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역설적으로 관점이 돋보이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에 묻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자의 시선으로 한 주간 좋은 고른 뉴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10월 12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방송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1.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군대나 가라”

기자가 학생일 때만 해도 대학에 못 가거나 대학생활을 망치면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농담반 진담반 “군대나 가라”라는 말을 던지곤 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기사 <군대나 가지? 요즘 경쟁률 7대 1>에 따르면 이제 이 말도 옛말이 됐다. 

올해 상반기(7월까지) 육해공 및 해병대 입대 지원자(63만427명) 중 입대에 성공한 인원은 13%에 불과(8만4224명)하다. 경쟁률은 각각 육군 7.9대 1, 해군 5.9대 1, 공군 8.2대 1, 해병대 6.1대 1이다. 음향장비 운용ㆍ정비 특기 분야는 48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병무청 병무민원상담소에는 “군대 좀 보내달라”는 민원 전화가 하루에도 300통씩 걸려온다. 

군대 가는 데 재수 삼수는 기본이다. 한국일보 기사에 등장하는 20세 고모씨는 육군 6번, 공군 3번, 의경 1번 지원을 했던 건 다 떨어졌고 이번에 운전 특기병으로 입대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입대를 하기 위해 노량진 일대에서 학원을 다니는 청년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21세 이모씨는 일주일 3번 총 9시간을 투자해 통번역 학원에 다닌다. 고등학교를 미국에 졸업해 영어에 능숙하지만 육군 어학병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음 번에는 붙으려고 스터디도 일주일에 3번 씩 한다. 또 다른 어학병 지원생 정모씨(20세)는 월 36만원 내고 학원에 다닌다.

   
▲ 10월 8일 한국일보 24면
 

노량진에는 컴퓨터 관련 보직 얻기 위한 청년들이 다니는 학원이 있다. 연 400만~450만원의 비용이 들 정도로 비싸지만 수강생이 월 평균 3000명이고 서울에만 지점이 4개다. 학원도 모자라 헌혈에 봉사시간을 채우는 ‘입대 스펙’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의 표면적인 원인은 병력 감축이다. ‘국방개혁기본계획(2014~2030)’에 따르면 2012년 63만6000명이던 상비 병력은 2022년 52만2000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특히 병력이 가장 많은 육군은 현재 49만8000명에서 2022년까지 38만7000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기침체, 취업난 탓이 크다. 1997년 IMF 직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어린 나이에 군대를 간 뒤 졸업을 늦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입영자 중 20~21세 비중이 2012년 67.5%에서 2013년 75.0%, 지난해 77.3%로 증가했다. 또한 군대 제대를 하고도 복귀를 하지 않고 말뚝 박는 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4,578명에서 작년 5,587명으로 증가했다. 군대마저 바늘구멍이 된, 씁쓸한 현실이다. 

2. 농어촌 의원들, 평소엔 농어촌 잘 대표했나

선거구 획정을 두고 이해당사자인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야 의원 10여 명은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 모임’을 결성해 농어촌 지역구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반대하며 농성까지 벌였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인구편차를 2:1로 조정하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10개 정도의 지역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 CBS 노컷뉴스는 ‘지역 대표성’을 외치는 이들이 정작 평소에 지역을 잘 대표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농어촌 의원들이 지역구 통폐합에 반대하는 주장에는 일견 타당성이 있다. 지역구가 넓어지면 심한 경우 4개 군이 한 지역구로 합쳐진다. 한 지역구 끝에서 끝까지 차타고 3시간이 걸린다. 지역구에 군이 세 개라면 주말에 계속 지역을 찾아다녀도 군마다 한 달에 한 달 꼴로 밖에 갈수 없고, 3곳에 지역사무소를 둘 경우 인건비만 일 년에 1억 원이 훌쩍 넘게 돼 의원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CBS는 지역 대표성을 부르짖는 농어촌 의원들을 보는 달갑지 않은 시선이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구 획정 때 지역 대표성을 외치던 이들이 과연 평소에 지역대표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것이다. 농어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중FTA와 향후 대책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낸 농어촌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농어촌 쇠퇴와 인구 감소를 불러온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 결국 의원들을 움직이는 건 본인들의 이해관계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3. 국감보다 더 큰 문제, ‘국감 이후’다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주인 10월 8일 막을 내렸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국감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부실 국감을 막기 위해 국감 그 자체보다 국감 그 이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원들이 국감에서 호통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호통의 내용, 지적사항이 개선됐는지에 대한 추적과 감시는 없다. 그러다보니 매년 비슷한 자료를 요청하고 매년 비슷한 질의를 하고 매년 비슷한 답변이 반복된다. 또한 국감 때 생산되는 수많은 자료들은 다 어디로 갈까? 관련 부처와 싸워 힘들게 얻은 자료들이 휴지통으로 가거나 삭제된다.

