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이하 ‘ FIFA’)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명예회장(이하 ‘정몽준 회장’)사이의 대립이 FIFA와 대한민국의 대립으로 될 판이다. 최근 FIFA의 윤리위원회(Ethics Committee)가 정몽준 회장에 대하여 내린 6년의 자격정지(ban on taking part in any football-related activity)와 10만 스위스프랑(CHF)의 제재금(fine) 결정과 관련하여 쏟아지는 국내 언론의 보도내용과 그로 인한 많은 국민들(누리꾼)의 반응을 보면 그렇다.

정몽준 회장 징계와 관련한 대부분의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징계가 부당하고 편파적이라는 취지의 내용이다. 특히 유력 일간지 모두는 보도기사는 물론이고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그 징계는 부도덕하고 부패한 FIFA가 정몽준 회장이 FIFA 차기 회장선거 입후보를 준비하면서 현 회장 블라터와 경쟁자인 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플라티니를 비난한 것에 대한 보복성 ‘괘씸죄’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누리꾼들은 FIFA를 해체하라고까지 한다.

스포츠 뿐 아니라 국제무대의 어떤 분야에서도 대한민국 또는 국민이 부당하고 편파적인 불이익을 당한다면 언론은 그 부당성을 알리고 국민의 ‘애국심’에 기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인지상정, 당연지사다. 국제 스포츠기구인 FIFA의 수장을 노리는 우리 정몽준 회장이 경쟁자 또는 FIFA의 반대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는다면 이는 정몽준 회장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는 일이다. 다만 섣부른 대응이나 냉정하지 못한 대처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고 ‘팩트’를 벗어난 주장은 비아냥을 들을 수 있다. 그러기에 정몽준 회장 징계와 같은 스포츠 분쟁은 냉철한 판단을 요한다. 먼저 사안의 본질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국제축구협회 명예부회장. 사진=ⓒ포커스뉴스
 

스포츠분쟁, 객관적이고 냉정한 입장에서 바라봐야

그런 점에서 이번 정몽준 회장 징계 사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 내용 및 누리꾼들의 감정적 반응을 보면 아쉽다. 전후 사정과 사안의 본질을 냉정히 본다면 그러한 판단이 섣부르고 감정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징계를 내린 주체는 블라터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FIFA의 징계위원회나 집행위원회가 아니라 FIFA의 산하 위원회이지만 독립적인 ‘윤리위원회’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2012년 7월경 FIFA 윤리규정(Code of Ethics) 에 의하여 새롭게 설립된 윤리위원회는 스스로의 권한에 의해 FIFA 제규정 위반 혐의에 대하여 조사 및 재정(징계) 절차를 통해 혐의자에 대하여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번에 블라터, 플라티니에 대해서 잠정적 처분으로 90일의 자격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현재 블라터와 플라티니에 대한 스위스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여 현 직책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봐 윤리규정에 따라 내린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블라터와 플라티니가 자신들에 대해 내린 징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항소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한다. 블라터, 플라티니와 윤리위원회는 ‘우호관계’가 아니라 ‘갈등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전후 사정 및 다른 사건에 비추어 부당·편파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워

언론은 블라터와 플라티니에 대한 90일의 자격정지와 비교하여 정몽준 회장에 대한 6년의 자격정지는 형평성을 잃은 부당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는 것처럼 이는 블라터 등에 대한 90일 자격정지는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최종 징계결정 때까지 그들의 모든 직무를 정지케 하는 임시징계이고 나중에 수사결과에 따라 영구제명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에 따른 오해이다. 이러한 오해를 이유로 해서 정몽준 회장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오히려 국제 축구계로부터 비웃음을 살 우려가 있다.

문제는 윤리위원회가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동시 선정 과정에서 정몽준 회장이 한 행위(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측의 유치활동을 지원한 혐의이다)가 윤리규정 위반임을 이유로 내린 6년의 자격정지는 그 형량(기간)이 지나치고 정몽준 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에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윤리위원회가 2013년 1월 공식 발표한 것처럼 윤리위원회는 그동안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동시 선정 절차와 관련하여 알려진 조직 문제 및 개인 비위에 대해서 조사(review)를 해왔고 이번 징계는 조사 보고서에 따라 올해 1월에 시작된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정몽준 회장이 FIFA 회장 도전을 선언하기 이전에 이미 윤리위원회 조사절차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한편 윤리위원회 발표문에 따르면 정몽준 회장이 위반한 윤리규정 조항은 총 5개인데, 그 중에 3개 조항{article 13 (General rules of conduct), article 16 (Confidentiality), article 18 (Duty of disclosure, cooperation and reporting)}이 위 혐의에 대해 적용된 것이다(다른 2개는 조사절차 중 의무에 관한 조항이다). 참고로 윤리위원회는 지난 9월 29일경 전 FIFA 부회장인 잭 워너에 대해 윤리규정 6개 조항 위반을 이유로 ‘영구제명’의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윤리위원회가 정몽준 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을 방해하기 위하여 징계를 내렸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이상 이번 정몽준 회장 징계가 FIFA의 정몽준 반대세력에 의하여 도모되었다거나 지나치게 과한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정몽준 회장이 부당하게 피해를 받았다고 단언하지 않은 입장이 다른 입장에서는 야속할 수 있다. 굳이 글을 통해서 그런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마뜩찮아 보일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우리끼리 화내고 말 일이라면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다투려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 필요하다. 어설픈 주장은 안 한 것만 못할 수 있다.

 

<필/자/소/개>

필자는 운동선수 출신의 변호사이다.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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