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든 ‘동북아역사지도’를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보냈고 CRS 최종보고서에 실린 사실이 논란이 됐다. 동북아역사지도에는 중국 동북공정과 일제 식민사관이 반영됐다는 비판이 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외교부 의뢰를 받은 재단은 지난 2012년 8월 31일 CRS에 ‘한중 역사적 변화에 대한 한국의 시각’이란 검토자료를 제출했는데 자료에 중국 동북공정과 일제 식민사관이 만들어낸 역사왜곡을 담은 지도를 포함했다”며 “이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CRS에 향후 북한 유사시 중국이 북측 영토에 대해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할 경우를 대비한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2012년 3월 CRS는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중국의 역사왜곡을 담은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과 ‘중국근대변계사’ 등을 활용해 동북공정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하지만 CRS연구진은 미 의회에 해당 보고서는 중국 측의 자료로 작성한 것이니 한국 측 자료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해 6월 미국 상원외교위원회는 주미한국대사관과 외교부를 통해 CRS보고서 초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고 동북아역사재단에 요청했다. 최종보고서는 같은해 12월 발간됐다. 이 의원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제공해 CRS보고서에 실린 12자의 지도에 중국 동북공정과 일제 식민사관을 나타내는 내용이 담겨진 것을 밝혀냈다.  

CRS보고서 54쪽에 실린 고조선 영토 소개 지도에 보면 기원전 3세기인 고조선(기원전 2333년)을 나타내고 그 영역을 중국 요동지방 일대로 축소 표기해 고조선 2000년 역사와 길림성, 흑룡강성, 연해주 일대 영역을 제외시켰다. 또한 기원전 196년을 나타내는 지도에는 지명만 있을 뿐 위치에 대한 사료도 없는 진번과 임둔을 각각 황해도와 함경남도 남쪽에 위치시켰다. 

이 의원은 “이는 이후 기원전 108년에 설치되는 한사군의 진번과 임둔, 낙랑, 현도를 위치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며 “이보다 약 160년 뒤에 나오는 고구려(기원전 37년)를 나타내고 진번, 임둔과 같은 글씨체와 색으로 나타내 마치 중국 속국처럼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 미국 CRS보고서 55쪽. 기원전 196년 한반도 지도.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고구려(기원전 37년)를 나타내고 진번, 임둔과 같은 글씨체와 색으로 나타내 마치 중국 속국처럼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자료=이상일 의원실 제공
 

동북공정의 핵심 내용은 식민통치기구인 한사군이 한반도 내부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고조선과 고구려 역사를 축소하는 것이다. 또한 일제 식민사관 역시 한사군의 한반도 위치설을 주장한다. 한반도 역사의 뿌리인 고대사를 식민의 역사로 시작해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야 모두 동북아역사지도에 대해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은 “기원전 196년 중국 한나라와 고조선의 경계를 표시하며 압록강을 패수(경계)로 비정(비교해서 정함)하고 있다”며 “패수의 위치는 아직 역사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며, 패수가 한반도 내에 존재했다는 것은 중국 동북공정의 중요한 논거”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학설이 있는데 중국 측에 힘을 실어주는 한 가지 학설만을 동북아역사지도가 소개하고 있고 이것이 한국 입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동북아역사재단 김호섭 이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 일은 2012년 12월에 완료가 된 사항”이라며 “이런 지적에 대해 수용하고 있고, 앞으로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임명됐다.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상고사 연구지원현황이 급격하게 줄고 있으니 확인해달라”며 “사학계에서 다양한 논쟁이 있는데 일부 의견만 반영된다는 지적도 있고, 정치학을 전공한 이사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호섭 이사장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상고사에 대한 논쟁은 건강한 학술 풍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은 역사왜곡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중국에서 동북공정은 2007년 완료됐지만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된 논리들이 관련 유적지나 박물관, 일상 생활공간에서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장군총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고구려 28대왕 박람관’ 안내판에는 ‘고구려는 조기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정권’이라며 ‘당 나라에서 일어난 국내 전쟁으로 고구려 정권이 철저히 소멸했다’고 서술하고 있어 왜곡된 고구려사 인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유 의원은 “당시 고구려는 엄연한 자주 독립국가였고, 고구려사 수·당과 싸운 것은 동아시아 국제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 2011~2015년 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현황. 자료=유기홍 의원실
 

유 의원은 일본의 교과서 역사 왜곡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유 의원은 동북아역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일본의 초·중·고 검정 교과서 108종에서 독도 영유권 등 126개 주제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해와 일본을 서술할 때 발해를 속국으로 표현하거나 동학농민운동을 폭동 또는 난으로 표기한 것과 같은 오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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