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다룬 MBC 보도가 ‘허위’라며 보도 관계자를 형사고발한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에 대해 경징계를 내렸다. 보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오정환 MBC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최선을 다한 보도”라며 “언론자율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주신씨가) 왜 MRI를 안 찍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의혹제기를 이어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4일 오후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9월1일 MBC ‘뉴스데스크’의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보도가 ‘공정성 위반’에 해당된다며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인 의견제시를 내렸다. 야당추천 위원들은 해당 보도가 ‘객관성’과 ‘명예훼손 금지’, ‘공정성’ 모두 위반해 법정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이 보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 조율한 것이다. 

지난달 1일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보도에서 양승오 박사의 일방적인 병역의혹 제기를 보도했다. “자생병원에서 찍은 주신씨 MRI 사진은 20대가 아닌 40대 남성의 것이다.”, “주신씨가 작년 영국 유학을 앞두고 비자 발급용으로 찍은 가슴 방사선 사진과 자생병원에서 병역 면제용으로 제출한 MRI와 함께 포함된 흉부 사진은 흉추의 극상돌기와 석회화 소견 등이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 등 MRI를 조작했다는 의혹제기다. 그러면서 MBC는 시민단체가 박원순 시장을 고발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이 보도와 관련해 MBC가 신빙성이 낮은 양승오 박사의 의혹제기를 전달하면서도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보도는 몇가지 사실을 왜곡하거나 누락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앞서 지난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민실위 보고서를 내고 해당 보도가 △박 시장의 반론을 받지 않은 점 △검찰과 법원 등에서 관련 의혹이 근거 없다고 여러차례 판단한 사실을 누락한 점 △양승오 박사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중대한 사실을 누락한 채 “의사들이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점을 ‘문제’라고 밝히며 “기사의 ABC도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심의위에 출석한 오정환 MBC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최선을 다한 보도”라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오정환 센터장은 “양측 주장중 누가 옳은지 따지는 게 보도의 핵심이 아니라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했다는 점을 밝힌 기사”라며 “박원순 시장측 입장을 들으려고 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서울시는 보도하지 말라는 식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오정환 센터장은 ‘언론자유’의 문제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심의 결정은 보도 하나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한국언론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언론자율성에 대한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한 보도에 대해 잘못이라고 판정하신다면 (MBC가) 이미 위축된 상황인데 중압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보도에 대한 비판은 공정성 잣대가 아니라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의 민실위 보고서.
 

그러나 당사자의 반론을 직접 받기 힘들더라도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보도에 양승오 박사 입장만 3번 나온다”고 문제제기를 한 뒤 “박원순 시장측 입장을 받을 수 없다면 세브란스 병원. 병무청장 등 수 차례 확인된 사실에 대한 언급을 해주는 식으로 보도하면 되고,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충분히 반론이 나와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 박 시장의 입장을 대신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정환 센터장은 “기사 중에 또 재반박을 넣는 건 어색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보도시간이 짧은 방송뉴스의 특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오정환 센터장은 “9월1일 기사가 균형이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면 서울시 입장을 전달한 9월2일 기사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해야 하는데 2일 보도에 대해서는 비판이 없었다”고 말했다. 9월1일 보도가 논란이 됐고, 다음날 MBC는 서울시의 반박 기자회견 내용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장낙인 위원은 “그 보도는 논란이 벌어진 후에 반론권 확보차원에서 나온 보도”라고 일축했다.

여당추천 함귀용 위원은 MBC를 두둔했다. 그는 “오히려 (의혹을) 더 취재해야 할 거 같다”면서 “오히려 2일 보도가 굉장히 (박원순 시장 입장에 유리하게) 일방적이었다. 기자로서 어떻게 이런 보도를 할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귀용 위원은 “서울시에서 보도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언론위협이다. 언론사들이 이정도 보도도 못하면 필요가 있나. 대통령도 비난할 일 있으면 비난해야 하는데 (박원순 시장이) 나는 언터쳐블이다? 이게 법정제재까지 갈 사안이면 대한민국 언론은 박원순 시장 기사는 아예 못쓰는건가”라고 말했다. 격분한 함귀용 위원이 퇴장해 회의가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함귀용 위원과 오정환 센터장은 병역비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함귀용 위원은 공개신검에 대해 “병역기피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공개신검이라고 하는데 장소도 공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행적이 의혹투성이다. 그래서 재판부가 의견을 들어보자고 한 건데 박주신이가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환 센터장 역시 “사회적인 논란과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주신씨가 왜 귀국해서 다시 MRI를 안 찍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측은 “이미 충분히 검증을 했다”면서 박주신씨 법정 출석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공개신검 조작설은 보수언론도 일축할 정도로 신뢰도가 매우 낮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지난 7일 칼럼에서 MRI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조작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요즘 시대에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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