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노동자들이 폐지 1년 만에 부활한 토요근무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우정사업본부가 3년치 비정규직의 식비 33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올해 초 하위직 1000여명을 구조조정 한 데 이어, 토요근무제로 집배원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등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4년 연속 적자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요근무반대·우정노조지도부퇴진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철폐, 절대부족 인력 충원, 토요근무 반대 전국집배원 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우정사업본부의 적자를 집배노동자의 근무 시간 연장으로 해결하려는 토요근무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정사업본부노조는 지난 9월1일 노사합의를 통해 지난해 8월 폐지된 토요근무제를 1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들은 “지난 6~7월 실시된 편파적인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지부장 80%와 조합원 70%가 반대한 토요근무가 9월1일부터 재개됐다”며 전체 집배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요근무반대·우정노조지도부퇴진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인근에서 토요 근무제 부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의 집배원 수는 1만6000명으로, 일본과 비교하면 단순 집배원 종사자수는 1/10 수준이다. 일본과 한국의 인구·세대수를 고려해도 일본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최승묵 비대위 공동대표는 “4대 보험이 의무화되고 신용카드 발급 증가 등으로 우편물이 늘면서 집배 노동자들은 밤샘 노동, 주 7일 노동으로 한 달 작업 시간이 150시간이 넘었던 적도 있다”며 “지난해 토요근무를 폐지하면서 조금이나마 사람 사는 모양새를 갖췄는데 또 다시 토요 근무가 부활했다”고 한탄했다.

최승묵 공동대표는 “지난해 돌아보면 사망 사고 등이 많이 줄었는데 노동시간이 줄면서 그나마 가능했던 것”이라며 “집배원 다 죽이는 토요근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4.6시간으로 정규직 일반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인 42.7시간에 비해 20시간을 웃돌았다. 특히 집배원들은 물량이 몰리는 설·추석 기간에 하루 15.3시간, 주당 85.9시간의 장시간 중노동을 견뎌냈다. 

충주우체국서 일하는 한 집배원은 “1997년 입사해 아침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1~2시 퇴근하는 일상에서 지난해 토요근무가 폐지되고 캠핑 장비를 모조리 사서 주말마다 ‘미친 듯이’ 놀러 다녔다. 정말 한풀이 하듯 가족여행을 다녔다”며 “갑자기 토요 근무를 다시 시작하라고 했을 때 어안이 벙벙해지고 기가 막혔다.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토요근무제 부활을 강하게 비판했다. 

   
▲ 토요근무반대·우정노조지도부퇴진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옆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는 우체국 택배 물량을 집배원이 소화해야하는 처지다. 오토바이에 추석 선물을 켜켜이 쌓아 직접 택배 배달까지 맡는 터라 조사 대상 집배원 중 74.6%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자도 43.4%에 달했다. 

집배원의 재해율은 2.54%로 2012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노동재해율 0.59%와 비교했을 때에도 4.3배를 넘었다. 

이 조사를 진행했던 이진우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집업환경의학과 의사)은 “집배원의 노동환경은 전국 최악 수준이었다”며 “집배원들은 온몸에 골병이 들었고 과로사 사망률은 일반 노동자의 6배, 산재율은 4배가 넘어 시민들이 뽑는 최악의 살인기업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살입기업 1위는 반도체 백혈병 사망자가 많은 삼성전자다. 

이들은 “엄청난 초과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에게 토요 근무를 더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안전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하려면 집배원의 절대 부족한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시간 연장은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까지 행진한 후 해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