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문제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7일 열린 조정회의에서 교섭주체 중 하나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이날 지난 7월23일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수정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사실상의 거부”라고 말하며 입장 차이를 보였다. 

삼성직업병문제 해결을 위한 제 6차 조정회의가 7일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렸다. 7월 23일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은 후 두 달 만이다. 이날 조정회는 2시부터 비공개로 3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교섭위원이 아닌 피해자 가족은 조정을 시작하기 전 삼성 측에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삼성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교섭주체들의 입장이 엇갈렸다고 알려졌다. 특히 삼성 측과 반올림은 공익기금의 추가 조성과 관련해 입장차가 드러났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반올림과의 인식격차가 컸다”며 “권고안의 거의 전부인 15개 항의 수정을 요구한 것과 매년 150억 정도의 추가 재원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의 거부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백 전무는 “매년 150억 정도의 추가 재원은 사실상 무한한 보상금을 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올림의 입장은 다르다. 반올림이 지나치게 수정을 요구했다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 반올림 상임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이날 회의는 각 주체의 수정의견을 발표하고 입장을 조율하는 자리였다”며 “수정의견이 있을 때 의견을 제출하라고 해서 의견을 제출한 것인데 이를 거부라고 말하는 것은 왜곡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노무사는 “반올림은 조정권고안을 큰 틀을 수용 한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은 공익기금의 추가조성에 대해서도 두 가지 이유를 댔다. 먼저 피해자의 규모다. 반올림은 이날 제출한 수정의견에서 “보상절차가 개시되었을 경우 과연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보상 신청을 하여 기금이 필요하게 될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기부하는 1000억 원 외의 추가 기금을 안정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지난7월23일 발표한 조정권고안부에 관한 반올림 교섭단의 수정의견 일부. 사진=반올림 제공.
 

또 다른 이유는 애초 조정위가 제안했던 반도체산업협회의 기부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반올림 상임활동가 임자운 변호사는 “반도체산업협회가 언론을 통해 기부할 의사가 없다고 이야기한 상황이다”며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수정의견으로 반도체 산업협회에 의존하지 말고 삼성전자의 순이익의 0.05%를 추가 기부하도록 하도록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정회의에 가족대책위원회 측은 대리인인 박상훈 변호인만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고 황민웅씨 아내인 정애정 전 가대위 간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삼성 측에서 합의 없이 보상위원회 꾸린 것이니 잘못된 일이고, 보상기준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된 기준안을 가지고 보상해야한다고 생각 한다”며 “추가조정 속에서도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섭결과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 대표는 “오늘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재발방지대책이나 공익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며 “삼성 측에서 마음에 맞는 피해자 몇 사람만 데리고 보상을 한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직업병 재발에 대한 대책이 없어 환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섭주체인 한혜경씨는 “긴 싸움이 이제는 정말 힘들다”며 “삼성은 우리한테 사과하세요”라고 말했다. 한씨는 삼성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으로 10년째 투병중이다. 

   
▲ 7일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조정회의에 앞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조정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신속한 보장을 위한 조정보류를 요청한 가대위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하고 아울러 추가조정기일 보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자운 변호사는 “반올림의 수정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삼성 측에서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해야하는데 하지 않았다”며 “회의 자리에서 아무 말도 않고, 오히려 논의하는 자리 자체를 보류시켜버렸다”고 말했다. 이후 조정회의 이후 추가조정은 사실상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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