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사내하청 해고노동자로 7개월 넘게 정규직 복직 투쟁을 이어나갔던 이모(43)씨가 지난 1일 사망했다. 해고 후 이씨는 생계문제 압박에 시달리다 사망하기 불과 일주일 전 노조를 탈퇴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면서 동양시멘트 하청업체에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인은 지병인 간경화지만 노조 측은 생계 압박 및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동양시멘트는 지난 20년 간 위장도급이라는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유지해왔다. 동양시멘트는 하청업체의 대표이사와 연봉을 결정하고 소속 노동자의 채용여부와 임금 결정에도 관여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행사했지만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상 의무는 회피해 온 것이다.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 동양시멘트지부는 지난해 5월 17일 결성돼 동양시멘트에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중부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지난 2월 13일 동양시멘트의 위장도급을 확인했고 사측에 하청업체 노동자 24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통보했다. 사측은 즉시 하청업체 중 한 곳인 동일과 도급계약을 해지했고 소속 노동자 84명은 해고됐다. 이에 대해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5일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2일 해고자들에게 임금가처분지급으로 인당 월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 모든 결정사항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 지난 2월 25일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반발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 제공)
 

숨진 이씨는 해고 후 생계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시멘트지부 안영철 사무국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씨가) 건강도 안좋은데다 생활비 압박 때문에 동양시멘트 하청업체에 다시 구직을 했다”며 “(이씨가) 조직부장에게 생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고 포기해서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회사의 노조탈퇴 압박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돌연히 노조 측에 노조탈퇴서를 제출했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했다. 이씨는 사실을 확인하려 전화한 노조 부지부장에게 “회사에서 노조 탈퇴하고 소송 취하하면 복직시켜준다고 약속했다.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다. 이번 기회 아니면 복직하기 힘들거라고 말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무국장은 “상경투쟁까지 같이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는데, 25일 내려오고나니 갑자기 탈퇴서를 냈다”며 “동양시멘트 하청업체에 복직하는 조건이 노조 탈퇴와 소 취하니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안 사무국장은 “해당 업체가 면접 후 이씨를 바로 채용하지 않고 대기자로 올렸다”며 “(이씨는)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포기하고 들어갔는데,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라 밝혔다.

이씨는 노조가 설립될 때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에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두성기업에 입사해 13여년 간 근무한 이씨는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으로 직접고용 투쟁의 시작부터 함께 했다. 지난 2월 집단해고를 당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서울 종로 삼표 본사 앞 노숙농성에도 함께 하는 등 복직 투쟁도 이어갔지만 결국 생계 문제로 이를 포기한 것이다. 레미콘 전문기업인 삼표는 산업은행과 삼표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달 25일 (주)동양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4.96%을 매입하여 동양시멘트를 인수했다.

   
▲ 지난 9월 21일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종로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하는 모습. (사진=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 제공)
 

안 사무국장은 “생계 문제는 해고노동자의 약점”이라며 “해고는 노동자들 나가 죽어라는 것인데 회사가 이걸 이용해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조합탈퇴서 양식이 따로 정해져있는 게 아닌데 똑같은 양식의 탈퇴서가 접수된다”며 “회사가 기본 폼을 만들어 놓고 구직자에게 이름, 주소 정도만 친필로 써서 강제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동양시멘트 관계자는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하는데 그 사람의 일방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이씨에게) 접촉을 했다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이씨는 대기자가 아니라 면접을 보고 떨어졌다”고 말했다. 탈퇴서와 관련해서도 “탈퇴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거겠지 회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 미디어오늘은 기사 출고 당시 사망한 노동자의 실명을 명기했으나 사망한 노동자 주변인들의 요청에 따라 익명처리합니다.(2015.10.6 16:35)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