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쟁점은 획일화일까, 좌편향일까? 조중동은 좌편향을 문제 삼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교과서 좌편향 논란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노무현’과 엮었다. 서울신문도 “국정교과서는 정권이 바뀐다 해도 그대로 쓰고 싶을 만큼 ‘올바른 교과서’를 지향해야 한다”며 사실상 국정화를 찬성했다. 

정부의 논리에는 문제점이 많다. 국정화 추진 배경으로 검정 집필진 편향성을 지적했는데 검정도 교육부가 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인 셈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검정 8종으로도 확보하지 못한 다양성을 과연 1종으로 하겠냐는 지적도 있다. 한 달 내로 필진을 구성하고 1년 내로 마무리하겠다는 점에서 ‘졸속 추진’ 우려도 있다. 

결국 친보수 성향으로 편향되고, 질이 떨어지는 교과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예측 탓에 일부 교육청에서는 독자적인 역사교재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북교육청은 교육감 권한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교재를 개발해 선택교과를 개설할 방침이다. 다른 시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으며 전교조도 대안교재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1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편가르기 대통령’의 역사 전쟁>
국민일보 <하나된 교과서, 갈라진 국론>
동아일보 <국정 역사교과서 ‘독립집필기구’ 만들자>
서울신문 <“국정 한국사, 노·장·청 아우른 필진 구성”>
세계일보 <한국사, 다시 국정교과서로 배운다>
조선일보 <“全敎組 빼고…정치·경제·사회학자 넣겠다”>
중앙일보 <“헌법정신·사실 입각해 교과서 서술”>
한겨레 <끝내 ‘역사’를 되돌리다>
한국일보 <결국 정부 의지대로…‘역사’ 뇌관 터지다>

조선일보, 기승전‘노무현’

조선일보 <논란은 2003년 盧정부때 시작됐다>에 따르면 ‘고교 역사 교과서 좌편향 파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첫 해인 2003년 당시 국정 국사교과목에서 한국근현대사가 분리되면서 한국근현대사만 검정으로 발행되면서부터다. 그동안 보수진영에서는 근현대사학계가 좌편향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조선일보는 검정을 통과해 발행된 금성출판사가 좌편향 됐다고 공격했다. 이 신문은 “금성교과서는 광복 후 미군 포고문과 소련군 포고문 비교, 박정희와 김일성에 관한 서술 등 34개 항목 등이 문제가 됐다”며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가운데 49.5%가 채택한 이 교과서가 북한은 자주적이고 민족주의적이며, 남한의 외세 의존적이고 불의로 점철된 양 서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들끓는 여론에도 아무런 내용 수정 없이 100만부 이상 배포됐다”며 “2011년 근현대사와 국사가 합쳐서 ‘한국사’로 바뀐 뒤에야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학교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 자체가 특정 사상만이 유통돼야 한다는 선입관에 갇힌 보도이다. 

   
▲ 13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국정교과서 편찬을 주도하게 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인터뷰 기사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쓰는 게 나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상을 말하고 사상의 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선택받지 못하는 사상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원리지만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교조처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사를 포함해 극좌는 물론 극우 성향 인사도 집필진에서 배제할 것” 정부와 보수진영의 논리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정통성을 헌법에 근거한 3·1운동의 정신을 이은 임시정부에서 찾기보다는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이해하는 데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배 위원장은 국정화에 대해 친일, 독재 미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내가 4·19때 데모 대열에 나선 사람”이라며 “요즘 세상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답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로 지적받은 교학사 교과서가 하나도 채택되지 않자 국정화를 추진해 강제로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도 말이다. 

   
▲ 13일자 국민일보 만평
 

정부는 근현대사의 경우 역사전문가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학자들에게도 집필을 맡겨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겨레는 <역사 전문가 아닌 정치·경제·사회학자 집필로 전문성 확보?>에서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하 교수는 “역사학 전공이 아닌 뉴라이트 성향 교수 몇 명이 이미 국정교과서 편집자로 내정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고대사 전공자인 나더러 내 전공 이외의 역사 부분을 쓰라고 해도 두려울 것 같은데, 심지어 역사 전공도 아닌 학자가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겠다는 것은 학자로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중앙·동아 “독립적 집필기구 설립”

중앙일보는 서울대 한영우 국사학과 명예교수의 의견을 전하며 ‘불편부당 교과서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이 합의체에서 현재 교과서 집필 기준보다 더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정 체제 아래서도 큰 욕먹지 않는 교과서를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자는 한 철학과 교수의 의견도 전했다. 

   
▲ 13일자 중앙일보 5면
 

동아일보 역시 1면 머리기사에서 독립적 집필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을 제목으로 뽑고, 정권 성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교육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12일자 JTBC 보도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백년 전쟁이라는 동영상을 보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뒤 추진했다.  

한 달 내 집필진·심의진 구성

정부가 발표한 방침에 따르면 새 국정교과서 집필진에게 주어진 기간은 길어야 1년 안팎이다. 한겨레는 “국정교과서의 이념 편향성은 차치하더라도 함량 미달 교과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이 끝난 뒤인 11월5일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을 고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음달 하순까지 집필진과 ‘교과용 도서편찬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12월까지는 집필을 마친 뒤 2017년 3월1일부터 국정교과서가 적용되게 된다.    

한겨레는 “1974년 국정교과서 도입 당시에도 6개월 만에 제작되면서 교과서 내용이 편향적이고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광주·전북 ‘my way’

경향신문에 따르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인다면 교육청 차원에서 역사교재 개발을 검토해 ‘역사철학’, ‘역사와 인문학’ 등 선택교과를 개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선택교과는 교육감이나 학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개설할 수 있고 교재개발은 교육감 권한으로 교육부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 13일자 경향신문 6면
 

전북도교육청도 한국사 교과서의 ‘대안교과서’나 ‘보조교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교육감이 가진 합법적 권한 내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두 교육감은 “뜻을 같이하는 전국 교육감들과 교재 공동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혀 이에 참여하는 교육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 이 신문은 전망했다. 

전교조도 이에 동참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교재구성권이 최종적으로 교사에게 있다”며 “(국정교과서는) 교사의 양심상 사용할 수 없어 보충교재를 강화해 수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국정교과서 보다는 검인정, 검인정 교과서 보다는 자유발행제가 헌법 가치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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