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특집 프로그램 ‘나는 대한민국’이 조대현 사장의 연임을 위해 급박하게 추진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인호 이사장의 해외 출장을 통한 공금 유용건에 대해서 KBS는 정당한 공무였다고 주장했다. 

수신료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공히 인정했지만 야당은 KBS의 공정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8월15일 방송된 ‘나는 대한민국’의 과도한 협찬에 대해 지적하며 조대현 사장의 ‘연임 프로젝트’ 아니었냐는 지적을 했다. 

“예능국 CP가 박근혜 초청”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프로그램이 공영방송 정신에 입각해 제작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KBS 1, 2 채널 두 개를 모두 써가면서 협찬으로 조달한 42억원의 14%를 쏟아 부으면서 제작한 대규모 호화 프로젝트”라며 “KBS의 현 경영현실에 맞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 조대현 KBS 사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참석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프로그램 제작비가 총 48억원 가량 투입됐는데 이중 42억9000만원이 협찬 받은 제작비고, 이런 대단위 기획이 5월부터 계획된 것으로 안다”며 “또한 예산의 대부분을 과도한 홍보비로 사용했다는 것은 부실로 급조된 프로그램을 과도하게 띄우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호준 의원은 이어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조대현 사장은 “예능국 책임PD(CP가) 청와대에 요청했다”고 답했다. 

KBS 내에서는 ‘해당 CP가 KBS 내의 최대 실세인가’라며 ‘대통령 일정이 예능국 CP가 요청해 결정된다는 것이 맞느냐’는 비아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 강연’한 이인호 이사장, “공무 맞다”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출장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7월 말 한국전쟁유업재단 초청으로 이뤄진 미국 출장을 공무로 처리하면서 공금 1100만원을 사용했다. 출장에서는 한국전쟁과 관련한 오프닝 스피치와 강연을 했다. 

전병헌 새정치인연합 의원은 “역사 강연을 할 사람이 이인호 이사장 한 명 뿐이었느냐”며 “굳이 공영방송 사장이 역사 강연을 하러 가야할 이유가 있었느냐”고 재차 지적했다.

   
▲ BS 카메라 기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을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KBS 방송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미국 사회에서 6·25 전쟁을 깊이 있게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초청된 것”이라며 “역사 강의가 KBS 이사장의 공무냐, 언제·누가 이인호 이사장으로 결정하자고 했느냐”고 질의했다. 

조대현 사장은 “시기는 잘 모르겠고 오진산 콘텐츠창의센터장이 추천한 거 같다”며 “행사 성격으로 봐서 이사장께서 가는 게 적합하다고 해서 제안했고 프로그램에 이인호 이사장의 오프닝 스피치와 강연 내용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 이번 사건의 심플한 전말”이라고 말했다. 

조대현 사장은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해당 의혹 제기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직권 중재 결정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KBS본부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결정으로 이인호 이사장의 공무가 확인됐다는 조대현 사장의 발언은 이번 사안을 호도하는 것으로 노동조합 주장을 담은 노보를 여타 언론처럼 중재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문제인데다 국감을 앞두고 자체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론중재를 신청한 것은 오늘 국감에서 노조 주장을 거짓인 냥 선전하기 위한 노림수였다”며 언론중재위에 이의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살아있는 불씨?…수신료 인상 쟁점 
KBS는 19대 국회 종료 전인 올해 수신료 인상이라는 숙원사업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KBS가 수신료 인상 의지가 사라졌다’는 비난을 받았고 야당에서는 ‘KBS가 수신료를 인상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경영진이 수신료 인상을 위한 노력에 지친 것 아니냐”며 “정치는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지만 경영진이 지치면 할수 있는게 없다”고 경영진을 독려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KBS 수신료가 다른 나라보다 적고 전제조건이 충족 안 되면 앞으로 10~20년 올릴 수 없는거냐.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 우선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공영방송이 공적 재원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 했느냐 문제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꺼리는 것”이라며 “KBS가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하면 재원을 정권 홍보에 쓰게 되는데 야당 의원들이 어떻게 동의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BS가 공정성강화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탐사보도팀이 2013년부터 준비한 ‘훈장’ 2부작이 방송되지 않고 있다”며 “이승만·박정희 정권 시절의 문제 때문에 방송되지 않는다는 오해를 만들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사장은 “국회 일정, 메르스, 광복 70주년 기념식 등 일정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한 면은 있지만 지쳤거나 포기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훈장’ 2부작에 대해 조대현 사장은 “메르스와 8·15 특집 등 때문에 방송이 연기됐고 일부 인사이동이 오해를 받았지만 이는 KBS 정기 인사”라고 주장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 청와대 개입 주장은 감사 안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교통사로’에 비유하며 폄훼하고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이 시시때때로 KBS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김시곤 전 국장은 KBS를 퇴사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이사진에 의해 해임됐다. 

하지만 KBS는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 일부에 대해서만 감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BS 감사실이 김시곤 전 국장의 ‘세월호 교통사고’ 발언에 대해서만 감사했을 뿐 ‘청와대나 길환영 전 사장의 뉴스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감사는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사장은 “김시곤 전 국장이 이미 퇴사한 이후라 감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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