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성이나 스토리텔링도 아닌 음악성 자체를 중심에 두겠다는 ‘슈퍼스타 K7’ 의 특징은 참가자들의 나이가 어려졌다는 점이다. 이렇게 나이가 어려진 배경은 단적으로 말해 참여자들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웬만한 음악 지망생들은 참여를 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참여자들이 오디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고, 10대 참여자들이 늘어났다. 오디션 참여자들이 단지 어린 것만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슈퍼스타 K7’는 굴지의 케이팝 기획사 대표들을 심사위원으로 삼고 있는 ‘케이 팝 스타’와 같은 강력한 경쟁 프로그램에 오디션 참여자들을 뺐기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지망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에 대형 기획사에 소속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참여자들이 어려지는 것은 ‘슈퍼스타 K7’만의 현상은 아니다. 얼마 전 끝난 ‘식스틴(SIXTEEN)’의 경우에도 10대 학생들이 많았다. ‘식스틴’은 JYP의 걸그룹 멤버를 뽑기 위한 기획사 전용 오디션이었고, ‘윈:후 이즈 넥스트’(2013), ‘믹스앤매치’(2014)도 아이돌 멤버를 위한 YG의 전용 오디션이었다. 물론 참여자들 가운데에는 10대들이 많았다. 이렇게 10대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오디션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선발의 기쁨보다는 탈락의 패배감을 맛보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나이가 어려진 것에 반해 나이가 좀 들었다고 판단한 참여자들은 재능에 관계없이 탈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2월, ‘카라 프로젝트:카라 더 비기닝’에서 탈락한 소진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는데, 그 배경에 나이가 작용하고 있었다. 소진의 멤버 진출은 네 번이나 번번이 무산되었고, 번번이 무산된 이유는 소진의 나이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소진의 나이는 몇살이었을까. 불과 스물 세살이었다. 아이돌 데뷔 나이의 한계가 23살이라는 말은 공공연하다. 과연 이 나이가 많은 것일까. 그리고 나이가 실력이나 다른 면면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뮤지션의 본질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외모차별보다 심각한 연령차별현상이다.

   
▲ Mnet 식스틴
 

무엇보다 이런 어린 학생들이 감내하기에는 오디션 프로 포맷과 내용은 혹독 아니 잔혹해졌다. 심지어 선배와 후배를 싸움시키고, 우열반을 나눈 뒤 그 싸움에 시청자는 표를 던지고 있는 형국이다. 검투사의 결투에 참여하는 귀족들이 된 듯 싶다. 이런 상황에서 10대 참여자들에게 물리적인 고단함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외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우려되고 있다. 아무리 학부모에게 허락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과연 인권이나 교육적인 차워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이제 오디션에 대한 반응이 시들해졌기 때문인지 오디션은 갈수록 독해지고 있고, 이를 통해 시청자의 주목을 받으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힙합 관련 오디션이 많아진 점도 파악할 수 있다. 힙합래퍼들에게는 디스배틀이 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가 대표적인 예이다. 근래에 오디션 프로에서 여성 폄하 가사가 등장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지 개인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돌릴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오디션 포맷 자체가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참여한 이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뭔가 자극적이고, 강력한 내용을 담아내야 할 듯한 강박심리가 작용한다. 애초에 판을 그렇게 깔았기에 그 판에 참여한 이들은 룰 아닌 룰에 휩쓸려야 한다. 강박에 따른 행위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방하는 짓이다. 애초에 랩배틀이 가지고 있는 풍자와 해학, 골계미를 희미하다.

‘걸 크러쉬’(Girl Crush)라는 말도 오디션 프로에서는 모순에 빠지는 상황이 되었다. 보통 걸 크러쉬는 여성이 여성에게 반하는 매력을 말하며, 걸그룹 멤버들이 남성이 아닌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되었다.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스스럼없이 밝히는 당당한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 여성들을 세계관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성 역할, 롤 모델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이런 여성 힙합 래퍼들이 등장하는 오디션 프로가 극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오디션 프로의 랩 배틀은 걸 크러쉬가 가진 본질적인 매력과 관계가 없다. 그런데 많은 관련 매체들은 이에 대해서 걸 크러쉬라고 극찬한다. 그 승부가 상대방에 대한 모욕을 얼마가 쎄게 무참하게 가하는가에 달려 있을 뿐인데 말이다. 상대방을 모욕주고 저항 못하도록 비방하는 테크닉을 잘 구사할수록 걸 크러쉬의 반열에 오른다니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역시 이는 상대를 잔인하게 죽이는 검투사와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과연 이런 행위들을 하는 참가자들 정말 기꺼이 즐거워 하는 것일지 의문이 든다. 어떻게 보면, 오디션에 참여하는 틀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지워지는 것이기에 눈물을 머금고 행할 수 밖에 없을 지 모른다. 

   
▲ Mnet 슈퍼스타k7
 

갈수록 참여자가 10대들에게 편중되는 현상은 애초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전국민 대상의 실력파 뮤지션 선발의 기획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나이 제한에 걸려 오랜 동안 축적한 실력도 소용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기존의 대형연예기획사와는 별도로 국민의 오디션을 만들겠다는 취지도 붕괴일로에 있다. 그들을 위한 별도의 방송 오디션이 전체 판도를 좌우하고 있다. 아티스트 에이전시가 아니라 연습생 트레이닝과 육성 개념이 강한 한국연예매니지먼트의 속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는 다양성보다는 획일적인 음악으로 평준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구나 참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대들에게는 반교육적 그리고 반인권적인 행태들이 강요되고 있으며, 걸크러쉬들에게도 여성혐오나 편견을 강화하는 언사들이 강박되고 있다. 다른 이들과 공동체적인 정서와 가치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하기보다는 상대를 꺾거나 깎아내리는 행태가 미덕이 되고, 찬사의 대상이 된다. 그나마 대중성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TOP밴드’와 같이 자율적인 활동과 공동체적인 가치 지향점을 견지하는 프로그램은 외면 된다. 특히, 아티스트 에이전시 매니지먼트가 없는 이상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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