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소식 가져오셨나요?

 오늘(5일)의 사설 키워드는 ‘고영주와 이재명’입니다.

Q.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재명 성남시장 얘기군요.

네. 오늘자 진보‧보수 언론 사설은 각각 고 이사장과 이 시장을 비판했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대주주로서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구 수장인 고 이사장이 지난 2일 국감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다시 한 번 ‘공산주의자’로 규정했고요. “우리나라 국사학자 90% 이상은 좌편향”이라고 말하는 등 이념편향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죠. 오늘자 사설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경향신문 5일자 사설.
 

반면, 보수 언론은 이재명 시장이 청년들에게 ‘청년 배당금’ 명목으로 연 1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남시는 만 19~24세 청년들에게 분기당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죠.

Q. 내용들을 좀 더 말씀해주시죠.

먼저 경향신문, 한겨레, 국민일보가 고 이사장을 비판했습니다. 고 이사장은 1980년대 유명한 용공조작 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습니다. 저는 과거 출입처가 MBC여서 몇 년간 이 분을 쭉 지켜봐왔는데요, 자기 신념이 굉장히 강하신 분입니다.(웃음)

   
▲ 국민일보 5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이런 편향적인 사람을 보수의 대표적 인사인양 대접하며 공직을 맡기는 것은 보수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일”, “극단주의자에게 맡겨진 방송이 정권에 이익이 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당장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고 이사장의 모욕성 발언에 대해 “거론된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과 증오·대립의 문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점에서 해악이 심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일보도 “올바른 정신이 박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우려했고요.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Q. 그랬군요. 이재명 시장 얘기도 들어볼까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 시장을 비판했습니다. 청년들에게 연 100만원씩 지급한다는 ‘청년 배당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합니다. 대선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한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겁니다. 

   
▲ 조선일보 5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어떤 복지가 정말 시급한 것인지 진짜 절실한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배분하는 방법은 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돈을 시장이 개인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처럼 헬리콥터에서 살포하듯 하겠다는 것”이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동아일보도 “직업이 있든 없든, 잘살든 못살든 모두 100만 원씩 세금으로 퍼준다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박수칠지 의문”이라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 “청년세대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 위한 시도”라고 이 정책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 동아일보 5일자 사설.
 

Q.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상대 진영의 특정인을 비판했다, 재밌는 상황이네요. 오늘은 어떤 칼럼을 가져오셨나요?

중앙일보 권석천 사회2부장의 칼럼입니다. 제목은요. <생각할 사, 슬퍼할 도>입니다. 아마 영화 ‘사도’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네요.

Q. 네. 어떤 내용이죠?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마약 사위와 관련해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한 적 있잖아요. 권 부장은 한국 고위 공무원들이 일으키는 자녀 특혜 채용 논란과 자녀 병역 기피 의혹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주문을 되뇐 결과가 아니냐고 말합니다.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누군가는 금수저, 은수저를 물려주고요. 누구는 물려줄 게 없어 ‘흙수저’를 물려줘야 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죠.

Q. 은수저와 흙수저, 안타까운 현실이죠.

네, 권 부장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2년 전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헬(hell) 조선’의 자조가 돋아나고 있다. 저들은 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나는 왜 1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평등주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아들딸에게 금수저·은수저를 물려줬다면 해줄 만큼 해준 것이고 더 욕심내는 것은 반칙이라는 겁니다. 자신의 영향력이나 권력을 이용해 100m 달리기에서 자식을 90m 앞에 세워 놓는 건 부당한 것이겠죠. 권 부장은 “취업난이든 병역이든, 그 무엇에라도 내 자식만은 웃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가족 윤리’야말로 세상을 불온하게 한다”고 비판합니다.

   
▲ 중앙일보 5일자 칼럼.
 

Q. 듣고 보니 공감이 되네요.

영화 사도에서 보면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히게 해서 죽이잖아요. 오늘의 현실은 공직에 있다는 자들이 자기 자식 대신 남의 자식을 뒤주에 가두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권 부장은 칼럼 끝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는 뒤주 속 앳된 얼굴들이 슬플 뿐이다.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슬플 뿐이다.”

※ 사설 톺아보기는 매일 오전 6시 방송되는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에서 조간 사설과 칼럼을 해설, 분석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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