   
▲ 국정감사가 열리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피감사기관의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자료를 현장에서 만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원인은 국감을 의원이 ‘스타가 되는 과정’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정당과 각종 시민단체에서 선정하는 우수 국감 의원으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한다. 우수 국감 의원의 기준은 언론 보도다. 피감기관과 싸우며 얻어낸 자료들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면 다 묻혀버린다.

또한 이 방대한 자료들을 축적할 공간과 방법도 없다. 2012년 의원회관 리모델링 당시 국회사무처와 보좌진협의회가 층마다 있는 회의실 공간에 상임위 주요 질의서·국감자료를 모아 필요할 때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국감도 중요하지만 이제 국감 이후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4. 신입 여경들을 병아리 취급하지 마라!

최근 충북경찰청이 사건 조작해 파문을 일으켰다.  여경이 택배기사로 위장하는 재치를 발휘해 증권법 위반 혐의로 10년 도피행각을 벌이던 피의자를 검거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검거 사실을 뺀 모든 것이 경찰의 조작이었다. 이런 조작은 본업인 치안 활동보다 홍보를 중요시하는 성과평가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 <“경찰이 기사 실어달라며 밥사고 술사며 구걸”>

SBS 취재파일은 한 발 더 나아가 경찰이 왜 하필 ‘신입여경’을 활용해 홍보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경찰 보도자료에 나온 문구를 보자. “10년 도피 A급 기소중지자, ‘병아리’ 여경 재치에 붙잡혀” “절도범, 신참 여경 눈썰미와 기지에 덜미”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새내기 여경 ‘빛나는 기지’” “파출소 배치 5일 만에 도둑 잡은 여경” “여경 기지로 도둑맞은 뭉칫돈 되찾아” 이처럼 최근 경찰 보도자료와 경찰서 계정의 SNS에 ‘20대 신입 여경’의 활약상을 다룬 내용이 많이 늘어났고 이를 받아쓰는 언론 기사도 많아졌다.

경찰은 수사에서 올린 성과를 홍보하고 싶다. 하지만 언론은 아무거나 기사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토리’가 필요하다. 신입 여경은 이에 적합한 소재다. 절도나 교통규칙 위반, 보이스피싱 등 늘 일어나는 범죄 해결도, CCTV를 뒤졌다거나 의심되는 용의자를 뒤쫓는 등 경찰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주인공이 신입 여경이면 기사가 된다. ‘신입 여경이 해냈다’는 식의 미담이다. 언론은 ‘병아리 경찰’ ‘신임 여경이 기지를 발휘해’ ‘재치 있는 대응으로’ ‘눈썰미 좋게’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신입 여경을 활용해 기사를 쓴다.

이런 기사들이 과연 해당 여경들에게 도움이 될까? 같은 성과를 내고도, 더 큰 칭찬과 주목을 받는 여경 동료를 둔 남자 경찰들이 그들이 진심으로 그런 여경을 동료로서 인정할지 의문이다. 훗날 업무 능력으로 경쟁하고 성취할 때가 오면 신입 여경을 두고 이뤄졌던 이런 평가가 온전하고 공평한 평가를 오히려 방해하지 않을까. SBS 취재파일을 한 줄 요약하면 “여경을 병아리 취급하지 마라”는 것이다.

   
▲ MBC 뉴스투데이 갈무리
 

5. 행정도시 세종시?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

세종시가 입주한 지 3년이 지났다. 행정중심도시라는 목표는 달성됐을까. 조선일보는 기획기사를 통해 행정변두리로 남아있는 세종시에 대해 분석했다. 조선일보가 세종에 근무하는 공무원(서기관·사무관) 9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세종시 이전이 업무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9명 중 1명(11명·11.1%)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멀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과 세종시를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을 거리에서 다 써버린다. 한 공무원은 주당 평균 20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고 네 번씩 서울을 왕복하는 바람에 앉아서 업무 보는 시간이 매일 2시간 넘게 줄었다. 지금이라도 서울의 정부부처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던지 국회가 오는 게 힘들면 상임위라도 세종시에서 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공무원의 현장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교육비, 전세난을 겪지 않으니 관련 대책을 만드는 데도 공감하지 못한다. 올 7~8월 전국 아파트 전세 값이 고공 행진하던 때 세종시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세종시 건설 이후 최근까지 아파트가 4만여 채 쏟아지면서 집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던 탓이다. 

수도권 과밀현상도 해결되지 못했다. 세종시의 목표는 수도권의 인구 과밀을 충청권, 세종시로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세종시가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며 제2의 지방인구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부처만 옮겨왔을 뿐 대학이나 문화시설 등 복합도시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도시’ 세종시의 목적을 살릴 제2의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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