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박원순 서울 시장의 아들 주신씨 병역과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내용을 방송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같은 주장이 나온 TV조선의 시사토크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방송심의를 요청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양승오씨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지난 5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에 대한 병역 면제 의혹을 제기했다. 양씨는 주신씨가 MRI 사진을 바꿔치는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당했다.

차 변호사는 이날 방송에서 “6번이나 검증했어도 여러가지 의혹이 있다”며 “지금 어차피 재판이 걸려있으니 재판부, 검찰, 피고인, 참여하고 싶은 언론인들 입회 하에 촬영 딱 1시간만 하면 모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서울지방병무청, 세브란스병원, 대한영상의학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차 변호사는 “서울지방병무청이 국민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했다”며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도 “주신씨를 불러서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며 “피고발인을 한번도 부르지 않고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 걸 딱 두 번 봤는데 1980년대 유병언씨와 박원순 시장 아들이다. 모두 굉장히 유력자”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모든 기관이 주신씨의 병역 문제를 알고도 모른척 한다는 것이다. 

 

   
▲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사진=방송화면 캡쳐
 

차기환 “병무청이 국민들에게 계속 거짓말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다수 기관에 의해 부정된 내용이다. 검찰은 2013년 4월 서울지방병무청, 세브란스 병원, 대한영상의학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4개 기관의 협조를 통해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도 지난 7월 트위터로 비슷한 의혹은 제기한 사안에 대해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다. 

애초 이런 의혹에 힘을 실어줬던 보수논객 조갑제씨도 지난달 22일 채널A에 출연해 주신씨 병역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조씨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문제는 이미 검찰과 병무청 등 국가기관에서 무혐의 난 사안이다. 의혹을 제기하려면 새로운 팩트를 들고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에 역공을 당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도 지난 7일 칼럼에 “특이 체질은 확률적으로 소수이긴 하나 언제든 존재할 수 있다”며 “바꿔치기 시나리오대로라면 소속 병원이 다른 방사선사와 의료 영상 전산 시스템 전문가, 수년째 디스크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바꿔치기 모델, 병역 비리 브로커 등이 지금까지 줄잡아 열 명 가까이 개입했고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요즘 시대에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썼다. 

그럼에도 TV조선은 차기환 변호사 등의 주장을 1시간 가량 여과없이 내보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TV조선이 이미 허위사실로 판명된 주장을 거듭 방송으로 유포한 것은 매우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악명이 높은 뉴데일리와 미디어펜만 주장했던 이런 황당항 내용을 상세히 전한 것은 방송사 중 TV조선이 유일하다”라고 비판했다. 

 

   
▲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사진=방송화면 캡쳐
 

조갑제도, 조선일보 전문기자도 ‘이건 아니’라는데…

나아가 이날 패널들은 박 시장이 오히려 주신씨의 병역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상휘 데일리안 대표는 "박원순 시장은 정치적 의도가 있기를 바라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공방으로 가면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 공방으로 가는 게 박 시장에게 굉장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금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사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은 “당연히 이용하고 있다. 대권 프로그램중의 하나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라며 “의학적, 과학적 해명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나중에 깜짝쇼 식으로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서울시민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고 국민을 피곤하는 일”라고 박 시장을 비판했다.

이날 해당 프로그램에는 총 5명의 패널이 참석했는데 모두 보수 성향이었다. 이날 패널들 중 차 변호사의 발언에 반대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으며, 박 시장의 발언은 1시간 가량 방송에서 짧게 4차례 인용된 것이 전부였다. 기계적인 균형도 맞추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장성민 앵커는 “지금 박원순 시장이 방송을 보고 계실텐데 전화를 걸어 해명 내지 반박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해당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합리적 반론을 낼 수 있는 출연자를 더 섭외했어야 했다”며 “특정 정치인을 매장하려는 목적으로 공적 기관에서 수차례 허위사실임이 입증된 내용을 방송에서 공공연히 유포하는 행위를 방치할 것인지 방심위는 심사숙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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