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이 정‧관계 및 언론계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검의 공소장과 관련 수사 보고 자료에는 김 이사장의 각종 비리 혐의가 담겨 있다. 그 가운데 업무상 배임 항목에는 ‘그린피(골프장 입장료) 면제 관련 업무상 배임’이 있다. 

검찰 주장을 요약하면, 김 이사장은 2012년 1월경 건국대 산하 파빌리온 골프장 사장 유아무개씨에게 자신의 그린피를 면제하도록 지시했고, 다시 2012년 3월경 김 이사장의 동반자들 그린피까지 면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 이른바 ‘공짜’ 라운딩이다. 

   
▲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김 이사장이 동행한 이들과 2012년 1월 5일부터 2013년 11월 30일까지 69회에 걸쳐 6100만여 원 상당의 그린피, 카트대여료 등을 면제받아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는 이사장의 ‘동반자’인 정관계 및 언론계 유력 인사의 명단이 있다. 이 시기는 수익 사업 실패 등을 이유로 학내에서 김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온 때고, 재단 비리를 덮기 위해 무리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던 시점이다.

눈에 띄는 인사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그는 지난 2013년 4월 20일 ‘동반자’로 기재돼 있다. 그는 김 이사장, 송희영 현 총장 등과 함께 친 것으로 표기돼 있는데 면제금액은 75만 원이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013년 2월 건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가 지난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범죄일람표에 기재돼 있다. 그는 2013년 4월 24일 김 이사장, 이범래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 등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골프장에 지급한 금액은 없었고 면제금액은 59만원이다. 박희태라는 이름은 2013년 10월 30일 한 차례 더 등장한다. 

박 전 의장은 지난해 9월 강원 원주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여성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건국대는 지난 2013년 박 전 의장을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3월 그를 재위촉했다가 교수와 학생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징계는 고사하고 재임용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건국대는 재위촉 결정을 철회했다. 

범죄일람표에는 김학용, 김도읍, 주호영 등 현직 새누리당 의원 이름과 이범래, 이해구, 박계동 등 전직 의원들 이름도 쓰여 있다. 명단에는 야당 의원 출신도 있다. 제18대 국회의원이었던 전혜숙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 4월 30일 김 이사장을 포함한 건대 관계자들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면제 금액은 59만 원이다. 

기업인 이름도 눈에 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2012년 5월 6일 김 이사장 등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골프장에 지급한 금액은 없었고 75만 원을 면제받았다. 건국대와 KT는 2011년 12월 차세대 스마트 캠퍼스 구축과 서비스 이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연이 있다. 

   
▲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3월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청년리더양성센터 브릿지 2.3 주관으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새시대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인들도 범죄일람표에 김 이사장의 ‘동반자’로 올라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다. 방 사장은 지난 2012년 4월 21일 김 이사장 등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실제 지급한 금액 역시 ‘0’원이다. 면제 금액은 75만 원이다.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과 김창기 조선일보 뉴스프레스 사장 등은 2012년 5월 19일 김 이사장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나온다. 이날은 신문언론사 관계자들이 모인 날이었다. 

SBS와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인들도 이 골프장을 드나든 것으로 나온다. 양아무개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아무개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팀장, 박아무개 대기자와 김 이사장은 지난 2012년 3월 31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지급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2013년 9월 7일에도 등장한다. 박 대기자와 고아무개 전 논설위원, 김아무개 논설위원은 60만여 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오고, 고아무개 전 연합뉴스TV 정치부장과 정아무개 전 연합뉴스 문화부장도 2012년 5월 12일 김 이사장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시사저널 권대우 대표 이름도 쓰여 있다. 그는 시사저널 기자 및 관계자 등과 2013년 11월 30일 골프를 친 것으로 나온다. 면제 금액은 60만 원이다. 권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확히 날짜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 번 쳤던 적이 있다”며 “동행한 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광고, 기사 문제와는 전혀 무관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 박희태 전 국회의장 ⓒ노컷뉴스
 

SBS 사장 출신으로 MB정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하금열 SK 이사와 김진원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10월 19일 골프장에서 회동한 것으로 나온다. 면제 금액은 60만여 원이다. 

이 밖에도 2012년 11월 24일에는 당시 강아무개 헌법재판소장 비서관, 정아무개 헤럴드경제논설실장, 고 전 연합뉴스TV 정치부장, 이아무개 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심의관, 박아무개 이상민의원(새정치) 보좌관, 박아무개 김한길의원(새정치) 비서관 등을 불러 초청 라운딩을 열었다. 이들은 건국대 동문이다.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행사를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치르는 곳은 건국대 밖에 없을 것”이라며 “보통 동문회를 일정 정도 지원해주지 이런 식으로 재단 돈으로 공짜 골프를 치는 곳이 어디 있나. 결국 인맥 관리가 목적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파빌리온 골프장은 파주에 소재한 골프장이다. 외환은행으로부터 차입한 643억 원과 수익사업체인 건국AMC로부터 차입한 505억 원을 사업자금으로 해 2011년 준공한 골프장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과다한 차입금으로 인해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태였고 그로 인해 2013년도에만 건국AMC로부터 56억원 상당의 운영자금을 차용해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안대희 전 대법관, 박희태 전 국회의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노컷뉴스, ⓒ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당시 검찰은 “김 이사장이 골프장에 올 때는 그린피 및 카트대여료는 무조건 면제됐고 대부분의 일행들도 그린피 및 카트대여료를 면제받았다”는 골프장 관계자 진술을 확인했다. 김 이사장 역시 지난해 5월 검찰 조사에서 “무료쿠폰을 이용한 것”이라며 6000여 만 원을 면제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 송희영 건국대 총장은 안대희 전 대법관과 박희태 전 의장과 골프를 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송 총장은 “재단과 관련된 일이라 난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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