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노동자가 추락사고 이후 한 달 만인 5일 결국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의 12미터 도크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지 33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이씨 아버지의 생일이 이씨의 제삿날이 됐다. 통상 사망 날 전날 제사를 지내기 때문이다. 또한 이씨의 부인이 사고 이틀 후에 셋째아이를 출산해 한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망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한기업 소속 이정욱(28)씨는 지난 9월2일 블록 서포트 철거 작업을 진행하다가 12미터 도크 바닥으로 추락했다. 노동조합이 파악한 사고 1차 경위에 따르면 당시 블록 탑재를 위해 내부인원은 모두 이동한 상태였다. 하지만 신호수가 이씨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블록을 이동했고 이씨가 추락했다.

이씨는 우측 두 개골 골절 및 뇌출혈로 울산대학교 병원으로 후송돼 뇌수술이후 한달 여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씨는 5일 뇌사판정을 받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소 호흡기를 뗐다. 고인의 시신은 장기 기증 절차를 밟은 후 6일 입관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한기업 소속 이정욱씨(29)의 장례식.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 측은 “주 신호수가 블록 내부 인원을 밖으로 이동시키고 이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블록을 옮기며 균형이 맞지 않아 블록이 흔들렸다”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이씨의 부인은 사고 이틀 후인 9월4일 셋째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인 이씨가 중환자실에 있었기 때문에 제대된 산후조리를 할 수 없었다. 또한 이씨가 뇌사판정을 받기 하루 전날인 4일은 이씨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아버지의 생일날이 아들의 제삿날이 된 것이다. 이씨의 아버지 이만우씨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현대중공업에서 35년을 정규직으로 일해 왔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 이름으로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늘 행복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 현대중공업이 숨진 이씨의 아버지에게 보낸 생일 축하 문자. 이씨의 아버지는 현대중공업에서 35년간 정규직으로 일했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이씨가 입원해있는)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원청 현대중공업에서는 그 누구도 중환자실에 들러서 유가족을 만난 적이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산재 사고에 대해서 그 어떠한 책임성조차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4년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서는 13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울산지역 노동자건강권대책위에서는 현대중공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현대중공업에서 3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사망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의 모든 산재사망 사고가 하청노동자라는 사실은 위험의 외주화의 결과다”라며 “스위스 FIFA(국제축구연맹) 본부에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가 회장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 국제 사회의 심판을 요구할 것이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커뮤니케이션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한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며 보상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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