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력채용 기자에게 ‘시용(試用)’ 발언 등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던 이상호 기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해고 복직 이후 지난 8월 사측으로부터 또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이 기자는 “내 발언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MBC 뉴스야말로 국민을 모욕했다는 것을 법원이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2단독 최지경 판사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기간 중 경력기자로 채용된 전재홍 기자와 MBC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 기자에 대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의 경위나 배경, 보도 전체 내용과 취지, 모욕적 표현이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표현 수준을 비춰 보면 이 기자가 일부 모욕적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방송 내용 중) 한국일보 파업 사태와 관련해 MBC 노동조합도 파업 당시 사측이 비정규직 경력기자를 채용한 사실이 있다”며 “이 기자가 당시 채용된 경력기자와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고, 자기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에 불과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 고발뉴스 2013년 7월4일 방송 화면 갈무리.
 

앞서 이 기자는 지난 2013년 7월 고발뉴스 방송(한국일보, 제2의 엠빙신 되나?)에서 “(한국일보가) 시용 기자를 뽑아서 뉴스를 완전히 망가뜨린 MBC 사례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MBC는 언론이 아니라 시용 기자들을 앞세운 흉기” 등의 발언으로 MBC와 전재홍 MBC 기자에게 모욕 혐의로 고소당했다. 전 기자는 지난 8월13일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채용됐다”며 이 기자가 자신을 ‘시용’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한 것에 반발했다. (관련기사: 이상호 고소한 MBC 기자 “시용기자란 말, 모욕적”)

이 기자는 이날 1심 무죄 판결 이후 미디어오늘 등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고소하는 MBC도 문제지만, 이를 버젓이 기소하는 검찰도 문제”라며 “상식이 뒤집힌 세상이다 보니 법원에서 자꾸 이런 너무나 당연한 판결을 들어야 하는 세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금이라도 MBC는 더 이상 법과 국민을 모욕하지 말고 세월호 오보에 대해 사과하고 엄청난 소송비용을 좋은 뉴스를 만드는 데 썼으면 좋겠다”며 “MBC가 언론의 정도를 회복하는 방법은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보도라인 책임자들이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이상호 MBC 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법대생 1·2학년만 되도 이게 기소감이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박근혜정권 검찰이 언론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형사 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은 세계 역사상 공산국가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고소 자체도 경악할 노릇이지만 그걸 기소하는 검찰은 제대로 된 검찰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앞서 검찰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부당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아울러 이 기자는 지난 7월 2년6개월간의 소송 끝에 해고무효판결을 받고 MBC에 복직했지만, 기자직이 아닌 심의국 발령을 받고 한 달여 만에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측은 이 기자가 트위터를 통한 회사 명예훼손과 회사 허가 없이 팟캐스트 출연 등 사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를 통보했다. (관련기사 : 이상호 MBC기자, 복직 한 달만에 ‘정직6개월’)

이 기자는 사측의 계속되는 보복성 징계에 대해서도 “나는 회사의 징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징계를 내리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MBC가 김정일 아들 김정남 인터뷰를 어떻게 했고, 왜 방송을 안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그래야 내 징계가 합당한지 가부가 나오므로 노조에서 감사 청구까지 했음에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징계한 것이므로 매우 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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