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해임 요구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도 8일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 안건을 제출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방문진 사무처의 지난 국정감사 경과보고 과정 중 고 이사장이 이사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고 정식 안건 상정을 요구하자, 결국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전부 퇴장하는 등 회의가 파행으로 진행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 등 고 이사장이 국감 답변 과정에서 했던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리와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국감 진행 상황은 나중에 국회 속기록이 나오면 그때 가서 논의하자”며 거부했다. (관련기사 : 고영주 이사장의 뇌구조를 분석해 봤습니다)

고 이사장은 국감 발언 이후 국회에서 그에 대한 해임 결의안까지 채택되는 등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 직무수행 적격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사장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회의하면서 잘못이 있으면 지적해서 토의하기로 하자”고 일축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문진 정기 이사회가 파행을 거듭하자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왼쪽부터 최강욱·이완기·유기철)이 회의장 퇴장 후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야당 추천의 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는 이처럼 고 이사장이 지난 방문진 국감에서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한 설명 없이 회의를 속개하자, 이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 후 사무처에 ‘이사장 고영주 불신임 결의의 건’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 2일과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문진 이사장 신분으로 출석해 극단적으로 편향된 언행을 거듭한 고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들과 MBC 구성원들을 ‘수구 이념의 추종자’쯤으로 오인받도록 함으로써 방송사로서의 위상에 씻기 어려운 위해를 가했다”고 불신임 결의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이는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진의 수장으로서 심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더 이상 국민과 이사들의 신임을 유지할 수 없다”며 고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틀간의 국정감사에서 고 이사장은 시대착오적 이념의 노예임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며, 이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라며 “고 이사장은 잇단 망동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음에도 자신과 특정 진영의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어, 이는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앞으로 고영주를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그가 주재하는 회의 등을 일체 거부할 것”이라며 “빈약한 논리로 고 이사장을 두둔하는 일부 이사들은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멈추고 이사장 퇴진 등 방문진 정상화의 노력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와 민주노총·참여연대·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각계 단체들로 구성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도 8일 오후 율촌빌딩 앞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와 민주노총·참여연대·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각계 단체들로 구성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MBC 공대위)는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씨는 희대의 망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이사장직에서 지금 당장 물러나라”고 규탄했다.

MBC 공대위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이적(利敵)행위자’로 매도한 고씨를 공영방송 이사장직에 임명한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임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즉각 해임하라”며 “아울러 방송을 장악해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그릇된 발상을 버리고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금이라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5시20분께 사퇴할 생각없느냐, MBC 안에도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없이 황급히 빠져나가 차에 올랐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도 방문진 이사장의 인사청문회와 선정절차 강화, 해임과 징계 명문화 등을 골자로 한 ‘고영주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송호창 의원, ‘고영주법’ 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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