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방명록‧일촌평‧쪽지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첩‧게시판‧다이어리 기능은 남았다. 싸이월드는 10월1일부터 4일까지 ‘환골탈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싸이블로그를 합친 ‘싸이홈’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팝업창 형태였던 미니홈피를 블로그 형태로 바꾸고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편한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도 싸이홈에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이제 다시 ‘싸이질’을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만해도 싸이월드 세상이었다. 2001년 탄생한 싸이월드는 2011년까지도 미니홈피 회원 수 2600만 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구사했다. 2008년 하루 방문자 700만 명을 기록했던 국민커뮤니티는 오늘날 하루 방문자 10만 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2009년 11월 한국에 등장한 아이폰3G가 불러온 미디어플랫폼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였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를 쓰다 가끔 추억이 ‘고플 때’ 찾아가는 오래된 앨범이 돼버렸다. 

   
▲ 2000년대 중반 LG 싸이언의 미니홈피.
 

한국사회는 21세기 급격한 초고속인터넷의 확산과 온라인커뮤니티의 진화를 온 몸으로 마주했다. 새벽녘 전화선을 타고 천리안 동호회에 접속해 채팅하는 이들이 등장했고, 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등장은 카페와 블로그의 시대를 열었다. 싸이월드는 내 모습을 사진첩‧다이어리‧게시판‧미니룸·배경음 등으로 드러내고, 오프라인 친구들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온라인 관계망이란 역할에 제격이었다. 짝사랑에 대한 설렘과, 헤어진 연인에 대한 집착이 그곳에 있었다. 

싸이월드를 즐겨했던 이들 중에는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같은 ‘서양식’ SNS를 즐겨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글과 사진을 타임라인으로 올리는 것 외에는 사용자의 선택권이 없고, 모르거나 서먹한 사람도 알아서 친구로 추천해버리는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이들이 모바일에 최적화된 싸이홈에서 다시 ‘싸이질’을 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스마트폰 시대가 실시간 자기PR과 관음증 해소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시대에 잃어버린,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복원할 수 있다면 ‘싸이질’이 다시 유행을 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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