절차를 거쳐 징계 결정을 한 것이다. 일부에선 FIFA가 이미 혐의없다고 한 사실에 대해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엄연히 말하면 지금의 윤리위원회 출범 이전에 FIFA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것도 아니었고(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 뿐이다), 윤리위원회는 독자적으로 조사 및 재정절차를 통해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2012년의 ‘가르시아’의 조사를 통해 윤리규정 위반한 인사들에 대하여 수년의 자격정지에서 영구제명까지 징계를 하는 것이므로 규정상 문제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윤리위원회가 지금 FIFA 개혁, 인적 쇄신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세계 스포츠계와 축구계는 2012년 7월 이후 윤리위원회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정몽준 회장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부당하고 편파적이라고 하면서 “FIFA 개혁에 전세계가 나서야 된다, FIFA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음모론’에 중독된 탓인지 FIFA의 ‘음모’를 주장한다. 우리는 뒷북치고 있는 건 아닐까. 엇박자를 내는 건 아닐까.

   
▲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9월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축구회관에서 FIFA 회장 선거 과정의 훼손된 공정성을 폭로 하고 있다. 이날 정 명예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가 회원국에게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지지를 강요하는 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 포커스뉴스
 

그나저나 정몽준 회장이 윤리위원회 징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는 내외신 보도가 없다. FIFA 규정상 윤리위원회 징계 통지일로부터 3일 이내에 항소(appeal)하여야 FIFA 항소위원회 항소절차,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중재절차를 통해 징계 당부를 다툴 수 있다. 위 기한을 넘겨 항소하였다면 항소는 각하되고 바로 중재신청을 하더라도 신청은 각하된다. 그렇게 되는 경우엔 결국 스위스 법원의 소송(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포함)을 통해서만 징계 효력 유무를 다툴 수 있는데, 사실상 후보등록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소/개>
필자는 운동선수 출신의 변호사이다.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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