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을 비판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무리수’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를 앞둔 4일 포털의 선정적 뉴스 편집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비판 근거가 되는 통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용 의원은 지난 9월에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건수를 언급하며 무리하게 포털을 비판하려던 이력이 있다. (관련기사=김학용 의원의 엉터리 국감 보도자료…방송사닷컴 포함 ‘인터넷뉴스 서비스’가 포털로 둔갑)

김학용 의원실은 1월~9월까지 매일 오전 8시 기준 네이버‧다음 포털사이트 PC메인화면에 노출된 기사 1만4742건의 제목을 전수 조사한 결과 1477건(10%)에 성性‧자살‧살인‧폭력 등 선정적 단어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포털이 광고 단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선정적 기사를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에 배치하는 악마의 편집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성性‧자살‧살인‧폭력성 단어가 포함된 제목=선정적’이라는 주장은 주관적이다. 언론보도는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비춘다. 사건사고를 전하며 자살이나 살인 같은 단어가 기사제목에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는 선정적 기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음에도 해당 단어가 포함되면 선정적이라는 결론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 김학용 의원실의 보도자료 일부.
 

예컨대 김학용 의원실은 포털 다음의 사례를 들며 빚‧도박‧사채 등 돈 문제와 관련한 제목의 기사 노출이 9개월 간 277건, 자살‧죽음‧사망 등의 제목 기사가 236건, 전쟁‧테러 등 기사가 183건, 성폭력‧성폭행‧성추행 등과 관련한 기사가 175건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선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사가 과연 몇 건이나 될까. ‘박 대통령, “성폭력 근절해야”’와 같은 기사제목이 있다면 ‘성폭력’이 들어갔으니 선정적 기사인가. 해당 보도자료에는 ‘선정성’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없다.  

정성적 판단에 의해 계량화된 통계는 신뢰를 갖기 어렵다. OECD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자살이란 단어가 기사제목에 포함되면 선정적이라는 비판은, 자살 보도가 문제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봉착하게 된다.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성폭행 논란도 포털 메인에 편집하면 ‘악마의 편집’이 돼버리는 이상한 판단기준이다. 지난번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내놓았던 ‘포털편향 보고서’가 기사제목의 긍정‧부정 표현이란 정성적 판단에 근거한 결과 언론계에서 외면 받았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김학용 의원실이 언급한 선정적 기사 제목은 ‘일본군의 한국소년 처형장면 담긴 사진 공개돼’, ‘19금 영어배우세요 온라인 강사들 노출 경쟁’, ‘죽으면 끝날까’, ‘개저씨, 꼰대…이젠 기댈 곳 없는 50대’, ‘사진 속 허세에 숨겨진 진실’ 등이다. 이를 두고 선정적 제목이라 비판하기는 어렵다. ‘죽으면 끝날까’ 기사의 경우 신용불량자를 심층 취재한 한겨레21의 탐사보도다. 선정보도와는 거리가 멀다. 

카카오는 5일 공식 입장을 내고 “다음뉴스에 노출되는 기사 제목은 언론사가 정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선정성 여부를 포털이 일방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특히 자살, 살인, 폭력 등의 사건/사고 기사는 실제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안인 만큼 단순히 해당 키워드를 포함했다고 해서 이를 모두 선정적인 기사라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선정적 기사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있다. 포털의 선정성을 비판하기 전에 언론사의 선정성을 비판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도 자료에서 언론에 책임을 묻는 대목은 없다. 포털은 기사 제목을 수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메인 편집의 10분의1이 선정적이라며 포털을 비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포털 메인화면에는 선정적 기사가 존재할 수 있다. 포털이 뉴스이용자들의 접속량을 늘리고자한다는 김학용 의원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다. 무리수다. 엉성한 보도자료의 의도를 비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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